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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을 넘어서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

[인터뷰] <빛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 저자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by 꿈의정원

지난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역사에 오래도록 충격과 공포로 아로새겨질 윤석열의 내란 사태가 일어났다. 이후 보여준 시민들의 힘을 놀라웠고, 결국 2025년 1월 15일 윤석열이 체포되었다. 하지만 이후 흘러가는 모양새를 보면 아직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상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많은 이들이 윤석열을 그저 술만 좋아하는 바보라거나, 아무 생각이 없다거나 미치광이라고 평가한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지만 최근 책 <빛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을 낸 박구용 교수는 '그런 것이 철학은 아니라고' 말한다. 철학자는 이 정부의 모세혈관 속에 무엇이 흐르는지까지도 파헤쳐야 하고, 그리하여 왜곡된 언어나 왜곡된 개념이 있다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빛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는 윤석열이 왜곡시키고, 무너뜨린 대한민국의 많은 것들을 재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자, 빛의 혁명을 통해 국민이 내리는 준엄한 명령을 제대로 완수하기 위한 제언이기도 하다. 지난 1월 3일 <빛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의 저자 박구용 교수를 만났다.


IE003400695_STD.jpg 박구용

- 윤석열이 체포되었지만 흘러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중요한 점은 아직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탄핵 가결 이후 상황을 쉽게 보는 측면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상식에 기반해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상식이란 지식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감각입니다. 영어로도 'common sense'잖아요. 나는 윤석열의 상식, 즉 이 사람이 가진 감각이 심각하게 훼손됐거나 멈춰있다고 봅니다.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갖게 됐어요. 그러니까 윤석열은 앞으로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이하고, 이상한 행동을 계속할 겁니다.


철학적으로 얘기하면 상식의 영역에 속하는 감각은 크게 도덕감각과 권력감각으로 나뉘는데요, 보통 사람의 경우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도덕감각과 권력감각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은 권력감각이 도덕감각을 압도하는 인물입니다. 내가 보기엔 윤석열뿐 아니라 그의 추종자 혹은 그를 가까이하는 인물 모두가 가진 공통된 특징입니다. 김건희는 말할 것도 없고 김용현, 노상원, 한덕수 다 마찬가지예요. 권한대행인 최상목도 그렇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윤석열을 상식의 틀 안에서 보려고 하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윤석열을 규제하고 통제하고 처벌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을 겁니다. 감각이 훼손된 사람들, 도덕감각은 제로인데 권력감각만 발달한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아직 내란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어야 내란이 종식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내란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사법적 단죄가 되는 시점에 명확히 종료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사법적 판단과 정치적 판단 모두가 중요한데요, 단계별로 보면 윤석열 구속이 첫 번째, 탄핵 인용이 두 번째입니다. 여기까지가 법적인 해결이겠고요, 이후 정치적으로 내란을 종결하려면 다음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포함한 내란과 연관된 세력이 아닌 그 반대쪽에서 정권을 창출해야만 합니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은 혁명과 반혁명이 극단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윤석열이 벌인 내란은 반혁명이고, 이에 맞서 빛의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단계 중 하나라도 잘못되거나 삐끗하면 윤석열의 내란이 혁명이 되고,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온 수많은 시민들 만들어 낸 빛의 혁명이 반혁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윤석열 체포, 탄핵 인용, 대선이 모두 중요합니다."


- 최근 신간 <빛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를 출간했습니다.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해 준다면요?


"아직 빛의 혁명이 진짜 혁명이 될지, 12.3이 내란이 진짜 내란이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12.3 내란이 혁명이 될 수도 있고, 빛의 혁명이 반혁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빛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는 그런 중대한 어떤 기로에서 쓴 책입니다.


원래 철학은 모든 일이 다 벌어지고, 현실이 정리된 다음에 나서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은 옛날 철학이라고 봅니다. 이제 진리는 책상 위가 아니라 정의와 불의가 충돌하는 거리의 교차로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는 관찰자도 온전하게 관찰자로만 머무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건에서 멀리 떨어져 관찰하는 철학이 아닌, 현실의 변화에 참여하는 철학을 하려고 합니다.


또한 이 책은 혁명과 반혁명의 충돌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가 윤석열이라는 정권의 속성과 그가 왜 내란을 일으켰는가 하는 문제와 이 내란에 맞선 빛의 혁명의 성격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만약 빛의 혁명이 정말로 혁명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제6공화국을 넘어, 제7공화국으로 가는 초석이 열려야 합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중요할 텐데요, 빛의 혁명의 뜻을 다음 정권이 받아들이기 위한 내용까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IE003400696_STD.jpg <빛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 표지이미지


- 이번 12.3. 내란 사태가 있기 전부터 교수님께서는 윤석열 정부를 일컬어 박근혜 정부보다 무능하고, 전두환과 박정희와 이승만을 합친 것보다 잔인할 수 있음을 경고해 왔습니다. 그 근거는 무엇이었나요?


"앞에서 감각에 관한 부분을 이야기했으니, 이번엔 생각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빛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부분이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 개념인데요. 압축해서 말하면 사고하지 않으면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윤석열이 정권을 잡은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 타당성은 판단하지 않고 오로지 타산성만 계산합니다. 타산성이란 이익과 손해만을 따지는 행위입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이성과 힘과 권력을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만 다 쏟아붓는 것이죠. 여기에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권력감각이 도덕감각을 압도하는 와중에 생각이라곤 오로지 자기 이익에만 머물러 있는 사람에게 국민의 목숨이나, 안전이나, 행복 따위는 안중에 없습니다. 그러니 윤석열은 언제든 악마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 윤석열의 감각은 3~5살짜리 어린아이 수준이라고 말씀하신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중요한 특징으로 복잡성의 증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런 복잡성을 줄이는 방법이 시스템화입니다. 이걸 법정 시스템으로 보면 검사라는 건 한마디로 국가의 변호사라고 할 수 있어요. 국가의 관점에서 이 사람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만을 따지는 일입니다. 윤석열은 평생 그것만 하고 산 사람입니다. 문제는 그 단순성을 법정에서만 가지면 모르겠는데, 법정 바깥에 법과 무관한 문제까지 다 법정에서와 같은 잣대, 같은 방식으로 평가합니다.


