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남이를 보고 있으면 이것저것 신기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하얀 장갑을 착용하고 있는 손, 발은 봐도 봐도 신기하다.
처음 만날 무렵엔.. 주먹 쥔 사람 손 모양에서 발톱이 나오는 정도로 고양이 손을생각했다. 뭉툭하고 둔하고 많은 기능을 하지 못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보면 볼수록 사람 손만큼 많은 기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먼저 위에서 보면 뭉툭하게 보이지만 바닥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뚜렷하게 다섯 개의 손가락, 발가락이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힘주어 쫙 펴면 사람 손가락처럼 쫙 갈라진다(보통 발가락 핥을 때만 쫙 편다). 사람 손가락은 두 개의 관절로 이어져 움직이고 움켜쥐는 등의 기능을 하는데 길남이 발은 사람 손가락 첫 번째 관절 정도의 기능을 하고 그 안에 숨겨놓은 발톱이 나머지 관절 기능 정도를 한다.
생긴 건 대략 그 정도인데.. 발바닥 촉감이 참 좋다. 말캉말캉 부들부들하고 따땃한 분홍 젤리. 아주 탄력 있고 부드러운 사람 살결 같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자주 만져주었는데 만져줄 때마다 생기는 규칙적인 현상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것은.. 길남이 발바닥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 간지럼을 타는 것인지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발바닥을 만지면 물린다. 쓱 만지면 콱 물린다. 그래서 슬쩍 만지고는 무는 속도보다 빠르게 피해야 한다. 느리면 물린다.
며칠 전 그 장난을 또 쳤다. 쓱 만지고 휙 도망가고, 쓱 만지고 휙 도망가고.. 두세 번 하다가 영화 보느라 잠시 잊고 있었다. 둘러보니 팔이 닿는 반경 내에서 일명 푸마 자세를 취하고 표정 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는데 콱콱 물렸다.
잠시 생각이 필요했다. 기분이 나쁠때나, 애교로 살짝 무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갑작스럽고 세게 물린 적은 없었기에...
결론은.. 길남씨는 십 분이 넘는 시간 동안 분함을 간직하고 한켠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가 복수한 것이었다.장난치고 도망가서 혼자 영화를 본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