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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봉 잡서 Jun 30. 2023

별다를 것 없는 직장 생활 이야기

외국계 기업의 장점 

직장 생활 횟수를 세어보니 거진 30년이 다 되어간다. 정확하게는 만 27년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이다. 철없을 시절에는 직장생활 30년쯤 하면 임원 달고 승승장구하다가 은퇴 준비할 때쯤 될지 알았는데. 허허. 은퇴는개뿔, 이제 애가 초6이니 갈 길이 멀다 못해 2억 광년쯤 더 달려가야 할 듯하다.


나의 직장생활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국내 L 모 대기업 계열 시스템 통합(SI: System Integration) 기업에서 20년, 독일계 ERP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5년, 미국계 클라우드 회사에서 1년 조금 더 다니고 있다. 회사의 명성과 브랜드 네임은 뒤로 갈수록 커지고 있긴 한데 나의 자존감은 점점 쪼그라든다. 아, 인생이여... 신세 한탄은 다~음 글에서 하도록 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분들이나 이직을 한 번도 안 해 보신 분들, 대기업, 외국계 기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진 분들을 위해 나의 쇠퇴해 가는 기억력을 최대한 되살려서 소소한 팁들을 드려 보고자 한다.


외국계 기업의 장점

장점 1. 높은 연봉

나는 지금 흔히들 이야기하는 빅테크 기업에 다니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연봉도 꽤 높다. 세전으로 치면 6년 전 퇴직한 국내 대기업의 x배 이상? 그렇다고 이 회사에서 임원이나 뭐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실무 담당자(IC: Individual Contributor)인데도 연봉을 그 정도 받고 있다. 


장점 2. 자유로운 출퇴근 문화 

연봉은 확실한 장점이고, 그다음 장점을 꼽자면 자유로운 출퇴근 문화? 내 경험 상 확실한 자유근무제를 하려면 자기 자리가 없어야 한다. 지금 회사도 그렇고 이전 회사도 그랬다. 자기 자리가 없으니(이전 회사에서는 심지어 대표이사도 자기 방이 없었다.) 아무 층이나 아무 자리나 자기가 원하는 곳에 앉을 수 있고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내 출근 여부를 잘 알기가 어렵다(물론 나는 나이 든 아저씨니까 이 자리 저 자리 옮겨 다니기 귀찮아 항상 같은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온/오프라인 병행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지원이 잘 되어야 한다. 회사에 오면 아무 회의실이나 가서 노트북만 꽂으면 화상 회의가 가능해야 하고 나는 어디에 있던 화상 회의 솔루션을 통해 회의에 참석할 수 있어야 하고. 물론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석했다고 해서 어디 있냐고 묻지 않는 것은 불문율.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정국이다 보니 일주일에 며칠 이상 출근하라는 제도가 생기기는 했지만 이것 역시도 모든 직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내근직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는 사항이다. 


장점 3. 수평적 분위기

세 번째 장점으로는 위, 아래가 별로 없다는 점? 편의상 국내 기업과 비슷한 부장, 이사, 상무, 전무, 사장 등의 호칭을 대외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대부분이 님, 파트너 등의 호칭으로 통일해서 부르고 있다. 여기서 잠깐 이전 회사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국내 기업에 있다가 처음 외국계 기업으로 옮기고 나서 대표이사가 참석하는 회의에 나의 Second Line(차상위) 매니저와 함께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 회의에는 신입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한 십여 명 참석했던 회의였는데 일단 나는 호칭 문제가 껄끄로워서 최대한 발언을 삼가고 도대체 대표이사를 다들 뭐라고 부르는지(진짜 파트너님이라고 일괄적으로 부르는지) 지켜보고 있었더랬다. 결론은? 역시나 나이 따라간다는 거였다. 나의 Second Line 매니저는 50대 후반 이셨는데 역시나 "대표님"이라고 극존칭을 쓰셨고 신입사원은 대표이사 성함에 파트너님을 붙여서 아주 자연스럽게 회사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었다 (물론 나는 작은 마음이니까 이 회의 이후에 "대표님"이라고 깍듯이...). 아무튼 호칭뿐만 아니라 실제로 의견 교환이나 대화도 (일부 권위적인 분들을 제외하고는) 국내 기업에 비하면 한결 부드럽고 자유로운 편이다.   


장점 4. 스마트한 직원들

마지막 장점으로는 직원들의 수준이다. 확실히 크고 유명하고 들어가기 힘든 회사일수록 스마트하고 성실하면서 언어도 능통한 직원들이 많은 것 같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친구들에게 들어보면 엠쥐 세대와 갈등도 많고 다소 평이하지 않은 아랫분들이 많은 것 같던데 지금 회사의 젊은 사원들을 보면 가끔 아, 이래서 나이 든 사람들이 점점 필요 없어지는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빠른 업무 습득 능력과 열정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다 그렇지는 않지만 나보다 선배이신 분들도 확고한 철학과 실력, 리더십과 멘토링 능력을 지닌 분들이 오늘도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노무 IT 바닥은 눈을 감았다 뜨면 배워야 할 새로운 기술이 나와 있다.)


음.. 오늘은 장점을 이야기했으니 다음에는 단점을 이야기해 보자.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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