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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고미 Aug 25. 2023

46. Göteborg

스웨덴의 제 2의 도시, 예테보리 여행:)

이상하게 매년 8월이면 우린 예테보리 여행을 다녀오는 거 같다.

북유럽의 여름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그렇게 미친듯이 더운 건 아니라서

여름엔 다른 나라로 여행가는 것보다

그냥 스웨덴 국내나 가까운 이웃나라로 여행을 가게 되는 거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테보리로 떠난 우리의 짧다면 짧지만 적당했던 2박 3일 예테보리여행. Göteborg예

기차시간에 맞춰서 센트럴 기차역에 도착했다.

여행자 중 바이올린 켜는 사람이 있어서 기차역의 배경음악이 참 좋았다.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지만 듣는 건 언제나 좋은 거 같다.


우리가 예약한 기차는 한국의 KTX처럼 빠른 기차여서

보통 기차로 스톡홀름-예테보리가 4-5시간 걸리는 데 비해

3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여정이었다.

기차 내부엔 식당도 있었는데 우린 집에서 밥을 먹고 와서 따로 사먹진 않았다.

우리가 예약해 둔 예테보리 호텔

신축이라 좋았지만 위치가 살짝 애매했다.

기차역에서 페리선착장으로 가서 페리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구역에 있다.

아님 삥 둘러서 버스나 우버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그런 새로 개발하는 구역에 위치한 곳.

주변은 한창 공사중인 건물들이 많아서 황량한 느낌도 들었다.


클라리온은 스웨덴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호텔체인이다.

나름 고급호텔을 지향하는 곳이라서 인테리어나 어메니티가 좋은 편.

저녁 늦게 도착해서 배정 받은 방은 4층... 한가운데.

처음엔 몰랐다. 우리방에 창문에 없는 줄...

복도로 둘러쌓인 방이었다.

그런데 이 날 기차의 여독때문이었을까

내 몸 상태가 좋지 못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뻗어야 했기에 방을 바꿀 생각도 못하고 그냥 잤다.

다음날 아침

다행히도 몸이 좋아져서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스웨덴의 대부분 호텔들은 조식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추가요금을 내고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무조건 방값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조식을 먹지 않는 우리 남편도 그냥 본전생각하고 같이 내려가서 먹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호텔 조식이 좋았어서 만족했던 부분:)

우리가 조식을 먹으면서 바라보는 뷰는

물가에 호텔 문 앞...ㅎㅎ

조식먹으면서 커피를 마시긴 했지만 성에 차지 않아서

맛있는 커피를 먹으러 호텔 근처 로스터리카페에 갔다.

여긴 예테보리에 살았던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 된 곳.

이미 유명해서 예테보리나 스톡홀름까지도 이 곳 원두를 쓰는 카페가 종종 있다.

온라인으로 커피를 구매할 수 있지만 온 김에 커피원두도 하나 골라서 같이 샀다.

왼쪽은 남편이 고른 라떼

오른쪽은 내가 고른 플랫화이트

우유폼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는 데 진짜 맛있는 커피를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아침부터 커피로스팅이 한창이었어서 냄새도 어찌나 좋던지.

이곳 커피가 예테보리 여행 중 먹었던 커피 중 단연 으뜸이었다.

산미없는 원두를 골라서 갈아서 샀다.

에스프레스용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우린 집에서 브루드머신으로 내려 먹을 거라서...ㅎㅎ

총 2박 묵었는데 2박을 모두 창문없는 방에서 지내긴 너무 우울할 것 같았다.

안그래도 유럽 조명은 간접등이라서 밝지도 않은데 채광도 없으니까 어찌나 동굴같던지...

남편이 로비에 말해서 방을 바꿨다.

안되면 어쩌지 걱정도 했는데 흔쾌히 바꿔줘서 오히려 고마웠다.

방 크기는 살짝 작아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채광이 있어서 좋았다.

방을 바꿔 놓고 다시 밖으로.

최근 예테보리에 생긴 빌딩인가보다.

작년에 왔을 땐 못 본 거 같은데

이번 여행에선 이 빌딩이 어디에서나 보였다.

아직 만들고 있는 중인 거 같은데 무슨 빌딩인지 궁금했다.

이렇게 생긴 페리를 타고 우리가 묵는 곳과 센트럴을 이어주고 있었다.

앞에 오렌지색 깃발이 달린 페리는 돈을 내고 타는 거

초록색 깃발이 달린 페리가 무료로 탈 수 있는 거.

페리 내부

여긴 여행객이면 꼭 들리게 되는 예테보리의 대표 빵집

Brogyllen

이미 딸기 시즌이 끝난 걸로 알았는데

여긴 아직도 딸기 케이크가 많았다.

작년에 먹어봐서 이젠 별로 궁금하지 않았기에

따로 사먹진 않고 쇼케이스만 잠깐 구경하고 나왔다.

