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 출 땐 여기가 와이키키
어느덧 훌라를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나에게 묻는다. '너 배우는 그거.. 발리댄스였나?', '훌라댄스? 훌라후프 뭐 그런 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그냥 뒹구르르 굴러다니고 싶다는 마음에 본인의 애칭을 ‘연구르르’로 정했다는 나의 선생님. 2년 동안 매주 일요일마다 만나서 함께 춤을 추니 어느덧 그녀는 선생님을 넘어선 가까운 친구가 되어있다.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와이키키 훌라클럽’. 나는 여기서 하와이안댄스를 배운다. 여구르르는 훌라 출 때만큼은 이곳을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으로 인도한다. 그래서 우리는 레슨시간이 끝나면 다 함께 “훌라 출 땐~ 여기가~ 와이키키~~~”라고 다 함께 구호를 외치고 마무리를 한다.
어느덧 와이키키 훌라클럽이 문을 연지도 2년. 첫 수업부터 함께한 것은 아니었으나, 첫 해 겨울부터 함께했으니 나름 스스로를 초창기 멤버라고 생각하고 있다. 단 둘이 수업을 한 적도 있었고, 세 명 혹은 네 명이 수업을 듣던 적도 꽤나 있었지만 이제는 정원이 마감되는 어엿한 인기수업이 되었다. 처음에 정원이 마감되었을 때는 마치 내 수업인 것처럼 감격스러웠다.
그런 와이키키훌라클럽에서 작년 10월, 첫 번째 ‘돌잔치’를 하였다. 9월 수업을 듣고 10월 공연 준비를 해야 했는데, 한창 날이 좋던 9월 매주 여행 일정이 잡혀 결국 공연에 참여하지 못하였다. 훌라를 배우는 게 좋았지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그래도 첫 번째 돌잔치를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하였는데, 공연을 보자마자 아쉬움이 밀려왔다. ‘내년에는 나도 꼭 함께 해야지.’ 그렇게 1주년 행사가 끝나고, 이후 다시 한 달 한 달, 한 곡 한 곡 시간이 쌓여 2주년이 되었다.
이번에는 다른 일정들을 조금씩 조율해 가며 나름 성실하게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공연준비를 시작하였다. 곡을 배우고, 연습을 하고, 마지막즈음에는 야외에서 옷도 맞춰 입고 동선까지 체크해 가며 마지막준비를 하였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공연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았다가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한 멤버들에게 공연연습 때문에 일정을 조절해야 할 것 같다고 처음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그중 두 명이 ‘공연해요? 구경 갈게요!’라고 말을 해주어 졸지에 공연에 지인까지 초대를 하게 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느꼈지만, 정말 나를 보러 와준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그날을 그렇게 즐길 수 없었을 것이다.
공연당일, 꽤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들떠있어서 그런지 추운 것도 모르고 팔라우키(훌라 출 때 입는 탑)만 입고 돌아다녔다. 마지막 리허설까지 끝내고 모여서 공연 전 몸과 마음의 준비를 위해 하와이안 챈트인 에호마이(E Hō Mai)를 했다. 평소와 다르게 울컥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모두가 한 마음이었는지 함께 훌라를 추는 흑진주님은 벌써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그러고 나서 나의 훌라선생님, 여구르르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을 하는데 또 울컥해서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축제의 시작인 2시가 되자 하나 둘, 사람들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 훌라 추는 아나운서 야린 님께서 진행을 시작하고, 여구르르의 오프닝에 이어서 첫 번째 훌라공연이 시작되었다. 훌라를 시작하고, 강사반까지 수강한 분들의 멋진 공연이었다. 와이키키에서 함께 수업을 들었던 안젤라님을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아름다운 공연 뒤, 퀴즈대회가 열렸고 이후 ‘와훌러’들의 공연차례였다. 노래가 흘러나오고, 각자의 자리에서 “알로하~~~”라고 외치며 공연스테이지로 갔다. 입장까지 정말 여러 번을 연습했지만, 모두가 첫 박자를 틀리고 말았지만 틀리면 틀린 대로 얼른 다시 박자를 따라가서 첫 번째 공연을 마쳤다. 꽤나 많은 관중들 앞에서 춤을 추려니 떨리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노래에 맞춰 다 함께 춤을 추니 그저 행복했다. 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 공연까지 마무리한 후 다 함께 포옹을 하고 퇴장을 했다.
이후 이어진 미니 훌라 클래스, 그리고 실제 우쿨렐레 반주에 맞추서 춤을 추는 카니카필라. 그중에는 내가 배운 곡도 있고 모르는 곡도 있었는데, 배운곡은 신나게 앞에 나가서 추고, 배웠지만 까먹은 곡은 옆사람들을 열심히 쳐다보며 추었다. 그리고 배우지 않았던 곡은 자리에서 앞에서 추는 사람들을 따라 추기도 하고 응원도 하며 함께 하였다. 그 순간 정말 ‘모두의 축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온 친구가 물었다. 어쩜 이렇게 훌라 추는 사람들의 표정은 다 행복하냐고.
나에게 훌라는 가장 나를 현존하게 하는 시간이며, 나를 웃게 만드는 시간이고, 나를 나로 만드는 시간이다. 내 안에 춤추는 작은 아이가 일주일을 열심히 살아내면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의 시간이기도 하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조용히 앉아 그날을 돌이켜본다. 함께 공연 준비를 하던 순간들, 함께 춤을 추던 사람들, 여유가 있는 날에는 춤을 추며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표정을 조금씩 훔쳐보며 웃던 나의 모습을. 그리고 그 가운데서 이 모든 것의 기둥이 되어주며 우리를 와이키키로 이끌어주는 여구르르와 와이키키 훌라클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