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하는 스노우 Jan 28. 2023

매일 아침 써봤니?

꾸준함과 긍정이 쌓이면 생기는 일

때는 2018년 1월. 페이스북에서 묻지 마 따봉을 누르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페이스북을 하고 있으면 심심했는지 모든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러줬다. 덕분에 내 페이스북 친구들은 내 따봉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따봉을 누르다가 우연히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세바시> 게시글에 내가 좋아하는 고영성 작가가 나온다는 것을 봤다. 강연 주제는 글쓰기였다. 더욱이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 작가도 나온다고 해서 내 관심과 흥미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나머지 한 명은 김민식 작가인데 처음 보는 사람이라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 고영성 작가와 강원국 작가를 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망설임 없이 강연을 신청했다.

강연은 대만족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여자친구와 함께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해야겠다며 다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세 사람의 강연은 큰 동기부여를 주었다. 특히 내가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김민식 작가의 강연은 너무 좋았다. 그의 재치 있는 말투와 강연 스타일은 내 관심을 사로잡았고, 그가 생각하는 글쓰기 철학과 인생관도 흥미로웠다. 덕분에 내 블로그 첫 서평은 김민식 작가의 <영어 책 한 권 외워봤니?>가 됐다.


4년이 지난 지금 도서관에서 우연히 책을 고르던 중 김민식 작가의 <매일 아침 써봤니?>를 보게 됐다. 강연이 생각나기도 했고, 책이 다루는 주 내용이 블로그인데 현재 내가 블로그 글쓰기에 관심이 높아진 상태이며, 김민식 작가의 강렬했던 이미지가 생각나서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망설임 없이 대출해서 읽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써봤니?>는 김민식 작가의 블로그 글쓰기의 삶을 녹여낸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서 MBC 방송국 PD가 되었지만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여 본인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게 된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그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그 해결책이 블로그였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블로그에 매일 글을 썼다고 한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 생각, 영감, 책에 나오는 글귀 등 모든 내용을 꾸준히 써내려갔다.


이 책의 장점은 매우 쉽게 쓰였다는 점이다. 특히 이야기하듯이 썼기 때문에 저자가 앞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저자가 재밌게 글을 쓸 줄 안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흘러나오는 웃음을 멈추기 힘들었다.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글은 삼엽충에 대한 내용이다. 삼엽충이라는 주제로 이렇게 재밌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김민식 작가밖에 없을 것이다. 글의 내용도 내 관심과 흥미에 일치하여 몰입해서 읽었다. 요즘 블로그 운영에 관해 관심이 많았는데 관련 내용이 나와서 집중해서 읽었다.




초면이지만 먼저 사과부터 하고 싶다. 너희가 미개한 멸종동물이라는 뜻에서 우린 가끔 친구에게 "이런 삼엽충 같은 인간아" 하고 놀리곤 했거든. 애플의 아이폰을 애호하는 '앱등이'들이 삼성의 갤럭시빠를 보고 '삼엽충'이라고 부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야. 하지만 최근 너를 주인공으로 한 책 <삼엽충>: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이란 책을 읽고 나서 우리의 그런 언어 습관을 반성하게 됐단다.

<매일 아침 써봤니?>,p194




저자는 매일 글쓰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한다. 매일 아침에 쓴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기업에서 칼럼과 글쓰기를 요청하여 원고료를 받게 됐다. 또 글쓰기를 주제로 강연에 초청되었다. 저자는 나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독서와 글쓰기의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 블로그에 매일 찾아오는 이웃분들을 얻었다. 그들은 저자의 글에 많은 응원, 호응, 감사를 보내줘 굉장히 힘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 부분에 너무 공감한다. 특히 내 심금을 울리는 댓글을 보면 그날의 악의, 노여움, 분노, 적개심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김민식 작가의 태도다. 저자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저자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진학했던 대학교는 적성에 맞지 않았고, 취업했던 첫 번째 기업도 저자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원하는 방송국에 들어왔지만 자신이 진행하는 시트콤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구속 영장이 발부되기도 했으며, 야심 차게 준비한 드라마가 조기종영되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유배 인사배치를 받기도 한다. 저자는 한동안 우울하고 슬펐다고 한다. 하지만 끝내 저자의 마무리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희망을 피워낸다. 대학교 전공이 맞지 않아서 책과 영어에 몰입하게 됐고, 직업이 맞지 않아서 영어 공부를 해서 통역대학원에 갈 수 있었으며, 방송국에서 좌천되었지만 결국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나가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행운이라고 설명한다. 이 대목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어려움에도 저자에게는 그저 밟고 넘어서는 시시한 장애물에 불과했다.



생각해보면, 대학 입시 실패가 제 인생 첫 번째 행운이었습니다. 만약 바라던 대로 산업공학과에 들어갔다면, 학과 공부 열심히 하고 공장장의 꿈을 키우며 엔지니어로 무난하게 살았겠지요. 그런데 그 관문에서 막히면서 전공과 적성 사이에서 늘 고민했고, 그 덕에 다양한 직업에 도전할 수 있었어요.


종합상사 입사 실패가 제 인생 두 번째 행운이었습니다. 꿈꾸던 무역회사에 들어갔다면 해외지사장이 될 날을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렸겠지요. 그런데 영업사원이 되어 사람에 치이고 시간과 실적에 쫓기다 보니, 직장 생활이 무엇인가를 곰곰 생각해 보게 됐어요.


시트콤 조기 종영은 세 번째 찾아온 행운이었습니다. 또 다른 길을 두리번거리게 해줬거든요. 치욕의 세월을 견디고 있는데, 회사 게시판에 드라마국 사내 공모 공지가 떴어요. 갑자기 가슴이 두근대더군요.

<매일 아침 써봤니?>,p202~206



저자의 태도는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인생에서 고통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게 초점을 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에 취약하다. 고통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는커녕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힘들어한다. 하지만 저자는 매 순간 긍정을 생각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갔다.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나갈 수 있었다.


저자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꾸준함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다. 김민식 작가는 방송국 PD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칼럼이나 책을 쓰는 작가로, 방송국이나 독서 혹은 글쓰기를 주제로 강연하는 강사로, 방송에 출연하는 출연자가 되었다.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그 일을 꾸준히 해냈기 때문에 이뤄낸 성과다. 다시 한번 긍정과 꾸준함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됐다.

작가의 이전글 당연한 하루는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