항상 사람이 많아서 못 앉을 수도 있는 그런 곳.

이것때문에 예테보리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차를 파는 가게이다.

예테보리 시내 가장 큰 쇼핑몰에 있다.

매년 여기서 차를 한가득 사간다.

점점 양이 많아진다는...

기본 차도 있지만 이 가게에서만 파는 블랜딩차가 있다고 한다.

나는 그냥 남편이 산 차를 같이 마시는 정도라서 따로 원하는 걸 사진 않았다.

주로 녹차, 백차를 사는 편인 거 같다.

실내 시장구경하다가 만난 사슴고기 햄, 소시지.

남쪽 스웨덴에선 잘 보기 힘든 건데 팔고 있었다.


시내 곳곳에 있었던 예테보리대학교건물

여기가 본관인 거 같았다.

스웨덴은 한 대학교가 한 곳에 모여 있는 게 아니라

과별로 뿔뿔히 흩어져 있는 느낌이다.

캠퍼스라는 느낌보단 그냥 시내 여기저기에서 알아서 자기가 수업들을 곳을 찾아서 가는 느낌?

걷는 걸 좋아하는 우린 도시 이곳저곳을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공원에서 쉬고 그렇게 여행을 한다.

뭔가 심심할 수 있는 여행스타일이지만 우린 이게 좋다.

간식으로 사먹은 가게 아이스크림.

이거 하나에 5천원가까이 냈지만 맛은 딱 그냥 공장맛 딸기아이스크림...ㅎㅎ

평점 좋은 카페를 찾아갔다.

남편한테 미리 1일 2카페를 하겠다고 선언했기에

오후에도 카페를 하나 더 들렀다.

스웨덴 카페들은 문을 일찍 닫아서 좀 서둘러야 한다.

야외엔 사람이 많았지만 실내엔 한산한 편이라서 빈자리를 찾아 앉을 수 있었다.

옆에 손님인지 친구인지 모르겠지만

수다떠느라 우린 안중에도 없었던 주인...

사람냄새 나는 건 좋은데 너무 정신이 없었다;;

나는 브루드커피를 남편은 라떼를 시켰다.

같이 먹을 치즈케이크와 함께.


커피맛은 별로였지만 케이크가 맛있었다.

그런데 남편은 주인의 응대에 이미 기분이 상했었나보다.

손님이 기다리는데 앞에 세워두고 관심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스웨덴에서 보기 드문 치즈케이크스타일인데

기대하지 않았던 디저트가 맛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던 곳.


조식을 든든히 먹고 점심을 건너뛰었기에

저녁을 좀 일찍 먹으러 갔다.

재작년에 먹어보고 인상깊어서 다시 온 햄버거가게.

햄버거가 메인이고 거의 펍 같은 곳이다.

저녁영업만 한다.

그래서 가격대가 좀 센 편.

우리도 야외 자리에 앉았다.

남편이 시킨 블루문 맥주.

내 입엔 그냥 그랬다.

버팔로윙 홀사이즈랑

the bigger brother이라는 이름의 버거, 더블패티로 업그레이드

사이드로는 토마토샐러드를 골랐다.


여기 버거 이름은 매년 바뀌는 거 같다.

우리가 먹었던 이름이 없어서 아쉬웠다.

더블패티로 주문하면 50kr를 더 추가로 내야 한다. 약 6천원 정도를 더...

이 버거는 3만원이 넘는다;

기대없던 이 토마토샐러드가 맛있었다.

향신료가 향긋했고 상큼했다.

버거나 윙을 먹고 느끼했던 입과 속을 달랠 수 있었다.

이게 여기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메뉴였다.

그런데 이것도 좀 변했는지 처음 먹었을 때보다 감흥이 덜했다.

그리고 오버쿡되었는지 살이 매말랐었다...

맛있게 먹었지만 가격도 비싼편이고 맛도 처음과는 좀 다른 느낌이라

다음번엔 다른 식당을 찾아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북유럽의 여름은 낮이 길어서 좋다.

이미 하지가 지난 8월이라 낮의 길이가 줄고 있지만...

그래도 오후 7시, 아직은 밝았다.

페리가 끊기기 전에 다시 호텔이 있는 곳으로 넘어갔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열기구.

여기도 이렇게 열기구를 타는 지 몰랐다.

마지막날 조식.

조식으로 먹은 빵이 참 맛있었고 스무디도 맛있었다.

왼쪽은 남편 접시인데 크레이프처럼 얇게 부친 저게

바로 스웨덴식 팬케이크다.

크림과 잼을 같이 먹는다.

전형적인 스웨덴 팬케잌접시... 난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먹지 않았다.

난 퐁신퐁신한 아메리칸식 팬케잌이 더 좋다.

