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자던 아이가 몸을 꿈틀꿈틀거린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어린이집 등원 출발까지 30분 남았다.
어린이집 갈 준비를 하고, 밥을 먹이고 아이들을 준비시키려면 30분이면 다 할 수 있다.
나는 워킹맘이니까.
이제 두 돌이 안된 아이들은 어린이집 가는 일상에 많이 적응을 하였다.
돌이 지나자마자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집에 잘 가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하원할 때는 더 놀고 싶어 해서 집에 오려면 많은 시간을 어르고 달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이 어린 두 쌍둥이들을 저녁 6시에 하원 시킨다는 건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해서도, 아이를 낳아서도 일이 하고 싶기도 했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외벌이로 두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두 아이들을 한꺼번에 낳았으니 앞으로 들어갈 돈이며 대학 졸업까지 시키려면 내 나이 60이 넘어서도 끝나지 않는데 일을 중단한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다.
오늘도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코로나로 재택을 하기에 집에 돌아와 일을 시작했다.
아침부터 쏟아지는 일은 점심이 지나서도 해소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난 감사하게도 친정엄마가 도와주시기 때문에 점심밥 차리는 일은 신경 쓰지 않고 해결할 수가 있다. 겨우 틈을 내 점심을 먹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은 숨 쉴 틈 없이 물 한잔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모를 오후를 보내고 저녁 6시 반이 될 무렵 아이들은 하원 담당인 아빠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
적막하던 집이 두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로 채워졌다.
아이들이 돌아왔는데도 나는 일을 하느라, 아이들의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일은 끝나지 않았지만 억지로 끝을 내었다. 이렇게 하다가는 끝이 없을 테니까.
하루 동안 일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서인지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었다.
드디어 일에서 해방되자 아이 1호가 나에게 와서 안긴다. 잠시 안아주고 이내 아이를 내려놓고 나는 지친 몸을 소파에 잠시 맡긴다. 아이 둘은 돌아가면서 나에게 왔지만 이내 다시 아빠에게로 간다.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잠시 만지작 거리자 이번엔 아이 2호가 다가와 내 머리카락을 만졌다. 사실, 아이가 내 머리카락을 만지는지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남편이 아이에게 무관심하다며 한번 아이를 봐주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내가 아이를 보자 환하게 웃어주는 아이를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내 아이가 그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나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아이를 이내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뽀뽀를 연신 했다.
"엄마는 우리 OO이를 사랑해. 뽀뽀. 우리 같이 놀자~"
워킹맘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엄마인 나는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와 친정 엄마의 헌신으로 일에 집중을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일을 하지만, 정작 사랑하는 아이들과 보내야 할 시간엔 지쳐서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줄 수가 없다는 사실에 허무함과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온몸을 감싼다.
괴롭다. 워킹맘이 되면 이런 상황이 올 지 알았지만, 역시 사람은 당해봐야 안다.
이런 날들과 이런 감정들이 몇 개월씩 쌓이니,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간다.
직장에서의 일은 줄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이 끝나면 출퇴근 시간과 아이들의 어린이집 등원이 더욱 힘들어질 테다.
그럴 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이겨낸다고 한들, 그게 며칠이나 갈까?
어릴 때의 나는 인생을 즐기며 살기로 마음먹었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아이들이 엄마가 더 필요할 나이가 왔을 때 나는 엄마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많은 추억을 쌓고 싶은데 언제 그럴 수 있을까?
점점 자신이 없다. 어떻게든 해 나가겠지만, 잘할 자신은 점점 줄어든다.
나는 워킹맘 중에서도 '난이도 하'인 워킹맘인데도, 워킹맘이니까 견뎌야 하는 일과 육아의 양이 버겁기만 하다. 언제까지 친정 엄마의 헌신을 바랄 수도 없고, 조만간 남편과 둘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데 겁이 난다.
지금도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도 일을 한 선배 워킹맘들에게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
나처럼 친정 엄마의 도움 없이 보내고 있는 워킹맘도 존경한다.
언젠가 지나고 웃으면서 그때 힘들었다고 할지라도 지금 당장 힘이 든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워킹맘이니까. 견뎌야지.
워킹맘이니까. 이겨내야지.
저처럼 지친분들 오늘도 고생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