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초등학교 교실에서 시험 시간을 제외하고 정적이 흐르는 순간, 고요한 순간은 만나기 쉽지 않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고요한 순간은 2번 있었는데 최근에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었던 시간과 작년 서예시간이다.
작가와의 만남을 앞두고 우리 반에 작가님 책이 학생수 +1만큼 배달되었다.
때마침 국어 교과서에서 여러 가지 매체로 읽는 것을 배우고 있었다.
영화 보기 다음으로 뭘 할까 고민하던 차에 다음 매체로 적용하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책에 대해 설명한 후 책을 나눠주고 타이머를 켰다.
점심시간 전까지 20분간 함께 각자 조용히 책을 읽기로 했다.
타이머 시작과 함께 찾아온 정적.
고요함.
침묵.
기분 좋은 안정감.
평화로움을 잠시 느꼈다.
계속 이런 분위기면 좋겠다를 느낄 때쯤...
역시나 투닥투닥 말다툼하는 소리가 뒷자리 쪽에서 들렸고, 갑자기 책상 정리를 시작하거나 화장실을 가겠다는 아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2학기 들어 오랜만에 느껴본 평화로움이었는데 너무 짧았다.
작년 미술시간에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다.
작년 제자들은 MBTI E들이 많았고 워낙 활발해서 조용한 순간이 거의 없었다. 수묵담채화를 그리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아이들에게 그림이 그려진 A4용지를 하나씩 나눠주었고 그 종이 위에 화선지를 올려 붓펜으로 윤곽선을 따게 했다.
그랬더니 일순간 정적!
숨도 안 쉬고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붓펜으로 화선지에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나는 순간 너무 좋아서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었다.
와... 이렇게 조용해질 수도 있는 아이들이었구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붓펜으로 밑그림을 따는 시간은 꽤 길어서 나는 사진을 막 찍었었다.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아이들을 집중하게 만들고 싶다.
뭘 하지?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게 된다.
계속 단원평가, 수행평가를 볼까?
아이들은 시험을 볼 때도 늘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