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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Jun 26. 2019

[7] 안민석 : 오만한 자의 오산 농락

- 일반인 시선의 정치사회 에세이 "우리는 개돼지가 아닙니다"

<출처 : 데일리메디>
"(허가를) 취소를 시켰는데도, 병원장이 소송을 하게 되면 특별감사를 실시해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
"소송 들어오면 어떡할거냐? 그러면은 그 병원장은 일개 의사로서, 한 개인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 병원장은 삼대에 걸쳐 가지고 자기 재산을 다 털어놔야 됩니다. 소송하라 그러십시오. 그 대가를 치르게 해 드리겠습니다"
"소송하기만 하라 그러세요. 절단을 내 버릴 겁니다"
"근데 (폐쇄병동 안에는) 안 들여보내 주더라고요. 그거는 함부로 못 들어간다고 안 열어주더라구요. 그래서 윽박질러서, 직원을 비틀어서 열어라!"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지역주민 공청회 자리에 참석하여 내뱉은 막말들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을 듣고, 단 한 글자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 적은 내용들이다. 그래 맞다. 여러분들이 TV에서 많이 보셨을 대한민국 4선 국회의원, 안민석 의원이다.


본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병원은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평안한 사랑병원'이다. 오산시에서 18년 동안 정신과의원을 운영했던 이 부원장이 가족들과 함께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설립한 곳으로, 오산시는 지난 4월 23일 소아청소년과/내과/정신건강의학과/신경과 등 4개 과목 140병상 규모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가했다. 140개 병상은 정신과 폐쇄 병상 126개, 개방 병상 14개로 이뤄진다고 보고하였으며, 의료법과 정신건강 복지법의 시행령에 따른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


(1) 전체 정신과 병상에서 10% 이상이 개방병상일 경우, 일반 병원으로 개원할 수 있다.

(2) 입원환자 60명당, 전문의 한 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병원은 전체 정신과 폐쇄 병상 140개 중, 10% 이상에 해당하는 14개의 개방 병상을 갖췄으므로 기준을 충족한다. 이 부원장이 기존에 운영하던 정신과의원 환자수는 약 40명이며, 그는 전문의 자격을 갖춘 자이므로 2번 기준 역시 충족한다. 사실상의 정신과 전문의원으로 판단될 여지는 있으나, 법적으로 모든 법규와 시행령을 준수한 '적법한 병원'임에는 틀림이 없다. 병원 개설 허가 권한은 보건소에 있으며, 오산시 보건소는 당시 해당 병원이 기준에 부합하는 요건들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했기에 개설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평안한 사랑병원'의 개설 허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접 만난 안민석>

하지만 4월 말, 오산시 보건소를 통해 사실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 의원이라는 것을 알게 된 오산시 주민들이 병원 허가취소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의 불만 수위가 높아지자, 오산시 보건소는 5월 1일 보건복지부에 해당 병원 방문을 요청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자신의 내년 총선 표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오산시 국회의원인 안민석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인다. 그는 5월 1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접 만나 '상식과 정의 실현 촉구'와 함께 '평안한 사랑병원' 허가취소 및 폐쇄를 직접적으로 요구하기에 이른다. 지역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공권력을 행사하여 압박을 가한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인 5월 17일, 보건복지부는 2008년의 유권해석 사례를 들며 '전문의 추가 충원 명령'을 내린다. '입원환자 60명당 1명의 전문의' 조건은 적절하지 못하며, '병상 60개당 1명의 전문의'가 적절하다고 유권 해석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140석의 병상을 보유한 이 병원은 3명의 전문의를 보유해야 할 의무가 생겨버렸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병원 개설 허가를 득한 병원에 느닷없는 '시정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2명의 전문의를 충원하며 시정명령을 이행한다.


<출처 : 메디파나/5월 17일 공청회 모습>

하지만 5월 17일, 세교동에서 열린 공청회에 지역구 의원인 안민석과 오산시장 곽상욱이 참석하면서 논란이 크게 확대된다.

이 날 곽상욱 시장은 '해당 병원이 다시 요건을 갖춰 재신청을 하게 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시 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고, 다시 요청한다 해도 받아주지 않을 거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미 그들은 이 병원을 폐쇄하겠다는 결론을 내려놓았던 것이다. 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허가가 난 병원과 이 문제를 협상할 생각도, 법치주의에 입각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합의를 도출해 낼 마음 자체가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안민석 의원의 태도는 정말 가관이었다. 아무리 막말 논란을 자주 일으키는 국회의원이라지만, 도를 넘어섰다. 한 번에 수많은 막말을 쏟아내고, 자신과 자신의 뒤를 든든히 지키고 있는 '권력'이라는 것을 이렇게 대놓고 드러낼 수 있는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입부에 적었듯이, 그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말들을 쏟아내었다.

