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털한 아이가 수학문제풀이 검사를 몇 주째 계속 받지 않자 아침시간에 내 책상 옆으로 불렀다.
수학책을 확인해 보니 거의 다 풀었는데 서술형 한 문제가 이상하게 풀려있었다.
"단O야, 이거 뭐라고 썼는지 하나도 모르겠으니까 지울게."
"네~"
지우개로 뭐라고 쓴 지 잘 못 읽겠는 풀이과정을 지웠다.
"자, 이 문제에서 구하고자 하는 건 뭐야?"
"음....(문제를 읽는다.) 가와 나 중 어느 것이 더 넓은지 구하는 풀이..."
"그래, 가와 나의 넓이를 물어보고 있지."
"네."
"가는 정사각형이네. 정사각형은 변의 길이가 모두 어때?"
"같아요."
"정사각형이 네 변의 길이가 다 같으니까 한 변의 길이만 준거야. 그럼 넓이는 어떻게 구하니?"
"음..."
"여기는 단위가 m니까 정사각형안에 가로세로 1m인 게 몇 개 들어가는지 세는 거야. 몇 개인지 세려면 가로랑 세로 길이 곱하면 그 개수가 나오겠지. 그럼 뭐랑 뭐랑 곱하면 돼?"
"2와 3분의 2 하고 2와 3분의 2요."
"그래, 그럼 풀이과정에 가의 넓이 = 하고 써봐."
아이가 가의 넓이 = 을 쓴다.
"분수도 곱해서 써봐."
"2와 3분의 2가 2개니까 2와 3분의 2 곱하기 2 쓸게요."
"아니야, 그렇게 하면 2와 3분의 2를 2번 더하는 거야. 길이를 구하게 되는 거고 넓이를 구하는 식이 아니야. 2와 3분의 2 곱하기 2와 3분의 2 이렇게 써야 해. 한번 써봐."
아이는 가의 넓이를 구하는 식을 완성했다.
"자, 이제 가분수로 바꿔보자. 2와 3분의 2니까 2 3은?"
"6."
"6 더하기 2는?"
"8."
"3분의?"
"3분의 8."
"그렇지. 계산 잘하네. 3분의 8 곱하기?"
"똑같으니까 3분의 8요."
"그래. 분수의 곱셈은 어떻게 하지? 분모는?"
"... "
"분모는 분모끼리~ 분자는?"
"분자끼리."
"그럼 계산하면?"
"9분의 64요."
아이는 옆에 평행사변형의 넓이도 구했다. 다행히도 약분하는 법을 잊지 않았다.
통분을 잠시 까먹었지만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분모를 같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알려주고 분모를 9로 만들기 위해 분모와 분자에 3을 곱했다.
수학채점이에게 채점을 받거나 짝꿍이 채점한 것을 보고 스스로 채점해 보라고 했다.
아이는 모두 다 채점한 후 자신 있게 확인받으러 나왔다.
털털한 아이의 옆에는 아주 조용한 아이가 앉아있었다. 그 아이도 확인해 보니 수학을 아직 다 풀지 않았다.
"단O야, 민O도 다 안 풀었네. 니 옆에 앉아있고, 너 방금 채점 다했으니까 알려줘라~"
"네~"
단O는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해서 보통 쉬는 시간이면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신나게 술래잡기하며 논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 조용한 아이의 옆에 수학책을 들고 서서 알려주고 있는 게 아닌가!!
문제를 짚어가며 이건 이렇게 풀어야 해~ 하고 설명을 하고 있었다.
잠깐만 그렇게 한 게 아니다.
점심시간에도 아이는 아주 조용한 아이 옆에 서서 또는 의자를 끌어와 앉아서 열심히 알려주고 있었다.
털털한 아이는 글씨 쓰는 게 서툴러서 필기가 느린 편이라 항상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누군가를 도와주는 모습은, 특히 공부를 도와주는 모습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이렇게 잘하는 모습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단O야, 아까 민O 수학문제 도와줬니?"
"네 ~"
"아주 잘했어! 계속 도와줘~"
"네 ~~"
폭풍 칭찬을 해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