체크아웃하고 짐을 맡겨 놓고 오전 카페를 즐겼다.

여긴 샌드위치나 샐러드가 메인인 곳이라 디저트가

이 까놀리 뿐이었다.

우리나라 전병같은 것에 안에 크림을 넣은 건데

엄청 달고 찐득했다.

정신이 번쩍 뜨이는 맛!

피스타치오로 골랐는데 피스타치오맛은 거의 못 느꼈다.

여긴 바로 래디슨블루 호텔 옆 카페.

래디슨블루호텔에 묵었을 때 여기 카페를 가보고 싶었는데

그 당시엔 휴가중이어서 못 가보다가 이번에 드디어 가보게 되었다.

다음엔 여기 주력메뉴인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먹어보는 걸로...

또 공원에서 쉬다가

점심은 한식!

예테보리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점이 없었다가

작년인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한식집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린 점심시간에 가서 점심메뉴를 먹어야 했는데

요일별로 바뀌는 점심메뉴 1개에 항시 먹을 수 있는 비빔밥 1개를 시켰다.

고를 수 있는 폭이 좁아서 좀 아쉽지만

그래도 현지인이나 외국인(내 기준)들이 한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김치도 먹고 싶어서 사이드로 40kr주고 시켰다.

비빔밥이 먼저 나왔다.

국은 셀프로 먹을 수 있었다.

한국 물가로는 비싼 편이지만 스웨덴 물가로는 무난한 가격의 비빔밥.

143kr, 약 1만 8천원

비빔밥을 먹고 있는데 요일메뉴였던 매운닭볶음이 나왔다.

가격은 비빔밥과 동일.

닭갈비 덮밥같은 느낌이었다.

한국인 아주머니와 스웨덴인 남편이 운영하는

분식집느낌의 가게였다.

점심시간이라 엄청 바빠보이셨는데

우리한테 와서 맵지 않았는지 물어봐주시고

관심가져 주셔서 좋았다.

아마도 내가 유일한 한국인 손님이었던 거 같은데

아주머니 말로는 이 가게에서 한국말 하는 사람이 아주머니뿐이라고...ㅎㅎ

조금 더 얘기하고 싶긴 했지만 다른 손님들을 응대하고 계셔서

인사도 못하고 나와야 했다.


집밥스타일로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오랜만에 남이 해 준 한식이 좋았다:)

관광객이라면 꼭 지나는 거리, 하가

왜 유명한지 모르겠는데 그냥 관광지다...ㅎㅎ

스톡홀름의 감라 스탄 같은 곳.

여기선 불라 사이즈가 정말 크다.

맛도 좋고 크면 좋을 텐데

비주얼이 썩 먹고 싶은 거 아니라서 그냥 밖에서 구경만;;

한참을 도시 이곳저곳을 걷다가

카페 mr cake로 왔다.

페리 타는 곳 바로 근처라서 위치가 좋다.

그리고 내부가 넓어서 좋다.

여긴 사실... 스톡홀름에도 있는 체인이지만

막상 스톡홀름에선 잘 안 찾는 카페라서 그냥 들어왔다.

내가 시킨 레드벨벳케이크

남편이 시킨 키라임파이

당 섭취를 위해서 1인 1케이크로 먹었는데

이거 먹고 너무 당을 많이 섭취해서 저녁도 건너 뛰었다.

비주얼이 참 강렬하다.

남편말로는 맛이 엄청 인상적인 곳은 아니고

그냥 인스타 비주얼이 특징인 곳이라고.


먹고 쉬다가

페리타고 호텔에서 짐을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 기차타러...


그런데 역시나 우려했던 일이 생겼다.

기차시간이 지연된 것.

원래 타려던 기차가 저녁 8시 24분 기차였는데

앞 기차가 문제가 생겨서 도미노로 같이 지연되었다.

8시 40분이었다가... 45분이었다가...

9시 25분으로 지연되었다.

밤이다...

스톡홀름 도착시간도 덩달아 지연되었다.

원래는 밤 11시 반 도착예정이라서

그래도 지하철타고 집에 가도 되겠다 했는데


결국 예테보리에서 기차가 출발한 시간은 9시 34분.

안내방송에서는 '조금의 지연'이라는 농담조로 설명이 나왔지만

70분 지연이 조금이라니요...

항상 예테보리에 오면 이런 일이 생긴다.

그런데도 매년 찾는 우리가 참 어이가 없긴하다;;

새벽 1시가 넘어서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야밤에 스톡홀름 센트럴은 오랜만이다.

택시가 많았고 술에 취했는지 뭐에 취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사람도 꽤 있어서 좀 무서웠다ㅠ

우린 우버를 불러서 타고 집으로...


2박 3일 여행이었는데 어쩌다보니 3박같은 그런 느낌의 여행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무사히 잘 다녀와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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