다시 말해 윤석열은 지나칠 정도로 단순한 사람이고 그중에서도 끝판왕입니다. 그래서 복잡하게 생각하는 걸 싫어해요. 국가를 대하는 태도도 비슷합니다. 나라 전체를 거대한 법정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법정의 최후의 판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김건희는 거기에 신녀 역할을 합니다. 결국 이 사람 머릿속엔 적법이냐 불법이냐 밖에 없고, 그 적법과 불법도 오로지 본인이 판단합니다. 무속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죠. 무속을 보면 얼마나 단순합니까? 세상의 복잡한 문제들을 오직 운이 있냐 없냐로만 따지잖아요.


그렇게 단순하게만 살다 보니 결국 상식, 커먼 센스가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윤석열을 3~5살 정도의 감각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이 사람은 음식으로 치면 맛이 있는지, 없는지만 봅니다. 사람을 대할 때 나한테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만 봅니다. 모든 인간은 어릴 때 자연에 가까운 상태의 순수함이 있는데 이 순수성은 언제든지 잔인성으로 둔갑할 수 있습니다. 그 증거로 오랫동안 자신의 수족이었던 한동훈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결론적으로 오래전부터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사람을 왕을 시킨 셈입니다."



- 문득 말씀을 듣다 보니 대체 이런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철학자의 입장에서 그 핵심 동력은 뭐였다고 보십니까?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 세상이 복잡해지면 사람들은 점점 더 복잡한 걸 싫어합니다. 복잡한 걸 못 견디면 모든 문제를 단순화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군가 분명하게 옳고 그름을 설명해주는 걸 좋아합니다. 좋은 놈, 나쁜 놈 단순하게 구분해주면 쉽게 열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옳고 그름이 그렇게 간단하게 단정 지을 수 있나요? 사람이 어디 좋은 놈, 나쁜 놈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나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단순한 사람들이 이해관계가 없으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성공한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그래도 윤석열 정도의 끝판왕은 이제껏 없었어요."


- 교수님께서는 이 책에서 '헌법재판관을 믿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 각자의 위치에서 헌법재판관들에게 주권자 국민이 윤석열보다 힘이 강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관련해서 조금 설명해 주신다면요?


"나는 철학자이기 때문에 사람의 심리분석은 하지 않습니다. 심리분석을 통해 문제의 해결도 도모하지 않아요. 심리나 도덕에 기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나는 정치란 힘, 힘의 싸움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힘이 약하면 이길 수가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헌법재판관들은 법조문을 보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의지와 힘이 어디를 향하고 있냐에 따라 결정합니다. 법조문은 그저 결론을 정당화하는 장치일 뿐입니다. 헌법의 헌법이 국민이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주권자가 명확한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적극적으로는 온·오프라인 활동이 있겠죠. 이번 남태령에서 보여준 우리 시민들의 연대가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 그런 활동들이 헌법재판관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지, 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고 헌법재판관들이 법조문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이 '빛의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신뢰도 향상, 즉 불특정 타인에 대한 존중과 믿음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복잡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타인을 향한 불신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런 불신에 더해 갈등과 미움, 증오까지 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걸 이용하는 정치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대 간, 젠더 간의 증오를 부추기는 정치인을 나는 악마 중의 악마라고 봅니다. 그래서 내가 윤석열 못지않게 위험한 인물로 본 게 이준석입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씀드렸든 복잡한 걸 단순화하면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그러니 개개인이 이런 복잡성을 견디면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능력 안에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확장해야 합니다. 학교교육, 사회교육 모두 이 지점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봅니다."



- 젠더 갈등에 관한 얘기가 나왔으니 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빛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는 교수님의 잘못에 관한 반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기자 주: 12월 8일 <매불쇼>에 출연해 "어제 국회의사당 앞 집에서 어느 순간 자세히 보니까 주된 연령층이 20~30대 여성이었습니다. (중략) 20~30대 남성들에게 알려주려고 합니다. 여자분들이 집회에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라고 발언한 것).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오랫동안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고, 예민하게 반응해 왔습니다. 그런 내가 이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중요한 건 나라는 개인이 사람들에게 욕먹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왜 이런 잘못을 했는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그 과정을 분석하고, 추적하고, 고민하고, 반성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이런 일이 또 생기지 않을 뿐 아니라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단순히 '잘못했습니다. 봐주세요' 이렇게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그런 점에서 혹시 제 책을 본다면 이와 관련한 부분을 꼭 읽어보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여성이 어떤 고통을 받았고, 받고 있는지, 그걸 어떻게 참고 견디고 있는지를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생물학적 남성이 그걸 똑같이 느낄 수는 없겠지만 그 고통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이 필요합니다. 그걸 위해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철학자는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합니다. 잘못을 했으면 자기 잘못을 이해하고 반성해야지 그러지 않고 철학 하면 그건 그냥 사기꾼이고, 그런 철학은 사기의 철학입니다. 나는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나의 이 잘못에 대해 누군가 말하면 인정하고 계속해서 사과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 남이 쓴 글을 읽어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건 그 사람과 영혼을 나누는 행위라고 봅니다. 저의 책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저와 영혼을 나누는 친구가 되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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