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ngtake Jul 28. 2023

언어가 필요없는 언어치료의 세계

김지호 작가 : 「언어가 숨어있는 세계」

작가님의 글을 보며 작가님께 편지를 쓰고 싶어 졌습니다. 말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세상과 단절된 사람’,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를 떠올렸었습니다. 말의 힘이 참으로 무섭지요. 원하는 만큼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나 ‘말이 필요 없는 이심전심의 나라’를 그리며 18년간 언어치료사로 일해온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자꾸만 눈물이 동그랗게 만들어졌습니다.       


언어치료사가 아이들의 집과 어린이집을 방문해 만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언어치료사는 아이에게 ‘말하는 방법’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말하기 어려운 신체적 조건, 물리적 환경, 심리적 배경을 고려하여 학습 목표를 정하고 구강 마사지, 바우처 연계, 양육자 상담까지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정을 방문하니 아이의 상황을 좀 더 분명히 알게 되고, 양육자와 소통하며 아이에게 일관된 자극을 주기 위해 협력하고, 치료를 받는 것은 아이들이지만 그 결정은 양육자가 하는 것이라 양육자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나보다 더 능력 있는 치료사를 만났다면 아이들이 더 빨리, 잘 나아질까 자책했다는 작가님의 글을 보며 저를 보았습니다. 저도 성폭력 피해 이후 매주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담을 위해 방문하는 내담자를 보며 기도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내담자가 상담을 취소해 주기를 바랐고, 나 같은 무능한 상담자가 내담자의 시간과 여력을 뺏는 것은 아닌지 자책했고,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은 가끔 자책하면서도 늘 마지막 글은 ‘그래도 우리가 나누었던 시간’에 대해 썼습니다. 수업 전 아이가 흥미를 느낄만한 장난감을 고르고, 그게 통하면 기뻐하고, 함께 마트에 가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해질녘 그 풍경을 기억하는 작가님을 보며 그 다정한 시간이 얼마나 단단하게 아이들에게 기억될지 전 글을 따라가면서 행복했습니다.       


누군가 내 아이를 위해 자신의 전문성에 사명감으로 맡아주는 이가 있다면 양육자는 얼마나 든든할까 싶었습니다. 아마 행운이라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스물다섯 명의 아이에게 작가님은 마지막 얘기를 전했죠. 전 이 문장에서 목이 바짝 섰습니다.

“씩씩하렴.”     


그리고 저도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등장하지 않는, 작가님을 만난 혹은 만나지 않은 잘 말하지 않는 아이들의 귀여운 웃음을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씩씩하렴. 기도할게.”


그리고 작가님 완전 멋집니다!

(이 말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 NTC : 채찍을 선호하는 학생에게 권하는 운동 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