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핫한 스우파...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 패러디인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는 제목을 보자마자 여성 희극인을 사랑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홀린 듯 시청했다. 스우파를 알았다면 이게 어떤 장면인지, 누가 어떤 인물을 패러디하여 표현한 건지 알아보며 더 즐길 수 있었겠지만, 원본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콘텐츠였다.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시청하다가 생각보다 너무 웃겨서 웃음 참기가 힘들었다
성적 대상화된 동작의 춤을 아무렇지도 않게 추는 등의 장면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모든 편을 시청한 후 스개파가 의미가 있다고 느꼈던 이유는, 여성들끼리만 나오는 콘텐츠가 소중하고 값지기 때문이었다.
지상파 3사 공개 코미디가 모두 존재하던 시절에도 여성 희극인들이 설 자리는 그리 많지 않았다. 공개 코미디가 거의 없어진 지금, 그들에게 주어진 파이는 어느 정도 일지 생각했었다. 있기는 한 걸까? 하고 말이다.
많은 여성들이 그랬듯, 코미디언 임라라는 여성 희극인들을 위한 판을 기획했다. 후배들을 모아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고 선배, 동료들에게 그 뜻을 전했고 그 결과물이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였다. 출연진들은 촬영 내내 행복해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었던 것 같다. 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웃으라고 만든 콘텐츠였음에도 가슴 한편이 먹먹해졌다.
글을 쓰면서 서치를 하다가 존예리 역을 맡았던 코미디언 박진주 님의 채널에서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공개 코미디 쇠퇴 시기에 데뷔를 했던 이들이 많았다. (솔직히 잘 모르는 코미디언들이 많아 내가 여성 희극인을 이렇게 모를 수가 있다고? 하며 자존심 상해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함께 영상에 출연한 김선정 님은 데뷔한 지 1년 만에 웃찾사가 없어졌다고 한다. 무대가 없어진 희극인들의 심정...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박진주입니다 채널에 올라온 스개우파 비하인드
뉴미디어 시대에 많은 희극인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유튜브는 누구나 할 수 있다지만, 그들이 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는가를 생각하면 입안이 쓰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퍽 서글프다.
그렇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지만 종국에는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를 애정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그우먼들끼리의 판은 지금까지도 너무 적었지만 그들의 콘텐츠는 항상 힘이 넘치고 유쾌하며 즐겁고 재밌다. 그걸 다시 한번 스개파가 일꺠워줬다. 여성 희극인들이 끼와 재능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자리였는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쇼, 무대, 콘텐츠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다.(여전히 개그콘서트 코너 순정만화를 찾아보는 나...)
<스트릿 개그 우먼 파이터>에 출연했던 여성 희극인 홍윤화, 고은영, 홍현희, 김혜선, 박진주, 김정현, 이수빈, 이혜지, 임라라, 민솔유, 김진주, 김선정, 김주연 모두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언젠간 예능과 공개 코미디에서 그들 자신의 끼를 보여줄 날을 고대하며 혹은 다른 길을 가더라도 그들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