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고객사 사보에 기고 한 글을 재 편집 하였습니다.
핵심가치가 무엇인가요?
<야구 속의 핵심가치>
2013년 프로야구는 그 어느 때보다 막판 순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프로야구팬들을 더욱 흥미롭게 하는 것은 그 순위 경쟁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4강 경쟁이 아니라, 이미 4강이 확정된 네 팀이 펼치는 1위 경쟁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하는 일이 인사/조직 컨설팅이고, 기업과 사람에 관련된 일을 컨설팅/자문하는 만큼 야구를 보는 관점도 일반적인 야구팬들과는 조금은 다르다. 팀의 최종 순위, 선수들의 개인 순위보다는 소위 ROI(Return on Investment)라고 불리는 ‘투자자본수익률’의 관점에서 어느 구단이, 어떤 선수가 투자 대비 가장 좋은 성과를 냈는지, 감독의 경우 어떤 리더십 스타일이며 코치의 리더십과 어떻게 Collaboration(협력)을 이루어 내는지, 그리고 해당 프로야구 구단은 어떠한 ‘핵심가치’를 가지고 구단을 운영하고 팬들을 대하는지를 보다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구단은 국내 프로야구 구단 중 가장 명문 구단이다. 물론 우승 횟수로 따지면 이미 10회의 우승을 차지한 기아타이거즈가 있지만, 삼성라이온즈는 통산 팀 승리 1위, 통산 승률 1위, 팀 통산 홈런 1위, 팀 통산 안타 1위, 팀 득점 1위, 역대 최고 승률(85년 0.706), 포스트시즌 최다 진출 등의 국내 프로야구팀 기록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라이온즈도 2006년 우승 이후 4년 간 기대만큼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 팬들의 불만은 커지고, 구단의 고민도 깊어지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선동렬 감독(현 기아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삼성라이온즈 프랜차이즈 스타인 류중일 주루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하게 되었다.
류중일 감독 취임 이후 구단이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삼성라이온즈’만의 색깔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프로구단도, 기업도 성과가 가장 중요하지만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조직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Identity(정체성)를 바로 세우고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이러한 변화를 나타내는 구단의 핵심가치이자 슬로건을 새롭게 발표하였다.
‘Yes, We Can!’
2008년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유세 메시지로 유명한 말. ‘우리는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2011년도 삼성라이온즈는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 아시아시리즈 우승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였다.
하지만 과정적으로 되돌아보면 삼성라이온즈 구단 및 선수단 사이에서는 수많은 변화 활동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감독-코치-선수간의 소통이 강조되고, 각 분야 전문가인 코치에게 권한이 위임되고, 선수들에게 소속 구단의 자부심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고, 감독이 선수에게 지속적인 믿음을 보여주고, 고객인 팬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등 여러 노력이 함께 수반되었다. 그 결과 삼성라이온즈는 국내 프로야구 구단 중 처음으로 시즌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2012년 삼성라이온즈는 ‘Yes’라는 긍정의 가치는 유지한 새로운 슬로건/핵심가치를 발표했다. ‘Yes, One More Time!’(그래, 한번 더 하자!), 2012년 결과는 리그 1위, 한국시리즈 우승. 2013년 ‘Yes, Keep Going!’(그래, 이대로 계속 가는 거야!)이라는 슬로건/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시즌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상황은 리그 1위(2013년 9월 23일 기준)에 위치하고 있다.
프로야구에선 주전 선수들의 역량이 무엇 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 취임 이후 외부 스타 선수(FA)의 영입은 한 명도 없었다. 단지 달라진 것은 구단과 선수가 지향하는 ‘핵심가치’가 달라지고 전 구성원은 그에 따라 행동한 것뿐이다.
<경영이념, 비전, 핵심가치>
우리 삶에서 목표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목표가 어찌 보면 삶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 정한 또는 주어진 목표라는 것을 달성하려는 이유는 목표 달성이 바로 새로운 가치(Value)를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돈을 모아서 집을 사면 자산(집)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금연을 결심하고 금연을 하게 되면 건강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아주 쉽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목표와 가치의 선 순환 방식을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알고 있고,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기업도 동일하다. 그런데 조금은 다른 점도 있다.
기업은 목표를 세울 때 기업의 존재 목적과 사회적 사명인 ‘미션(Mission)/경영이념’을 기반하여 비전(Vision)과 목표(Target)가 설정되어야 한다.
우리의 경영이념은 ‘새로운 미래의 가치창조’이다. 세부 내용은 ①고부가가치 창출, ②최고의 품질 고객만족 실현, ③이익 환원 자기 계발 기회 제공, ④자연환경 보전 및 보호, ⑤지역사회 발전의 모범상 구현, ⑥기업 간 선의의 경쟁 공존경영 구현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전은 회사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이며 최상위 개념인 기업의 미션에 따라서 구체적으로 달성해야 할 중장기적인 미래 목표의 구체적 이미지를 의미한다. 우리는 GT 45라는 Vision을 가지고 있다.
우리 회사는 과거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비전과 목표를 수립하는 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것은 ‘경영이념’이고 해당 경영이념에 위배되는 어떠한 비전/목표 수립이나 기업활동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 핵심가치는 무엇이고, 왜 필요하고 중요한 것일까?
조직의 의사결정이나 전략 수립에 대한 지침이 되는 가치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여러 가치들의 중심에 있는 가치이다. 핵심가치는 또 경영이념 체계 및 비전 체계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컨설팅 회사 Bain & Company의 오릿 가디쉬 회장은 핵심가치에 대해 ‘기업 구성원이 공유하고 신뢰하는 핵심적인 원칙, 믿음, 가치’라고 정의하고 있다.
