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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원 Nov 01. 2023

새로 산 보풀제거기가 주는 만족감

현명한 소비가 주는 기쁨

나는 니트를 사랑한다. 비슷한 디자인의 니트를 사 모으는 병이 있다. 흰색 브이넥, 긴 팔인 니트를. 비슷한 니트를 자꾸만 사모으는데에도 가짓수가 늘지 않는다. 보풀이 이는 니트는 가차 없이 버려버리니까 그렇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니트에 보풀이 일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참 아끼던 니트라는 것이다. 니트를 버릴 순 없으니 버리지 않는 법을 고민해야 했고, 제대로 된 보풀제거기를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첫 보풀제거기는 면도기였다. 보풀제거를 위해 큰 마음 먹고 편의점에 들렀다. 그런데 패착이었다. 가장 아끼던 니트에 면도기를 댄 순간, 구멍이 나버리는 게 아닌가. 눈물을 머금고 그 니트를 버려야만 했었다. 


다음으로는 네이버에서 1위를 한 보풀제거기를 구매해, 아끼는 니트에 바로 시연해보았다. 또, 또!! 옷감에 구멍이 뚫렸다. 그럼 그렇지, 다시 속는 셈치고 심기일전하여 면도기로 제거를 하니 오히려 보풀제거기보다 잘 되더라. 그 뒤로 보풀제거기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냥 니트에 보풀이 일면 면도기로 제거를 해보고, 안되면 버리는 식으로다가 말이다.







그렇게 2년이 생겼을까. 요즘들어 부쩍 환경에 관심이 생겼다. 내가 사고, 버리는 옷이 많다는 걸 깨닫고는 보풀제거기를 다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글을 읽게 된다. 세탁소 아들이 쓴 '비법서'였는데, 보풀제거기를 고르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날이 어떻고, 보호캡이 어떻고 상세히 서술하여 4개의 제품을 비교한 글이었는데, 어찌나 신빙성이 높던지. 구매하지 않고는 못배기겠더라. 바로 구매를 했다. 평일 내내 바빠서 쳐다도 보지 않던 보풀제거기를 꺼내들었다. 니트에 해봤다. 보풀이 안없어지는 듯 모두 깔끔하게 없어지는 걸 보고 가슴 깊은 곳에서 희열이 올라왔다. 환희도 느껴졌다. 


내가 올해 구매한 제품 중 단연 최고이다. 


나는 물건 구매와 소비가 주는 기쁨이 이래야 한다고 믿는다. 언제 보아도 가슴이 설레고, 그 물건 전 후로 나의 생활양식이 바뀌는 경험을 해야한다는 것. 


정신이 불건강할때는 소비로 풀었다. 소비를 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 보다 솔직하자면은 기분이 환기되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소비를 일삼았다. 내게 그 물건이 정말 필요한지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첫 보풀제거기에 난도질당한 니트를 보풀제거했다. 깔끔해졌다. 구멍난 두 부분은 어찌하나. 나는 수선을 하기로 했다. 직접 .


앞으로 환경을 위한 나만의 생활 방식을 조금씩, 조금씩 구축해볼 작정이다. 내 옷은 내가 수선해서 입는 것. 환경을 위한 첫 발을 내딛겠다. 



안녕하세요 한주원입니다. 


많은 분들의 사랑과 격려로 첫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브런치에 썼던 원고들을 모아, 책 <다정한 정치를 꿈꿉니다>를 펴냈습니다.


MZ 세대 보좌진이 경험한 국회의 일상을 담았습니다. 복잡한 국회의 모습을 톺아보시는데 많은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구매처

예스24 https://bit.ly/3seeBPq

알라딘 https://bit.ly/40cO8OQ

교보문고 https://bit.ly/45O3c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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