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군대’를 세상에 내며
자정이 되었습니다. 2019년 9월 21일이 되었습니다. 다른 하루와 다른 것이 하나도 없겠죠. 저에게는 오늘 좀 다릅니다. 제가 하도 많이 말씀하셔서 모르는 분은 거의 없겠죠. 카카오페이지에서 ‘내 이름은 군대’가 선공개되는 날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궁금해하신 그 작품이 드디어 세상에 나오는 겁니다. 종이책으로 나오는 것은 좀 더 말았지만, 이렇게라도 먼저 여러분을 뵙습니다. 몇 편은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하니, 심심하면 둘러보세요. 홍보는 여기서 마무리하죠. 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10월 1일에도 마찬가지로 하려고 하지만, 너무나 긴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늘 하고 그날 하고 조금 나누어서 하겠습니다. 제가 드디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군대라는 재해가 닥친 바다에 표류해 있다가 어떤 섬에 우뚝 홀로 서 있게 되었습니다. 그 여정들은 여러모로 험난했습니다. ‘군대’라는 단어에서부터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이 나라의 남성들은 그 누구보다도 군대에 대한 허세로 가득 차 있지만, 실상은 겁쟁이에 불과합니다. 군대를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 남성입니다. 그들이 허세를 부리는 이유는 자신들이 겁먹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기 위함입니다. 저도 그렇게 살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법적으로 제가 관심병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장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굳이 그것을 여러분에게 대놓고 공개하고 다닙니다. 왜 그럴까요? 무엇이 저를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처음에는 그저 동정받고 싶어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SNS를 통해 복무 중이라도 위험을 감수하겠노라고 이야기했지만, 다른 남성들의 삶처럼 그저 겁을 숨기기 위해 그랬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저에게 불리한 모든 사실들을 여러분에게 꺼내고 공유하고 다녔습니다. 동성애자, 관심병사, 무능하고 태만한 그의 생활, 그리고 우울증. 저는 이것들을 감히 자랑스럽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창피하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저라는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분석을 위하여, 보여드릴 뿐입니다. 나는 여러분이 나에게서 무엇을 얻어갈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처럼 관심병사 출신인 걸 알지만 자신도 끌려가기에 공군 가는 법을 알려달라고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본인도 그렇게 되어 조언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저의 나약함을 바라만 보다가 마음 편히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그 모든 평가가 저에게는 유용한 분석도구가 될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나라는 사람을 완성시켜가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 있는 중간 보고서 중 하나가 ‘내 이름은 군대’ 일 것입니다. 이 책은 이미 끝난 경험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그를 괴롭혔던 현실도 생생하게 아직도 그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 압박은 무서운 겁니다. 그러나 나는 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공개해서, 더 욕하라고 소리칩니다. 과거의 기억이 아무리 불운해도 그것은 여전히 나의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렇게 나를 완성시켜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글이 되기를 강력하게 소망합니다. 나는 이 글이 사회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기를 바랍니다. 이 책이 견고한 사회라는 성에 흠집을 내어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그런 믿음 하나로 아무리 죽고 싶어도, 기억 속에 헤어 나오지 못해 좌절할 때도 버텼습니다. 이제 제가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습니다. 저는 제 감정들의 시체로 만들어진 길을 끊임없이 이곳에 왔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과거의 고통이 현재의 성공이 되는 과정으로 보이겠지만, 저에게는 아직도 제가 밟아 온 제 자신을 봅니다. 저는 그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그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앞으로 나아갸아 합니다. 여전히 군대 소식이 나오면 환장하는 반응도, 계속해서 아파하며 우울증을 키우는 이유도 단지 그것 때문일 것입니다. 다행히도 치료와 상담을 받고 있어, 이전의 비할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힘든 것이 없다고 하면 그건 그거대로 거짓입니다. 이런 저를 끝까지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준 글들을 이제야 여러분들에게 공개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글에서 희망을 찾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강렬하게 고통받기를, 우울한 기분을 겪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관심병사 이상문과 함께 저 감정의 아래로 빠지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저는 여러분을 제 특수한 상황을 이해시키려고 합니다. 새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같이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부디 이 글들을 읽고, 제가 지금 서 있는 자리로 오기를 바랍니다. 다행인 것은 저는 3년이라는 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여러분은 하루면 집중만 하면 몇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겁니다. 이제 저의 고통의 시간에 어서 오십시오. 당신을 기다립니다. 다음 이야기는 10월에 하겠습니다. 추신 :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어 생각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글에 다소 두서가 없을 수 있는 점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