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에 쓴 이세계를 참고해주십시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가 나라는 사실만큼 나를 괴롭히는 심상은 다시없다.
이건 결코 내가 될 수 없고 또 그러한 끝내 아니라는 강고한 고집이 나를 이룬다.
나는 이게 아니고, 아닌 게 아니고, 아닌 게 아니라 끝내 아닌 그것이 바로 나다. 나는 내가 저지를 모든 일의 부산물이다.
내가 부정하는 것들이 곧 나다. 그 사실만큼 나를 마음 놓이게 하는 것도 다시 없다.
다시없을 것들이 다시금 나를 살게 만든다.
살아 있다고 생각하게끔 한다.
끔찍한 경험들이고 이것은 꿈과 같은 숫자들이고 점점 더 불어나는 숫자 같은 마법들이다.
나는 마법에 둘러 쌓인다.
요새 이세계물을 찾아본다.
내가 발견한 이세계물의 가장 큰 특징은 계급론적인데, 이를테면 이세계에 가져갈 수 있는 지금 세계의 유산은 계급적인 것이다.
모든 도래인들은 계급의식을 지닌 채 소환된다.
그것을 그가 죽는 그 순간에 깨닫는 것은 아니다.
소환된 순간부터 놀라워하며 내뱉는 언사, 혹은 장르적으로 발전을 거듭하여 놀라지도 않고 적응하는 것 자체, 뻔히 저지르는 실수, 그러한 클리셰 하나까지 그가 이전 세계의 모순을 떠안은 기호로서 행해지는 말장난과 다름없다. 문학사적으로 이세계물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시초에 있는 풍자극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세계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중간 사이에서 진동하는 현실의 모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