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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빛 Jul 04. 2024

제주에 살아보기 - 육지보다 느린 삶에 대해서

다양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 대한민국 제주에서, 은향님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오늘의 주인공 은향님 소개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인공은 은향님입니다! 은향님은 현재 제주도에 내려가 3년 정도 살고 계신데요, 저는 도시에서만 살아와서 자연이 가득한 제주도에서 3년째 살아가는 경험이 정말 궁금했어요. 해외 사는 분들 인터뷰를 하다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자연 가득한 곳에 사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더라구요. 수도권과는 다른, 자연가득한 제주의 삶은 어떨까 싶어 그래서 이번에 인터뷰를 부탁드리게 되었어요.







은향



제주에서 남편과 고양이 세마리와 살고 있는 김은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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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eunhyang90218@gmail.com





Q. 안녕하세요 은향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주살이 3년차로 고양이 3마리(모찌, 모리, 모모아)와 1마리(?)의 남편과 살고 있는 김은향입니다.




Q. 제주도로 내려가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힘든 일이 겹쳤던 시기가 있었어요. 때 마침 친한 친구가 제주로 내려가게 되어 저도 마음을 추스릴 겸 잠시 놀러 갔어요. 그때 마주한 봄 제주의 풍경에 엄청난 위로를 받았죠. 그리고 여행 온 현재의 남편을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제주살이는 저희의 로망이자 목표 1순위가 되었답니다. "언젠간 꼭 제주에서 살자"고 하다가, 결혼 후 결국 남편의 제주 발령으로 소원을 성취하게 되었습니다.





Q. 제주살이 목표를 성취하셨는데, 어떠신가요?


주변에서 역마살이 있다고 할 정도로 거주지를 자주 옮겼었는데, 대학교 졸업 이후로 가장 오래 한 곳에 정착해서 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제주가 좋습니다. 심지어 제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이었는데, 굳이 해외로 나가야 하나 싶을 정도로 현재 제주의 삶에 만족하고 있어요.


세포 하나하나가 만족한다고 해야 할까요? 제주의 온도와 습도(제가 악건성이라...), 육지보다는 조금 느린 삶,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내려온 사람들 등 대부분이 참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제주에 내려오기 전엔 제주도 여행을 1년에 서너 번씩 올 정도로 자주 다녔고,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정착하게 되니 오히려 집에만 있어서 주변에서 좀 나오라고 할 정도예요. 그냥 집 주변 하나로마트에서 로컬 푸드를 사서 직접 차려 먹고, 심심하면 잡초 뽑고 고양이들과 뒹굴거리고, 가끔 바닷가로 산책 나가는 소소하고 평화로운 삶이 제주살이를 지속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인 것 같아요.


그래도 살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시시각각 바뀌는 날씨입니다. 일 년의 반 가까이를 습하고 흐린 날이 차지하거든요. 특히 작년에는 몇 주 연속으로 해 뜰 날 없이 계속 흐린 날이 이어진 기간이 많아서 조금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Q. 실제로 살아보고 달라진 제주도의 인상이 있을까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궂은 날씨가 제주살이의 가장 큰 복병이었던 것 같아요.

봄철의 쨍한 파란 하늘 아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특히 제가 제주에 반하게 된 계기가 봄철의 쨍한 파란 하늘 아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었는데, 막상 살아보니 비바람 때문에 어제 산 우산이 오늘 찢어지는 일이 다반사였어요. 그래도 이제 3년 차쯤 되니 비바람이 심한 날엔 집콕하며 고양이들과 뒹굴거리거나 하면서, 어떤 날씨든 좀 더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오히려 좋게 인상이 바뀐 부분도 있었는데요, 제주도는 워낙 물가와 집값이 비싸다고 해서 처음 내려올 때 겁을 많이 먹었어요. 그런데 제가 직전에 수도권에서 살다 내려와서 그런지, 특히 서귀포 쪽은 예상보다 집값이 비싸지 않았고, 물가도 외식을 하면 비싸지만 집에서 직접 해 먹을 때는 하나로마트의 로컬푸드나 주변 시장을 잘 공략하면 생각보다 알뜰하게 살림을 꾸릴 수 있더라고요.


특히 집에서 소소하게 해먹는 알찬 밥상이 제주살이의 꽃이 되어 남편과 제 요리 실력도 많이 는 것 같아요. 




Q. 수도권에 살던 때와 비교해서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주에 살면서 가치관이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서서히 바뀌어 나간 것 같아요.

