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인 시선의 정치사회 에세이 "우리는 개돼지가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극렬한 좌우의 싸움, 이념 대립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9년을 통해 우리는 좌우 진영의 치열한 싸움을 똑똑히 지켜봤다. 2017년 박근혜 정부는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끝내 실패한 정부가 되었고, 예정보다 빠르게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다시 한 번 거대 양당의 한 축에게 41%의 표를 주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이 시도했던 이른바 '제3 세력의 등장'을 코앞에 두고 안철수는 끝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2019년 대한민국에서 등장하는 주요 키워드는 '5.18' '독립유공자' '빨갱이' ' 토착왜구' '독재자' '북한' '친미/친중/친일/종북' 등, 보수와 진보의 싸움을 부추기는 것들로 도배가 되었다. 이 글을 쓰기 전 날인 바로 어제도 대통령은 현충일 기념사에서 굳이 '약산 김원봉 선생'의 독립유공자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그것이 옳고 그르냐는 문제를 떠나 누가 봐도 보수진영에서의 반발이 예상되는 소재를 대통령이 꺼낸다는 것 자체가, 현 대한민국의 이념전쟁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우리나라 국민들도 분열에 분열을 거듭했고, 더 나아가 서로를 혐오하고 배척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서로가 극우,극좌의 탈을 쓴 괴물로 변해버렸기에, 이제 지인들과의 건강한 정치 토론은 꺼내기조차 힘든 소재가 되어 버렸다. 어쩌면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격렬한 좌우 이분법적 사고라는 파도에 휩쓸려 자기도 모르는 새 표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다수의 국민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비난하며, 국가의 정치/경제/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조차 결여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이 추구하는 정책과 사상은 무조건 옳고, 반대편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무조건 틀렸다고 비난한다. 그뿐인가? 심지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비난하는 의견이 나오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그를 옹호하기 위해 노력하며, 원하는 흐름이 되지 않으면 서로의 과거 대통령을 소환하여 '누가누가 더 낫네' 논쟁으로 격화시키기도 한다.
모든 정치인들은 권력자이자 기득권층이다.
그들은 온갖 방법과 수단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필연적으로 그들을 지지하는 지지층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국민들을 이용한다. '그들'이 '우리'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거니 받거니 권력을 독점하는 정치인들을 향해 맹목적인 지지를 쏟아내고, 그들을 대신해 불특정 다수와 싸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들의 지배를 당하는 개돼지가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제 국민들이 변화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가 정치인을 이용해야 한다.
사전적으로 '지지하다'는 '어떤 사람이나 단체 따위의 주의/정책/의견 따위에 찬동하여 이를 위하여 힘을 쓰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서 힘을 쓸 하등의 이유조차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사상에 따라 '선호'한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호하는 정치인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잘못된 정책을 펼치거나 국가와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일을 한다면 과감하게 손절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부적절한 일을 저지르거나, 국민들을 비하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정치인은 너무 많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생각은 당연히 다른 것이지만,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교환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욱 발전된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며 이를 정치인에게 더욱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의 요구에 맞춰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치인들은 권력을 쟁취하는 꿈을 꾸지만, 국민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행복한 꿈을 꾼다. 국가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나와 내 가족이 더 행복해질 미래를 위해 국가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시리즈는 정치,사회 전반에 걸친 이슈를 일반인의 시선에서 쉽고 편안한 에세이 형식으로 연재할 것이다.
필자의 경험과 생각을 잘 버무려 쉽게 잘 읽히는 내용이 되도록 노력하겠지만, 그 안에 품고 있는 의미만큼은 무겁고 진지할 것이다. 정치를 바라보는 특유의 '날 선 시선'만 내려놔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