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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지 Jun 08. 2020

0. 기준의 기준

기준: 기본이 되는 표준
표준: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이 섞여 있는 범주에서 가장 일반적이거나 평균적인 것


날이 너무 덥다. 선풍기를 꺼내려고 하니 동생이 벌써?라고 되묻는다. 지금이 딱 꺼낼 때 아냐? 더워 죽겠는데? 대답하고 나니 문득 덥다의 기준이 궁금해진다. 선풍기를 켤 정도의 더위, 에어컨을 틀어야만 하는 정도의 더위. 그 기준이 정해져 있나? 애초에 기준은 뭐지? 기준의 기준은 누가 정한 거지?


굳이 찾아본 사전적 정의는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기준이란 단어를 보면 나는 그 누구보다 크게 ‘기준’을 외쳤던 체육 시간이 떠오른다. 그때는 나 혼자 기준! 을 외치는 게 싫어서, 기필코 피하겠다는 각오로 맨 왼쪽 끝 줄에 섰는데, 하필 체육선생님이 오늘은 왼쪽 끝 기준! 을 외친다. 결국 기준은 체육선생님의 마음이다.


여러 가지 중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평균적이다 못해 심지어 기본 수준에 이른 것. 그러나 이렇게 기준은 각자 다르다. 사회적 위치에 따라서 기준의 힘도 다르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준이라고 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경우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 다르다.


혼자 산 인생의 세배, 네 배를 함께 산 노부부의 집에서도 티격태격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기준은 쉽게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다. 빡빡한 기준을 가지고 화장실 가는 시간마저 정해놓은 군대에서도, 학교에서도 기준을 지키기 않아 별 크고 작은 사고와 싸움이 항상 일어난다.


당연한 것들은 모두 당연하지 않다. 각자의 기준은 서로 다른 좌표에 찍힌다. 현대 인류는 사회적 울타리 속에서 교류해야 하므로 알게 모르게 각자의 기준은, 점들은 서로 이어진다. 울퉁불퉁한 선이 생긴다. 이 선을 우리는 사회적 기준이라고 부른다.


신기하게도 어떤 감각에 대해서 그 선은 평행하기도 하고, 어떤 가치에 대해서는 선이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기도 하다. 각자의 기준과 기준이 쌓여 생긴 선의 모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너무 익숙해진 기준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사람들마다 매움을 느끼는 정도는 다르지만, 식당에서는 5단계 정도로 맵기를 구분해 음식을 판다. 토요일과 일요일, 둘 다 10만 원짜리 축의금 봉투를 냈다. 받은 사람들의 감정은 다르다. 감상과 사연이 모두 다른 별들이 모여서 어쨌든 영화에 대한 평가는 내려진다. 소금 한 스푼, 약불에서 5분. 똑같은 레시피라도 맛은 다 다르다. 내 발은 어디서나 똑같지만 신발은 브랜드마다 다른 사이즈로 바뀐다. 하나씩 뜯어보면 신기한 일 투성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관점에서 곳곳에 숨은 기준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과연 그 사회적 기준들이 타당한가? 어느 기준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한쪽의 희생과 고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누군가는 힘들게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 원형의 기준선을 예로 들면, 안쪽과 바깥쪽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운동장 위에 그어진 라인을 한 발로 쓱 지워 없애듯, 단단한 기준도 뭉개버릴 순 없을까?


가능한 낯선 시각으로 익숙한 기준을 볼 예정이다. 앞으로의 글이 재미있길 바라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의 Reference
* 기준 : https://dic.daum.net/word/view.do?wordid=kkw000037179&supid=kku000051249​​
* 표준 : https://dic.daum.net/word/view.do?wordid=kkw000279534&supid=kku000356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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