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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은 Mar 31. 2024

면접관에게 지적받아도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

하지만 무너질 수 없지


1. 나... 떨어지는 건가?


제가 지원했던 공공기관에서는 면접이 2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 면접은 논술, 개인PT발표 등을 하루종일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어진 사료집을 읽고 제한된 시간 안에 방안을 고안하여 각자 나눠준 큰 종이에 발표자료를 만든 뒤,

면접관과 같은 조인 지원자들 앞에서 발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것이 개인PT 시간이었습니다.


사료집의 내용은 참으로 방대했습니다. 여러 주체와 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있어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에도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나름의 전략을 세웠습니다.


'전체를 다 아우르려고 하면 망하겠다. 차라리 이 중에서 자신 있는 토픽 하나 골라서 하자.'


팔 아픈 줄도 모르고 아슬아슬하게 발표자료를 완성하여 자리에 착석했습니다.

순서를 기다리며 다른 조원들의 발표를 듣는데, 다들 너무 잘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가장 마음에 걸렸던 '다 아우르는 것'을 저를 제외한 모두가 해낸 것을 보고 위축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차례가 되어 떨리는 마음으로 앞에 섰고, 다행히 제한시간 내에 준비한 발표는 모두 마쳤습니다.

질의응답 시간. 한 면접관님이 말씀을 시작하셨습니다.


"발표한 내용이 엄청 세부적인데, 그... 너무 세부적이라 주어진 주제랑 동떨어진 느낌이 드네요. 다른 것들도 많았는데 이 주체에 대해서만 딱 찝어서 방안을 제시해서요."


정말 아찔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내내 마음에 걸리던 부분을 면접관님이 탁 꼬집었으니까요.

순간 '아...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반박하거나,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겠다는 생각도 못하고 그저


"부족한 부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답할 뿐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답변했는지 잘 기억도 안 납니다. 실제로 제 복기록을 보면 '기억이 안 남...'이라고 써있네요. 뜬구름 잡는 답변만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면접관님이 긍정적으로 피드백해주시기도 했지만, 저는 귀에 크게 들어오지 않았고 그저 감사앵무새가 되어있었습니다(...)

특히 더 걱정했던 이유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던 면접관님이 정가운데에 앉아있어서 저는 그분이 대장이라고 확신했고, 그 피드백을 들은 다른 면접관들의 점수에도 영향이 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 나... 합격했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합격자 발표날, 저는 기대 반 무서움 반의 마음으로 합격자 조회를 했습니다.

결과는 '합격'.


사실 다른 조원들 중 저처럼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분은 한 분도 없었고,

우리 조 5명 중 2~3명이 합격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는 떨어지는 2~3명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어떻게 합격하게 되었을까요?

아래와 같은 이유들을 추측해 봤습니다.

(1) 피드백을 받았을 때 부정적으로 반박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인정함
(2) 너무 세부적이긴 했지만 뜬구름 잡거나 동문서답이지는 않았던 발표 내용
(3) 오히려 구체적이라서 이해하기 좋다고 생각한 의견
(4) 발표 주제에 내 이미지가 담겨있어 기억에 남을 수 있었음
     : 제가 겪어온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었기 때문에 배경을 잘 알고 있었고, 이 부분을 면접관들이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
(5) 일관성을 위해 질문이 들어오면 최대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함
     : 면접관의 피드백에 관계없이 원래 그런 성향이라는 것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기 위함


제가 속에 있던 면접조는 마지막에 "오늘 본 모든 조 중에 이 조가 가장 잘했다."라는 의견을 들었을 정도로 쟁쟁했습니다.

그 안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듣고도 제가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제가 발표했던 내용은 완전히 틀리지 않은 이상 면접관의 '취향'을 탈 수밖에 없던 방식이었고,

4명의 면접관의 취향이 모두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그 피드백에 맞춰 저를 바꾸지 않고

계속 일관되게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이 다행히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면접관과 나의 궁합은 '운'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게 불운이던 행운이던, 면접관의 스타일에 너무 휘둘리게 되면 내 스타일과 이미지를 잃게 되고,

이것이 결국 나의 일관성에 빨간불을 켤 수 있기 때문에 그 순간순간에 너무 흔들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결국, 모든 면접의 과정은 나의 본질적인 모습 자체를 '마케팅'하는 것이니까요.


모든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 뽑아보자면, 저는 '일관성'을 뽑겠습니다.

여러분도 신이 일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본질'에 대해 많이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없던 싸가지가 면접 가면 생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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