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태어난 지 곧 1년이 다가온다. 코로나여서 백일잔치는 엄두도 못 내고, 아쉬운 대로 집에서 준비를 했다. 집이 크지 않아서 양가의 부모님들을 한 번에 모시지도 못하고 토요일은 외가 일요일은 친가의 가족들을 따로 초대해서 쌍둥이들과 백일사진을 겨우 찍었다.
엄마인 내가 간단하게 음식 준비도 하고 생화도 사고하느라 그날 아이들을 제대로 컨디션 관리를 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찾아오신 부모님을 맞이하고 서둘러 준비를 했지만, 아이들은 아마도 어수선한 분위기에 정신이 없기도 하고 처음 한복을 입어 불편하기도 했는지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았다.
아이들을 달래고 자세를 잡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둘을 동시에 사진을 찍기가 정말 힘들었다. 한 명이 기분이 좋으면 다른 한 명이 기분이 안 좋았다. 내가 직접 사진을 찍으니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카메라 사진까지 신경 쓰느라 많이 찍지도 못했다.
Photo by Adi Goldstein on Unsplash
백일잔치를 집에서 끝내고 나니, 뭔가 아쉬워서 돌잔치는 꼭 가족들과 장소를 대여해서 하고 싶었다. 이런 잔치를 주최하는 건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아이들의 돌잔치를 직계 가족들만 소소하게 모여서 하고 스냅 사진사도 불러서 예쁘게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코로나는 극성이고, 언제 코로나가 심해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애초에 그 꿈은 포기를 했다. 주변의 비슷한 시기의 아이들 엄마도 돌잔치를 예약했다가 코로나가 심해져 취소도 되지 않고 환불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돌잔치는 생략하고 아이들 사진을 집에서만 찍어준 게 다라서, 이번에는 제대로 전문가에게 사진을 맡기기로 했다. 돌준맘(돌잔치를 준비하는 맘)이지만, 돌잔치를 생략함으로써 많은 것들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딱 하나 스튜디오 사진관만 정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오래 걸릴 수가 없다.
심플한 스타일에 유행을 타지 않고, 인물 중심 스타일의 사진관을 결정했다가도, 한옥 스튜디오에서 한복을 입고 가족사진을 찍은 걸 보면 마음이 다시 흔들렸다. 그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느라 전국의 스튜디오 돌사진들을 보는 중이다.
결혼식 할 때도 하루 동안 찍는 화려한 결혼사진이 싫어서 남편과 2시간 만에 많은 배경 없이 인물 중심으로 심플하게 사진을 찍기로 결정하는 것은 하루도 걸리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처음으로 찍는 사진이라 그런지 심사숙고해진다. 아이들의 첫 사진을 잘 남기고 싶은 부모의 마음에 한없이 사진 욕심이 난다.
사진관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의 아이들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을 하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 옷도 입으면 예쁠 것 같고 이런 배경에서도 멋질 것 같은 쌍둥이들의 모습에 1박 2일은 사진을 찍어야 만족할 것 같은 느낌이다.
사진 스튜디오 하나 정하는 돌준맘도 이렇게 힘든 거였다니, 왜 '돌준맘'이란 말이 있고 '돌끝맘'(돌잔치가 끝난 맘)이란 말이 있는지 알겠다. 만약 돌잔치 준비했다면 장소, 의상, 헤어&메이크업, 사진 등 결혼식 못지않은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돌잔치 행사에 정말 많은 시간들과 고민들로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남편은 늘 그렇듯이 이런 결정엔 크게 관심이 없다. 함께 찾아보면 빨리 결정이 날 텐데, 아쉽게도 전적으로 나에게 맡긴다. 그 사이에서 비용과 사진의 퀄리티, 의상 등 머릿속에서 재느라 머리가 분주하다.
코로나로 1년 동안 많은 행사들이 생략되고 아주 최소한의 것만 남는 것 같다. 우리 가족에게도 백일잔치, 돌잔치 없이 사진만 남게 될 것이다. 소소하지만 사진을 찍는 우리만의 추억만큼은 아주 크게 남을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니.' 이렇게 생각하니 갈팡질팡했던 결정들이 단순해진다. 마음속에 찜해두었던 사진관으로 정하고 이제 돌준맘 준비는 끝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