<혁신성, 도전정신, 원칙 중시, 의사소통, 고객중심>
위에 쓰여 있는 다섯 가지 항목은 H社의 ‘핵심가치’이다. 교육을 통해 잘 알고 있고, 어떠한 내용인지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H社의 핵심가치는 최근 수행한 ‘미래전략프로젝트’ 중 역량 모델링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결과물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핵심가치는 기업의 경영이념, 비전/전략, CEO 메시지, 조직문화 설문을 통해 핵심가치 Pool을 선정하였고, 임원 워크숍 및 CEO 의사결정 과정 거쳐 최종 확정되었다.
회사가 다섯 가지 핵심가치를 도출한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회사는 Vision인 ‘GT45’를 달성하기 위해 최적의 조직을 구성하고, 인력을 배치하고, 그에 맞는 세부 실행 전략을 수립하였다. 그리고 각 부문 조직들은 단기/중장기 목표 수립을 통해 실행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 우리 구성원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바로 핵심가치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핵심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조직의 일상 활동에서 늘 핵심가치가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핵심가치가 제도와 문화 속에 녹아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안철수 전 안랩 대표는 영혼이 있는 기업을 위한 핵심가치는 3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먼저 핵심가치를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믿어야 하고,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야 하며, 제도 속에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핵심가치를 진심으로 믿고 일관성 있게 유지하려면 리더의 솔선수범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핵심가치를 만들고 전파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의 방향성 제시와 실천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핵심가치를 가장 성공적으로 전파하고 있는 GE, IBM, 두산그룹의 경우 핵심가치 취지 및 필요성에 대해서 경영자가 직접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리더가 솔선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핵심가치에 대한 구성원의 냉소주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최근 3분짜리 모래시계를 임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모래시계엔 ‘Is it the Doosan Way?(이것이 두산 방식인가?)'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모래가 흘러내려가는 3분 동안 어떻게 하는 게 '두산인'다운 것인지를 생각하라는 의미이다.
또한 현장 리더들은 핵심가치 전파의 매개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관리하는 부하직원들이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한 업무 목표를 설정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고 있는지 코칭 및 피드백하고, 그 결과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CEO의 메시지를 지속 전파하고, 정기적으로 현장 리더들 간의 Session을 통해 핵심가치 전파 현황에 대해서 공유하고 보다 나은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핵심가치와 인사제도>
우리 회사는 ‘미래전략프로젝트’를 통해 인사제도 전반을 개선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개선된 인사제도의 내용이 어떻게 핵심가치와 연계되는지 간단하게 설명을 하겠다.
우선 평가지표와 연계되는 부분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회사의 핵심가치는 역량 모델링 작업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결과물이다. 올해부터 회사의 전 구성원들은 공통역량(핵심가치와 동일)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공통역량은 리더십 역량, 직무역량 평가와 합산되어 역량평가 결과가 도출된다.
업적평가의 경우보다 강화된 MBO 체계를 적용받게 된다. 앞으로 목표를 설정할 때는 조직의 목표와 연계된 개인의 목표 수립, 보다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목표 수립, 고객의 Value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목표를 수립하는 형태 운영될 것이다. 역량평가 결과와 업적평가 결과는 합산되어 종합평가 등급으로 도출되며 해당 평가 결과는 기본급 인상률 차등에도 활용이 되고, 승진 포인트 부여에도 반영이 된다.
승진 시 3급 이상 심사에서는 상위직급의 요구 역량 보유 수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공통역량(핵심가치) 보유 수준에 대한 심사를 통해 승진자를 선발하게 된다.
핵심가치에 대한 교육과정이 개설되었고, 3개년의 계획을 가지고 교육이 진행될 계획이다.
2013년은 1단계 Understanding (이해하기) 단계로 조직 내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핵심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및 실천 마인드 조성에 목적이 있다.
2014년은 2단계 Exploring (내적 수용하기) 단계로 구체적 사례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한 현업에서의 실질적 실천 의지와 방법론 강화에 목적이 있다.
2015년은 3단계 Playing (실행 유지하기) 단계로 일상 업무 속으로 깊숙하게 내재화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앞으로 가야 할 길>
필자는 11년째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약 60여 개 기업에 대한 컨설팅/자문을 수행하였다. 그 경험을 놓고 볼 때 H社는 강한 회사이다. 개인의 강함보다는 조직의 강함이 더욱 돋보이는 회사이다. 타 사보다 객관적 스펙으로 보이는 ‘핵심인재’는 숫자는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일반적 ‘인재’들이 힘을 모아 H社를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핵심기업’으로 만들어 낸 저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진출하는 해외 사업장마다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참고로 필자는 지난 6월 H社 브라질 법인을 직접 방문하여 그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였다.)
하지만 플러스알파(+@)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 자동차 시장의 성장 둔화, 세계 경제 위기의 상존 등은 우리의 고민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플러스알파를 M&A, 기술이전, 우수인재영입 등 외부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리의 저력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 극대화의 근간은 혁신성, 도전정신, 원칙 중시, 의사소통, 고객중심이라는 우리의 핵심가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핵심가치의 변화만으로도 구성원을 동기부여하고 고객(팬)을 움직이게 하고, 좋은 성과를 낸 삼성라이온즈의 사례를 기억해야 할 때이다.
우리 회사도 그동안의 성과에서 보여왔듯이 ‘Yes, H社 Can!’을 성공적으로 해왔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Yes, H社 One More Time!’인 것 같다. '새로운 미래의 가치창조'라는 경영이념을 달성하기 위해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우리 모두가 한번 더 뛰어나가야 할 때 임은 분명하다. 그때는 바로 지금이다.
2013년 H社 기업 사보에 실린 글을 브런치 작가 신청을 위해 재 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