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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hind you May 31. 2019

양예원씨 호소 동영상을 보고

양예원 씨가 호소한 동영상을 봤습니다. 


25분간 호소한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몇 가지 내용으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피해자다. 도와달라.

-웃는 사진에 대한 설명.

-왜 도망가거나, 신고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설명.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 뒤 반응(가족 걱정, 자살기도 등).


매우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피해자가 계약 당시 사실을 알고 응했다고 가정해도 현재 상황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모든 것을 알았고, 원했던 상황이라면 현재 대응 방법은 스스로에게 도움될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유사한 사건을 모를 수도 있지만, 새로운 유형(혹은 유사 사건 중 크게 이슈가 된)의 폭력사건으로 생각됩니다. 피해자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손을 내밀었고, 사회는 그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 구체적인 잘잘못이 가려지기 전이라도 우선 살펴야 하는 목소리입니다.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와, 유사한 피해자를 위해 그렇습니다. 


피해자가 이미 동영상을 통해 설명했지만, 알고 있는 범위에서 추가적으로 첨언하고자 합니다. 


1. 웃고 있는 사진

:다른 사람들이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피해자를 보여 원한 상황이 아니었냐는 말로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1) 생명의 위협(외상사건)

양 씨는 스튜디오에서 첫 촬영을 한 날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철문/남성20명/손바닥만 한 2중 자물쇠.’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도 이 같은 상황에 홀로 놓인다면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울 겁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살기 위해 몇 단계의 반응을 보입니다. 


첫 번째는 ‘얼어붙기’입니다. 놀라면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지는 상황입니다. 곰을 만났을 때 죽은척하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두 번째는 ‘도망치기’입니다. 위협으로부터 이탈해 생존을 높이려는 방법입니다. 

세 번째는 ‘싸우기’입니다. 위협으로부터 도망치지도 못할 상황에 선택되는 상황입니다. 궁지에 몰리면 쥐가 고양이와 싸우는 상황입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이 생기면 동물은 위 방법 중 가장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 본능적으로 행동합니다. 


양씨는 위 세 가지 방법 중 어떠한 방법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광주 518 생존자가 증언합니다. 군인에게 잡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처음 든 생각은 “다만 몇 분이라도 더 살고 싶었다.” 

피해자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피해자와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누구라도 ‘살기 위해’ 같은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프레임               

위 사진 몇 장은 미디어 프레임 관련해 많이 알려진 이미지들입니다. 우리가 사진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코끼리의 눈이거나, 다리의 일부분입니다.


 아래 사진은 포로를 위협하는 사진으로도, 그리고 포로에게 물을 먹이는 사진으로 분할되어 보이며 반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사진을 촬영한 사람들은 카메라라는 기계의 특성으로 인해 대부분 1/60초 이상의 셔터 스피드로 사진을 찍었을 겁니다. 스튜디오에서 겪었던 괴로운 수많은 시간 중 사람들이 보는 사진은 최대 1/60초 정도의 극히 짧은 순간입니다. 사실 그 사진으로 맥락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습니다. 

위 이미지는 다른 테이블로 보이지만, 두 개의 테이블은 긴 변의 길이와 짧은 변의 길이가 같습니다. ‘로렐과 야니’ 사운드처럼 우리는 동일한 자극에 노출되어도 다르게 인지 될 수 있습니다. 하물며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프레이밍 된 정보를 두고 사실을 알 수 없습니다. 


2.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

:정상적인 촬영이 아니라 강제적인 상황이었다면 왜 신고하지 않았냐고 비난한다고 합니다.


피해자는 겪은 상황에 대한 대응 방법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뒤 협박을 당했습니다. 추가 피해를 우려해 겪은 일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도움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1)계약서: 계약했다면 알고 한 일이 아닌가?

대부분 사람들이 살면서 다양한 계약을 하게 되지만 많은 경우 그 내용을 세부적으로 적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은행 대출을 받을 때 깨알 같은 글씨로 쓰인 여러 장의 계약서를 사인하는데 많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만 통신사 약관은 잘 알지 못합니다. 또, 수십 곳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지만 한 번이라도 모든 약관을 읽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난 뒤에야 계약서와 약관을 찾아보게 될 겁니다. 이런 경험이 있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계약은 아마도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보게 될 겁니다. 하지만, 20대 초반 여성이 이런 ‘문제’를 경험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옆에서 웃고 있는 실장이 내민 계약서를 ‘인터넷 약관’ 보듯 어렵지 않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우리가 대부분 그렇게 사인하듯 말입니다.


프랑스에서는 10대 시절 공교육 과정에서 노동자로서의 권리에 대해 배웁니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법, 고용자의 무리한 교구에 대처하는 법, 노사 협상하는 법 등을 배우고 토론하고, 모의 상황에서 훈련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고용인이 아닌 피고용인으로 삶의 많은 시간을 살아갑니다. 본격적인 직업을 갖기 이전인 10대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경제 활동을 하지만 ‘노동’에 대한 교육은 한국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은 청소년, 20대 초반 사회 초년생의 노동문제로 접근한 해석도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3. 이후 수사는...

여성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여성 경찰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상황으로 인해 이 같은 프로토콜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능성은 낮겠지만,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피해자는 안정과 치료가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은 양예원씨 호소 동영상이 공개된 날 저녁에 작성했다. 유튜브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작은 목소리라도 응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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