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 알지 못하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화, 갑갑함을 느낀다. 뭔가가 꼬여있으나 무언인지 알지 못한 채 저녁을 맞았고, 이연 작가의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을 덮으며, 나에게 단단히 토라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영어를 잘하고 싶다. 나는 최근 등록한 화상영어 레벨테스트에서 98.9% 범주에 드는 사람이다. 나는 런던으로 여행을 가고 싶고, 가서 몇 마디라도 하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도 영어로 더 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왜 영어를 공부하지 않는가? 절박함이 없어서인가? 어렵게 등록한 화상영어도 간신히 70%만 수료하고 있다. 이런 내가 한심하니 마땅치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서 어제도 수업 취소 버튼을 눌렀더랬다.)
그 옛날 내가 술 마시고 놀 때 열공한 사람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그러니 내 옆에 영어 못하는 사람이 없는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죄다 고학력자에 영어 천재인 사람들 옆에서 그래도 밝게 내 몫을 해내는 사람이 멋진 거라고 다독이면서도, 잘해야 재밌을 텐데 대체 언제 잘해서 재미를 찾을 수 있을지 암울한 지금이다.
이런 쪼그라드는 마음일 때는 하고 싶은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다. 다만, 내일 아침에도 지금과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 ‘지금 뭘 해야 도움이 될까’를 생각했다. 간신히 찾은 답은 운동이었다. 등록해 놓고 묵어가는 클라이밍 이용권이라도 빨리 소진시켜야 했다. 애정하는 클라이밍도 언제부터인가 숙제가 되어버렸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자주 꾸준히 해야 실력이 늘고, 그래야 재밌다. 게걸음으로 억지로 몸을 옮겼다. 스트레칭만 하고 가야지, 보더링 딱 한 판만 하고 가야지 싶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재밌다. 몸이 펴지고, 힘이 들어가는 근육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니 새롭다. ‘그래 이맛이지!’를 외치며 세 판을 하고 나왔다.
집에 와서는 화상영어를 했고, 나의 티쳐 카밀라를 만났다. 석 달 전과 같이 버벅거렸으나 복습까지 끝내고 잠을 청했다. 온통 엉망인 것 같았지만, 엉망이지 않은 기분으로 잠을 청했다.
이런 글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 감추려다가, 이연 작가가 이런 비루한 감정과 모습을 견뎌야 결국은 잘하게 되고, 재미를 찾을 거라고 말해주어 힘을 낸다. 작가들은 대단하고, 고마운 사람이다.
언젠가 클라이밍장에 영국 친구가 오면 “안녕, 언제부터 다녔어?”라고 정답게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영어를 나는 언젠가는 하게 될 거라 나를 믿어본다. 그러니 지금의 만족스럽지 않은 나를 데리고, 카밀라를 만나기 전 예습과 복습을 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