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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빈 May 29. 2019

언제부터 꽃을 좋아하게 됐어요?

감정을 공유하는 일, 한 스푼

월요일이었나요?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숨어있던 새로 생긴 작은 카페에서요. 싱그러운 꽃들이 화려하지 않게 잘 진열되어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자며 나를 이끌었었죠.



내일이 로즈데이래.



알고 있었어요? 여기, 당신과 함께 꼭 와보고 싶었다는 거요. 이런저런 이유로 무심코 지나치기에는 파스텔톤으로 만개한 카페의 전경이 너무 궁금하기도 했고요. 하얀 바구니마다 가지런히 놓인 꽃들은 꼭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형형색색의 꽃들에게 둘러싸인 채 당신은 이름 모를 꽃을 가리키며 어디서 본 적이 있느냐 물었고, 난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어요. 유달리 강한 향을 풍기는 보랏빛 꽃을 놓고는 함께 감탄을 하기도 했고요, 길게 늘어진 수염 틸란드시아라는 이름을 가진 공기정화식물은 꼭 내 머리카락 같다며 소리 내어 웃기도 했었죠.


무얼 고를지 몰라 망설이던 나에게 당신은 분홍빛과 연보랏빛이 감도는 예쁜 꽃을 골라주었어요. 그 꽃의 이름은 작약이었고, 작약의 꽃말은 '수줍음'이라며 당신은 잡은 손에 힘을 주기도 했어요.


길게 땋은 머리 사이사이에 작은 꽃들을 꽂아 넣은 플로리스트가 아래의 가지를 잘라내고 하얀 포장지 위로 작약을 얹었는데, 발갛게 부은 그녀의 두 번째 손가락 끝에서 시선이 멈춘 거 있죠. 미처 아물지 못한 상처가 다시 벌어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이었을 거예요.



언제부터 꽃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녀의 물음은 곰곰 지난 당신을 떠오르게 했어요. 당신은 기억할까요? 우리가 지금보다 더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때요. 하나도 특별할 것 없던 날. 당신이 대뜸 분홍빛 꽃다발을 나에게 내밀었던 날이요. 처음 이성에게 받아보는 꽃이었는데, 그때부터였겠죠.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거예요. 꽃집에 들러 어색하지만 내가 좋아할 만한 꽃을 고르는 당신의 모습을요. 장미가 좋을까? 튤립이 좋을까? 안개 꽃을 넣어야 할까? 빼야 할까? 잘 다듬어진 꽃들이 곱게 포장된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기도 했을 거고요. 어떤 말과 함께 꽃을 건네야 할지도 고민했을 거예요.


그렇게 당신은 꽃과 함께 나에게 오겠죠. 품에 안긴 송이마다 당신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을 테고, 잎에서 잎으로 퍼지는 은은한 꽃내음은 분명 당신의 향기일 거예요.


그날처럼 당신은 카페 앞에 놓인 꽃을 보며 로즈데이를 떠올렸을 테고, 그다음엔 나를 생각했겠죠. 작약 한 송이 들고 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당신이 지그시 웃어보이는걸 보니 우리, 같은 생각이었나봐요.


꽃 한 송이, 당신의 손을 잡고 그 옅은 향기에 취해 지금 이 여름밤이 끝없이 이어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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