기껏 하고도 등짝 맞지 않는 선배아빠의 육아 꿀팁
나도 훌륭한 아빠는 아니지만
(이 나라에 훌륭한 아빠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아빠가 육아과정에 참여하면서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해 왔던 그 많은 삽질을 모든 아빠들이 똑같이 해야 할 이유는 없기에, 등짝 맞아가며 배우고 터득한 노하우를 하나씩 정리해 볼까 한다. 하. 하. 갑자기 좀 슬퍼진다.
기준은 딱 두 가지다.
1. 육아서적 읽거나 고민하지 않고 바로 따라할 수 있는 것
(엄마들이 자꾸 이것좀 봐~ 하면서 책이나 링크 주는데 솔직히 보기 힘들다. 우리는 새로나온 전자제품이나 게임 소식 챙겨 보기도 바쁘다.)
2. 최소한 아빠는 기껏 한다고 했는데 엄마한테 욕 들어먹고 등짝 맞지 않는 방법
어때유?
간단하쥬? 재밌겠쥬?
하지만 이 정도 하기도 쉽지 않다.
하나하나 들여다 보자.
예쁜 우리 아이가 태어난 후 신생아 때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엄마들이 가장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이 잠 재우기가 아닌가 한다.
잠을 잘 자야 키가 쑥쑥 큰다는 둥, 머리가 좋아진다는 둥 육아 서적과 인터넷에 좋은 말씀은 많은데 정작 우리 아이는 잠 재우기 힘들고, 자다 깨서 울거나 엄마를 찾고, (대개 아빠는 안 찾을 거다.)
아이가 늦게 잠드는 바람에 다음날 하루 종일 힘들어 짜증을 낸다든지 하여 스트레스 받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대부분의 아빠들은 잘 모를 것이다.
애가 손을 탔네 탔어..
누구 아빠는 안 그랬는데 얘는 누굴 닮아 이렇게 예민하니..
게다가 가족들을 포함한 주변 인물들의 조언을 가장한 염장 지르기 공격(애가 손을 탔네 탔어.. 누구아빠는 안그랬는데 얘는 누굴 닮아 이렇게 예민하니 등등)이 툭툭 치고 들어오는 때는 그 짜증 지수는 감당할 수 없는 레벨로 증가하게 된다.
이런 부분에서 엄마가 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는 것은 외벌이 가정이나 맞벌이 가정이나 비슷할 것 같은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맞벌이 가정이라 하더라도 아이를 케어하는 업무의 메인 담당자는 엄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 재우는 것도 주로 엄마들이 하기 때문이다.
아이 스스로 잠들 수 있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
아이의 좋은 수면습관을 위해서는 먼저 아이가 '잠 잘 자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잠 잘 자는 방법이란?
엄마가 안아 주면서 재우거나 혹은 수유를 하면서 재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잠들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스스로 잠드는 방법을 따로 연습해야 하다니..??
말도 안 된다.
나는 하루 중 어느 시간에라도 뒤통수만 어딘가에 댈 수 있으면 3분 안에 잠들 수 있는데..
그게 어렵나?
억울할 수 있겠지만 아이는 다 그런 것이고, 우리도 어렸을 때 어머니들을 엄청 힘들게 하고 나서야 잘 자게 되었다고 하니 의심하지 말고 그냥 믿을 지어다.
육아에서는 자꾸 토 달면 싸움만 난다.
아이 수면습관 들이기의 실패 원인 중 상당부분을 바로 아빠들이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신생아 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도 아이 잠 재우는 것 때문에 온 식구가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잠 잘 재우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다룬 육아 서적만 해도 수백 권은 될텐데 실천하기가 왜 이렇게 힘들까?
그런데 한편으로 아이의 좋은 수면습관 들이기의 실패 원인 중 상당부분을 바로 아빠들이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등짝을 맞는 거다.
할 일은 적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많다.
그래서 여기 심플하게,
아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백지 상태의 아빠도 따라할 수 있도록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리해서 알려 드린다.
참고로, 할 일은 적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많다.