병원장이 '소송을 걸기만 해도' 일개 의사로서, 한 명의 개인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절단을 내버리겠다고도 했다. '내가 대한민국 여당 국회의원인데, 일개 국민 한 명 병신 못 만들 거 같냐?' 난 이렇게 들렸다. 한술 더 떠 '3대에 걸쳐 가지고 자기 재산을 털어놔야 된다'는 앞뒤도 없고, 논리도 안 맞는 정신 나간 소리를 마구 늘어놓았다.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도대체 이 문제를 두고 개인의 3대에 걸친 재산을 왜 뜯어내려고 하는가? 사유재산 따위, 우리들의 정의로운 논리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내가 제일 충격받았던 것은 저런 수준 이하의 말을 늘어놓는 안민석에게 "맞습니다!"라는 추임새와 끊임없는 박수를 보내주던 오산시 주민들의 모습이었다.

녹취록이 잘못된 게 아닌지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지금 안민석이 늘어놓는 상식 이하의 수준 낮은말들이 언젠가 당신들을 향해 쏟아질 수도 있다. 저 병원장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오산 시민의 한 사람이다. 그는 적이고, 안민석은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가? 제발 환상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당신이 안민석의 심기를 거스르게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그는 당신에게 저 이야기들을 똑같이 쏟아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아무리 당신의 의견을 대변해주고 있다 하더라도, 잘못되고 부적절한 언사들은 반드시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 더욱이 이런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일 때는 더 세게, 더 강하게 비난을 쏟아내야 할 것이다.


심지어 그는 충분히 허가를 취소할 수 있으나, 이에 대해 병원장이 소송을 내면 병원장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봐 쉽게 취소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은 병원장이 '자진 폐업' 해주기를 바랬는데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


이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마도 병원장이 소송을 내면 허가 취소가 될 것 같지 않으니, 병원장 스스로 폐업하는 쪽으로 유도를 했다는 뜻인 것 같은데 이게 얼마나 심각한 권력남용인가? 법에 따라 소송을 내면 본인들이 질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건데, 그럼 적법한 절차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아닌가? 법의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지고 잘못되었다고 생각되었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이 법을 개정하는 안을 발의하면 될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4선 국회의원의 서슬 퍼런 권력의 칼을 병원장의 목에 대는 것이 그 잘나신 의원님의 도리인가?


<출처 : 시사인>

안민석의 막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민석 의원은 2015년 8월 22일, 부안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열린 오산지역 호남 향후회 자리에서 당시 김종규 부안군수를 향해 "노래를 부르면 부안군 예산 1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김 군수는 여러 차례 거절하였으나, 당시 예결위 간사였던 안 의원의 거듭된 요구에 부안 출신 가수 진성의 '안동역에서'를 불렀다.
안민석 의원은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테니스협회 곽용운 회장에게 질의하며 "테니스계에 '듣보잡' 곽용운이라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곽 회장은 "듣보잡이라고 하셨습니까? 제가 잡놈입니까?"라고 즉각 따졌으나, 안 의원은 "국회를 모독하는 건가", "증인의 오만한 태도를 감당할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의 '윤지오 사태'까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감이 오지 않는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안 의원이 도대체 왜 이런 막말을 쏟아내는지, 왜 이렇게까지 문제를 만드는지에 대한 답이 쉽게 나온다.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지만, 그들은 이미 결론을 내렸다>

나는 '평안한 사랑병원'의 허가취소를 요구하는 오산시 주민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병원의 소재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 있고, 주민의 연령층이 대체로 젊은 편으로 어린 자녀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지역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가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해당 병원이 10%의 개방병상을 갖추지 못했다면, 일반병원으로 개설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애초에 건립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알고 있다. 아마도 쉽지 않겠지만 병원과 지역 주민들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협의점을 도출하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협의를 이뤄내는 것이 가장 좋은 결론이 되리라 생각한다. 최근에 자주 이슈가 되는 조현병 등 주민들이 불안함을 느낄만한 환자의 진료는 아예 보지 않는다던지, 치매 환자들만을 전문적으로 진료한다던지와 같은 방법 말이다.


내가 다루고자 했던 이 문제의 본질은, 법규를 준수하고 적법한 절차를 통해 개설 허가를 득한 병원에 대해 한 국회의원이 정치적 압력을 행사했다는데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병원 설립 허가 취소를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 자신의 지역 내 시민의 한 사람을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협박하고 3대에 걸친 전 재산을 다 털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소송을 걸기만 해도 절단을 내버리겠다고 몰아세웠다. 병원장과 환자의 가족들의 동의 없이는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폐쇄병동에 들어가기 위해 직원을 윽박지르고 팔을 비틀기도 하는 이 사람이, 오산시에서 내리 4선을 지낸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다.


오산시민들은 안민석 의원에게 4번이나 자신들의 지역을 맡겼다.

이제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고, 그는 벌써 5선을 내다보고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 그가 정말 오산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참된 일꾼'인지, 권력에 취해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르는 '오만한 권력자'인지는 오산시의 현명한 유권자들이 가려내 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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