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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명 Feb 14. 2019

트레멘스

2    컨소시엄을 찾아 헤매다 오는 길

지난 일요일 탈고를 했다. 

원래 영화판 같으면 탈고한 작가에게는 최소 3일 정도는 쉬는 시간을 준다. 

전화도 안 걸고 마주쳐도 말도 안 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영화판이 좋았던 건 드라마보다 작가에 대한 예우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창작하는 사람을 그대로 막보지는 않는 어떤 분위기. 

고생하셨다고 문자가 오고 미팅이 잡히면 그 날이 회식이고, 뭐 그런 분위기. 


드라마를 하겠다고 작심했고 함께 일하는 친구들은 그런 개념은 아예 없는 분위기.

탈고를 했지만, 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ㅇㅋ" 이렇게만 문자가 오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주섬주섬 몸 추스르고 닥치는 월요일을 준비했다. 


정신 혼미. 월요일.


화요일 라파와 KCA 지원사업 설명회를 다녀와야 했다. 

난생처음 영진위가 아니라 방송통신어쩌구 설명회를 가본다. 웬 사람은 이렇게 많고, 다들 공부하는 분위기.

결론은 아는 사람이 오고, 나는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 실적이 없었다. 


실적 - 너는 드라마 장르에서 뭘 했니?


내가 아무리 24년 차 시나리오 작가면 뭐하나, 드라마를 써 본 적이 없는데. 

연출? 우리의 연출감독님은 생계에 너무 익숙한지라 선수처럼 이 미친 영화, 드라마판에 뛰어들어 본 적이 없는 분이다. 

실적이 1도 없는 작가와 감독에게 과연 어떤 국가기관이 돈을 주면서 영상을 만들라고 하겠나. 

일종의 사기본심으로 컨소시엄이 필요하다 느꼈다. 좋은 말로 컨소시엄이지만 나쁜 말로는 내가 실적이 없으니까 나 좀 빌려도. 


설명회를 다녀온 즉시 연출에게 전화를 해서 우리는 컨소시엄이 필요하다, 없으면 깽값도 안 나온다 말을 했고 내가 움직이기로 했다. 영업을 가기로 한 거다. 마치 이제부터 내가 총 쥔 사람이야, 그런 생각이 마구마구. 


컨소시엄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마치, 

삼성에 들어가서 내가 삼성이다 하고 싶은 사람들과 같다. 


그것이 나의 결론이다. 


실력으로 뭔가 한 게 없으면 바닥부터 시작해야지. 

남에 거를 빌리면서 내가 남과 같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고 나는 오늘 배웠습니다. ㅋㅋ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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