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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순간이 길어진다면
by
닝닝하고 밍밍한
Mar 7. 2024
<단 하나의 순간이 길어진다면>
1
읽던 책에 밑줄을 그을 때
밤마다 괄태충*처럼 스르르 몸을 말고 자던 당신이 떠올랐다
부정한 몸처럼,
누군가 너에게 몹쓸 짓을 했을까
단 하나의 순간이 길어진다면,
그건 온 몸이 마음이고 온 몸이 클라이맥스다
2
나는 나에게서 옮겨 가는 중
나는 조금씩 먼저 도달하고 조금씩 과거가 된다
잘 이해되지 않는 몸
처음의 나와 맨 뒤의 나는 같은가
생각 다음엔 무엇이 올까
그림자 아래로 긴 피가 흐르고 있다
3
그녀는 자기 체형이 마음에 들었을까
밤이 길다는 말을 당신에게서 배운다
나는 나에게 도달하기 위해
가만히 길어지는 생
4
뒤를 돌아본다
어떤 미의식도 없이
단지 하나의 이름으로 누워 있다
같은 방향으로만 태어나는
너를 기억해
밤이 되면 미끄러지듯 기어 나오는
너를 생각해
*병안목 민달팽이과의 연체동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2024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3월호 공시사의 시선에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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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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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나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사력을 다해 쓰고 싶었다. 그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고, 나의 아껴둔 진심이었다. 다른 차원의 시간이 찾아올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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