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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 판교 Jan 01. 2024

눈이 오면 스키장이 되는 우리동네

꼬맹이들의 천국이라지요


2023. 12. 30 


  아침에 눈을 뜨니 온 세상이 하얗다.  밤 사이에 내린 눈이 제법 쌓였고 한낮이 될 때 까지 토끼털 같은 함박눈이 계속 내렸다.   아침부터 동네 꼬맹이들이 하나둘  썰매를 끌고 산책로 옆의 언덕에 만들어진 자연 눈썰매장으로 향한다.  지금은 아이들 모두 커 버려서 눈썰매를 끌어 줄 일이 없는데,  우리집 아이들도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는  동네 친구들과 눈썰매를 타러 가곤 했다.    

  

 판교동 자연썰매장                                                               우리집에서 바라본 서판교


올해 고3이 되는 큰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 까지 우리는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에 살았다.  을지로에 본사가 있는 회사에 다니면서 아이도 잘 키우고 싶었던 지라,  회사에서 집까지 door to door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중림동이란 동네에  전세집을 얻어서 꽤 오랜 시간을 살았다.   도심에 직장이 있는 맞벌이 부부가 살기에 최적의 동네였다면,  그곳은 아이를 키우기엔 적절하지 않은 동네였다.   생각해 보면 큰 아이는  자전거를 배우기 위해서  공덕초등학교 운동장까지 차를 몰고 갔었어야 했고,   주말마다 신나게 자전거를 타기 위해선  여의도 공원이나  저 멀리 서울숲 공원으로 나들이를 갔어야 했다.  하물며,  눈이 내려 눈썰매라도 타려면 강원도 외할머니댁이나 인근에 있는 스키장을 방문했어야 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할 무렵 다니고 있던 회사 사옥을 판교로 이전하는 바람에,  주거지를 분당 일대로 옮기게 되었다. 온 세상이 초록초록, 퇴근 후 아파트 단지에 진입하자 마자 코끝을 타고 느껴지는 산소내음.  두통이 심했던 어느날,  집으로 돌아오는 산책로에서 두통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동네 서판교는  운중천에 거북이가 다섯마리 서식하고 있고, 때때로 산책하는 길에 뱀을 만나기도 하고,  아침에 지척에서 까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간간히 방황하는 너구리를 만나기도 하는 .. 

오늘처럼 눈이 오는 날이면 우리동네 서판교는 스키장이다.  거실 창문으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놀이터를 바라보니 동네 꼬맹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아버지들이  입에 단내 나도록  썰매를 몇바퀴씩 끌고 다니신다. 

근처 산책로에는 자연 썰매장을 즐기고 싶어 아침부터 아이들이 눈을 맞으며 썰매를 타고 있다. 

그땐 그랬지


눈이오면 우리 동네 서판교는 더욱 괜찮은 도시~ 

#서판교

#운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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