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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성 Jul 21. 2015

겉 따로, 속따로 –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


소비행위는 단순히 재화나 서비스를 현금의 가치와 교환하는 행위가 아니라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욕구는 워낙 복잡하고 다양해서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소비의 주체인 소비자 그 자신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예를 들어 명품 가방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구매 동기에서 ‘뛰어난 품질’을 내세우지만 숨겨져 있는 욕구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표현인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파악했다 하더라도 잘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회적인 압력이 나기대, 고정관념 등이 억압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인직업의 특성상 직접적인 소비자 마케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러한 소비자의 구매욕구에 대한 통찰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리서치에 의존하고 있는데 과연 리서치가 사람들의 욕망을 잃어내는데 완벽한 신뢰를 가지고 있을까? 잠시 하나의 사례를 확인하고 가자.

한 쿠키 회사가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리서치를 하게 된다. 리서치 결과 쿠키를 선택할 때 부모가 고려하는 항목에서 영양이라는 항목이 압도적인 1위로 결과가 도출된다. 결국 소비자 조사를 통한 결과를 가지고 ‘저희 회사의 쿠키는 아이들의 영양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만들었습니다’라는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을 진행했다. 쿠키를 잘 아는 엄마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마케팅에 반영했기에  성공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결과가 어땠을까?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참혹한 실패가 기다리고 있었다. 왜 그런 일이 일어 났을까? 사실 부모들에게 쿠키는 칭얼대는 아이를 멈출 수 있는 일종의 뇌물이었던 것이다. 그 포커스를 맞춘 쿠키이다 보니 다소 맛이 떨어졌고 아이들은 그 과자를 외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그 쿠키는 '아이들의 울음을 그치게' 만들지 못한 것이다. 엄마들의 숨겨진 욕구를 읽지 못한 대가는 매우 썼다. 정치에서도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가 많이 틀린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여론조사에 있어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드러난 욕구는 공공성 등의 가치이겠지만 실제로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숨겨진 욕구는 사적 욕망인 경우가 많은 것처럼. 물론 마케팅도 오랜 세월  고도화되어 여기까지는 이미 마케터들에게 있어 상식의 범주에 속하는 얘기! 이제는 모두에게 드러난 욕망, 그이 상의 숨겨진 욕망을 잘 읽어내 성공을 거둔 캠페인들을 확인하고자 한다.


옹알이 통역사는 없나요?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기쁨도 잠시, 육아를 거의 전담하는 초보엄마들에게는 말 못하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여간 힘들다. 아기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울어대지만 왜 우는 지 속이 타 들어 갈 때가 많다. 몇 개월이 지나면 아기는 옹알이가 시작되는데, 옹알이를 듣다 보면 ‘이 녀석이, 분명히 나한테 뭔가 말하는 것 같은데’하면서 뭐라고 말하는지 궁금해진다. '아이의 옹알이를 알아듣고 싶다'라는 욕구는 세상 모든 부모들의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인데, 음... 이제 막 3돌을 앞둔 아빠이기에 지금 신생아를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이 오죽 답답할까 생각된다. 보통 불가능한 욕망은 일찌감치 포기해버리는 것이 우리 인간의 속성이기도 하다. 이런 답답함을 해결해줄 기묘한 대책이 있다면 어떨까?

하기스에서 진행했던 캠페인을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첨부] 하기스 옹알이 캠페인


아이의 옹알이가 궁금한 부모들이 하기스의 유튜브 채널로 옹알이를 촬영한 영상을 보낸다. 가상의 하기스 옹알이 분석팀은 영상의 내용에 매치시켜 적당히(?) 옹알이를 분석한 영상으로 피드백을 준다. 이제 분석이 끝난 영상을 유튜브 채널 안에서 모두 즐기고 확산한다. 분석을 의뢰한 사람도, 분석을 하는 사람도, 그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모두 이것이 가짜임을 알지만 진짜 인척 믿어주며 즐기는 파타피지컬(Pataphysical)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이런 캠페인을 더욱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그러니 나름의 리얼리티를 부여해야 프레임의 완성도는 올라가게 된다. 엄마도통역이 어려운 아이의 옹알이를 어찌 하기스가 통역할 수 있겠냐 마는, 부모들이 올려준 영상을 소중히 다루고 정성껏 편집하고 아이의 이름을 사랑을 담아 불러주는 태도들이 모여 '정말로 아이를 이해하는 브랜드'라는 점만큼은 분명하게 각인시키고 있는 점이 훌륭하다. 

언젠가 광고 캠페인 사례와 같은 ‘옹알이 통역기’가 있다는 기사를 들어본 적이 있다. 과연 이 통역기가 아이의 기호를 완벽하게 통역해줄까? 아마도 그랬다면 지금 대 히트를 치고 있을 것이다. 어느새 뉴스에서 사라진 것을 보면  실패했음은 분명하다. 결국 은하흠집이 옹알이 캠페인도 그렇고 실제로 출시된 옹알이 번역기도 추론과 통계에 의지하고 있지 않을까? 


아직 기호에 미숙한 신생아와 자신의 기호의 틀안에서 소통하는 것은 아마도 기호학적으로 볼 때는 불가능할 것이다. 추론은 과학이나 통계를 넘어 아이에 대한 사랑과 통찰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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