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 땐 매운 떡볶이 - 4학년 권장도서
제목이 정말 귀엽다. 그래 매운 떡볶이. 난 매운 거 못 먹는데.
고학년 권장도서로 올라오다보니 확실히 글밥이 많다. 비룡소의 일공일삼 시리즈는 믿고 보는 편이기에 주저없이 골랐다. 그리고 두 여자 아이의 수다와 행동에 함께 울고 웃고.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여자 아이들이 읽는다면 너무나 공감했을 만한 이야기다.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것도 꽤 많았지만.
초반에 나오는 사건에서 뜨악했다. 땡땡이 팬티라고 이야기를 하고, 서로 싸워서 상처도 나고, 애자라고 놀리기도 하고. 2011년에 쓴 작품인데 이 때만 해도 이런 게 얼마나 큰 학폭이 되는지 가늠 못했겠지. 성희롱으로 경찰서까지 갈 수도 있는데 말이지. 게다가 피해자는 다리가 아픈 친구 아닌가? 애자라고 놀리는 게 일상이었던 그 때와 비해서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는지. 이런 일들이 있다면 누구도 가만 안 있을 듯 하다. 세상이 좀 더 좋은 쪽으로 변하는 거겠지?
학교 폭력을 다루는 이야기는 아니다. 두 여자 아이의 우정,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이별의 아픔, 새로운 만남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빠의 이야기도 조금 들어가 있지만 엄마의 부재가 아이의 내면에서 그렇게 크게 다뤄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야기는 굉장히 경쾌하다. 그래서 많이 웃었던 것 같다. 솔희가 떠나는 뒷 부분은 조금은 눈물도 났고.
가출을 아무렇지도 않게 계획하는 이 두 아가씨들의 행동에 대해 부모 입장에서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남자 아이면 좀 덜 걱정해도 되는 걸까? 정동진에 기차 타고 오는 거나, 부산에 버스 타고 가는 것. 그 어떤 것도 6학년 여자 아이 혼자 하기에는 참 조마조마한 일인데 아주 쉽게 그려낸다. 너무 쉽다 보니 아이들이 따라 하면 어쩌지 하는 부모로서의 감정과, 그래 이 때에는 이런 것들을 늘 꿈꾸었지 하는 공감하는 느낌이 서로 뒤죽박죽 되어 버렸다. 내가 부모라면, 과연 나는 어떻게 했을까? 같이 가주었을까? 이별 여행 정도는 부모랑 같이 가는 것도 생각해 봤을 듯 하다만, 내 일이 바쁘다면 어떻게 하지?
그 때 그 때 상황마다 다를 수 밖에 없기에 온전한 해답을 내릴 수는 없을 듯. 어쩌면 그것도 아이가 커가는 과정이고 실패를 해도 배울 수 있는 성장통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을 해 본다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은 내 아이일 때 커지기에 섣불리 응원할 수가 없다. 우리 나라 치안이 좋은게 그나마 다행일까? 그래 아이들 혼자서 저런 여행도 가능한 나라가 되는게 맞지.
예전에 산천어 축제인가? 거기에 학생이 혼자 찾아가서 물고기 잡아서 집에 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검색해 보니 2009년 일이더라. 6학년 학생인데 평소에 아들 혼자서 단양도 가고, 포항도 가고. 그래서 산천어 혼자 가는 것도 허락했다고 한다. 물론, 낚시터에서 휴대전화가 방전되어 통화가 안되자, 어머니가 축제장에 전화하고 사람 찾고 좀 비상이 걸리긴 했지만. 어쩌면 작가가 이 에피소드를 참고했을 수도 있겠다. 그걸 보고 아이도 참 대단하지만, 부모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내가 아이들을 너무 조심히 키우는게 아닌가 반성도 해 본다.
베프. 단짝.
부모와의 유대가 또래 친구로 넘어가는 요 때 갈구하는 말들이 아닐 수 없다. 친구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가 생긴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