수도권에 살 땐 남들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 특히 커리어나 성공에 관한 고민이 대부분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예민하다 보니, 타인과 접촉이 잦은 곳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옷장에는 화려한 원피스, 다이어트 성공 후 입으리라 다짐한 작은 사이즈의 옷들로 가득했죠.


태흥리 타운하우스와 고양이

지금은 서귀포의 남원읍 태흥리라는, 주변에 높은 건물 하나 없고 편의점도 걸어서 20분이 걸리는 시골의 작은 타운하우스에서 살고 있어요. 하루 종일 마주치는 사람보다 만나는 개, 고양이, 곤충들이 더 많을 정도로 타인과의 접촉이 거의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강제로 가지게 되더라구요.


제주가 아무래도 섬이라는 특성상 주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반쯤 해외에 나가 사는 사람들 취급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희도 저 멀리 해외에 사는 지인이 있으면 그분이 연봉은 얼마나 되는지, 집은 샀는지, 결혼은 했는지 그런 거 신경 별로 안 쓰잖아요? 그래서 저희 부부도 사람도 없고, 주변에서도 신경을 끈 상태로 몇 년 살아가다 보니 “내가 편한 게 최고지, 내 결정이 맞지” 싶고 남의 시선이나 참견 등에 신경 쓰지 않게 되었어요. 좋은거겠죠?


타인의 평가보다 저의 주관에 점점 기를 세우게 되면서 저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고, 그런 선택들이 모여 현재의 느리고 평화로운 삶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사람과의 접촉이 적어지니 평화롭군 하면서 시골로 더 들어가게 되고, 그래도 사람 소리를 듣고 싶어! 해서 라디오나 유튜브를 틀고 잡초 뽑는 게 취미가 되었어요.


화장할 일이 없어지니 화장대는 아예 치워버리고, 옷장에는 사회적 시선에 의해 구매한 옷이 아닌 제 취향의 추리닝과 잠옷만 가득해졌죠. 아. 제주도에선 꾸미고 다니는 관광객들도 많다 보니 멋부리고 다녀도 눈치도 안 보여서 취향대로 꾸미고 막 다녀볼 기회도 많았어요!


확실한 건 아마도 이제 누군가 저에게 뭘 좋아합니까? 어떤 가치관으로 사세요? 하고 물어본다면 할 말이 좀 더 많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제주도의 일자리 환경은 실제로 어떤가요?


남편도 공공기관에서 제주로 발령이 났고, 저도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제주에서 구직을 해본 적은 없어서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실제로 구직 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임금 수준도 전국 최저 수준이라고 하더라고요. 대부분의 제주민들이 관광업이나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반면, 현재 관광객은 조금씩 줄어서 먹고살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자면, 제주살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집값, 특히 월세와 연세 값이 점점 내려가고 있어요!

아무래도 제주에 내려오기 위해서는 저희처럼 직장에 고용된 형태로 내려오거나, 프리랜서로 리모트로 쉽게 일할 수 있는 분들이나, 혹은 갑작스러운 실직 상태가 되더라도 견딜 수 있도록 여유 자금이 어느 정도 넉넉한 상태로 내려오면 좀 더 만족스러운 제주의 삶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Q. 제주도는 연세 제도가 있다는데 실제로 많이 쓰고 있나요?


네. 저희도 처음 내려와서 전세로 살다가 내려가는 집 값등 현재 안정적이지 않은 제주도 부동산 때문에 연세로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구했습니다. 연세는 결국 목돈을 한 번에 내고 앞으로 월마다 나갈돈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아도 돼서 마음이 편하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예산부족으로 언제 중단될지 모르지만 이사비 지원이나 중개비 지원, 전세 보증보험비 지원등 제주도에서 지원하는 사업들도 있으니 내려오실 때 이 부분도 같이 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도 타이밍을 놓쳐 아쉽게 이사비 지원은 못 받았지만, 보증보보험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나름 짭잘했답니다.




Q. 제주도 살면서 알려주고싶은 명소가 있을까요?


산방산 근처에서 2년을 살며 날씨가 좋을 때마다 자주 갔던 곳은 사계 해변과 대평리 인데요.

특히 봄철에 사계, 대평리 두 곳에서 모두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어 무척 아름답습니다. 친구들이 내려오면 두 곳중 한 곳에 꼭 데려가거든요. 유채꽃 밭뒤로 펼쳐지는 최남단 바다와 바다 양쪽으로 솟은 산방산, 송악산 절경을 보고는 모든 친구들이 제주살이에대한 질투를 숨기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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