[ 할 일 ]
- 아이 목욕 시키기
- 아이가 잠들 때 옆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 주거나 잠자리 전용 그림책 읽어 주기
- 아이가 자려고 누워 있을 때 전신 맛사지 해 주기
- 늦게 퇴근해서 아이와 신나게 몸 놀이 하기
- 늦게 퇴근할 때 맛있는 것 사와서 같이 먹기
- 아이 재우는 시간에 인생의 유일한 활력소인 TV 보기.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심한 리액션을 하거나 사극 같이 아이들도 재미있어할 만한 프로그램을 보면 더 좋다.
- 아이를 재울 때 칭얼거리거나 자다 깨서 울면 얼른 안아서 재워 주기
- 잠 자는 시간에 온 집안에 환하게 불 켜 놓기
- 손님이 오거나 바깥 외출 등으로 잠드는 시간을 불규칙하게 하기
더불어, 이것만 하면 100% 등짝 맞는 방법도 특별히 소개한다.
스스로 너무 나태해져서 죽비소리를 한 번 들어야 정신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거나 인생의 짜릿함이 사라져간다고 느낄 때 한번씩 해 보자.
- 아이가 자다 깨서 울 때 짜증내며 얼른 가서 애 좀 재우라고 하기
이 때, 나도 회사에서 힘들다고 밤에 잠좀 푹 자게 애 좀 잘 재워라 라고 얘기하면
등짝 연타에 등돌리고 자기 스킬 자동 발동~! (쿨타임 최소 24시간)
- 어쩌다 한 번 저녁때 아이가 잘 시간까지 재미있게 놀아 주거나,
오랜만에 집에 놀러 온 가족이나 반가운 손님과 함께 늦게까지 즐거운 식사와 술자리 등을 하면서
'오늘 하룬데 뭐 어때, 괜찮아~' '애도 놀고 싶을 거 아니야, 하루쯤 늦게 자도 큰일 안 난다구~' 하기
만약 아직까지 맞은 적이 없다면 아내가 천사이거나 혼자 속이 썩어문드러져가고 있을 것이다.
분위기 괜찮은 날 한번 슬쩍들 물어 보시기 바란다.
위에 써 놓은 '하지 말아야 할 일'들과 '등짝 맞을 짓'들은 엄마가 기껏 맞추어 놓은 아이의 수면 리듬을 한순간에 깨 버려 리셋을 시켜 버리는 짓인데, 한번 망가진 수면습관을 다시 바로잡기 위해서는 최소 2주정도 일관성있게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하지만 사실 나도 아빠이기 때문에 아빠들 입장도 이해는 한다.
야근에, 회식에,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은 없는데
어쩌다 퇴근해서 아이가 자고 있지 않으면, 쪼르르 달려나와 아빠 품에 쏙 안기면, 얼마나 예쁘고 같이 놀고 싶은지! (생각만 해도 예쁘다!)
하지만 이제는 아쉬워도 꾹 참고 이렇게 해 보는 거다.
저녁때 집에 돌아오면 '오늘은 아빠가 재워 줄께~' 하고 얼른 씻고 나와서 차분하고 안락한 아이 잠자리 옆에 앉아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거나 아이가 잠들 때 읽는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이다.
아이가 잠이 솔솔 들라치면 조용히 그림책을 내려 놓고 아이의 전신을 부드럽게 마사지해준다. 하루종일 뛰어 놀아 고단한 날은 쉽게 잠들기 힘들어 보채거나 짜증을 부린다. 이런 날 아빠의 부드러운 스킨십은 아이를 더없이 평온하게 잠들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엄마에게는 오랜만에 평화로운 저녁 시간을 주게 되고 아이도 아빠와의 유대감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이렇게 하면 등짝을 맞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아내로부터 감사와 존경의 눈빛을 받을 지도 모른다. 물론 다른 분야에서 등짝 맞을 짓을 하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아내에게 인정과 존중을 받고, 아이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등짝을 맞으며 날려 보내기는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에헴.. 오늘도 이렇게 대한민국 몇몇 가정에 평화를 찾아 드리며..
다음에도 아빠가 하지 말아야 할 짓들을 정리해서 돌아오겠다.
사실 너무 많아서 정리하는 것도 힘들다.. ㅎㅎ
어쩌면 나도 집 안 치우고 이런거나 쓰고 있다고 등짝을 맞을지도 모른다. 다들 알아서 잘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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