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로 한강 곳곳을 누비는 기쁨
나는 서울시 공공 자전거인 따릉이에 미쳐있다. 지난해 처음 자전거를 타는 행복감을 맛본 후, 정기권을 끊어서 날이 좋을 때면 늘 한강으로 나가 자전거를 탄다. 지난해에는 잠원한강공원에서 출발해 여의도를 가거나 잠실로 향했고, 올해는 뚝섬에서 중랑천을 지나 동호대교를 찍고 돌아오는 코스다.
특이하게도, 나는 여름에 자전거를 타는 게 좋다. 물냄새와 나무냄새가 섞여서 오묘한 향을 만들어내는 것과 쨍한 햇볕을 사랑한다. 30도를 웃도는 땡볕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 든다. 땀에 젖은 몸을 깨끗하게 씻으며 ‘아, 오늘도 풍경 정말 예뻤지’라고 회상하는 것까지가 따릉이 라이딩의 완성이다.
내가 따릉이를 사랑하게 된 건 작년부터다. 나는 자전거를 아예 탈 줄 몰랐다. 어렸을 때 자전거를 배우긴 했지만, 원체 겁이 많아서 혼자 탄 적은 없었다. 그래서 한강을 걸을 때마다 쌩쌩 달리는 자전거를 부러운 눈길로 주시했다. 나도 저렇게 달리고 싶다, 더 멀리 가고 싶다. 내가 나의 소망을 말하자, 하우스 메이트였던 S 언니는 본인이 알려주겠다고 했다.
언니는 흙으로 덮여 있는 공원에서 나에게 페달 밟는 법을 상세하게 알려줬다. 나는 언니의 가르침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자전거 타는 법을 완벽하게 익혔다. 하지만 흙길에서만 달릴 수 있을 뿐, 자전거길에는 고수들이 많고 바로 옆이 한강이라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언니에게 한 번 더 도움을 청했다.
이번에도 S 언니는 나의 도움 요청을 흔쾌히 응했다. 그녀는 나에게 자전거길을 같이 한 번 달려 보자며, 언니가 뒤에 든든하게 있을 테니 그냥 앞만 보고 가라고 했다. 언니는 나를 추월해가는 라이더를 보며 “앞에 초보예요, 조심해주세요!”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언니가 없었으면 나의 따릉이 생활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전거로 처음 달리고 신나하는 나에게, S 언니는 사실 자신도 자전거를 배운 지 얼마 안 됐다고 알려줬다. 20대 때 자전거를 못 탄 게 조금 아쉽지만, 이제라도 배워서 정말 다행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배움은 언제든, 어디에서든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언니에게서 배웠다.
따릉이를 탄 지 이제 1년이 넘어가지만, 나는 아직도 한강 다리를 건너지 못한다. 이 역시 겁이 워낙 많은 탓이다. 잠실에서 자취방으로 돌아올 때, 따릉이로 영동대교를 건너면 금방이지만 지하철을 탄다. 다행히 중랑천에 있는 작은 다리나 반포에 있는 잠수교 정도는 건널 수 있지만, 다리를 건너지 못해서 더 멀리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작년 목표는 ‘잠원에서 잠실 가기’였는데, 자전거를 배운 지 1주일 만에 성공했다. 심지어 아이유 언니 콘서트가 있는 날에도 잠실까지 따릉이를 타고 가서 잠실 실내체육관을 맴돌며 목소리를 들었었다. (티켓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영동대교나 성수대교 건너기’로 목표를 조금 더 높게 잡아보려 한다. 이제 장마라서 또 한동안 따릉이를 못 타겠지만. 따릉이를 탈 때마다 내가 소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임에 감사하고, 한강의 풍경을 보며 감탄할 수 있는 사람인 것에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