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도 오지 않는 정류장에
벤치와 표지판은 누군가를 기다려
나는 앉을 수 없어.
나는 기다리지 않을 거야.
그건 바보들이 하는 짓이니까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랬듯
나도 그들을 기억하지 않을 거야
내 앞을 지나가는 저 많은 사람들은
왜 저 벤치에 앉지 않을까?
그들도 나처럼 아는 거야.
무언가 기다리는 것보다 잊어버리는 게 쉽다는 걸
하지만 결국 기다려.
다들 바쁘게 향해 가지만
그들도 기다려.
우리는 기다려.
언제나 기다려.
왜 우리는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걸까?
당장 꿈을 꾸면 날아오를 수 있다고 하는데
왜 우리에게 날개를 주지 않았을까?
버스는 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벤치와 표지판은 누군가를 기다려
그게 그들이 꾸는 꿈이니까
그럼 나는 어떤 꿈을 꿔야 할까?
그렇게도 기다려.
그렇지만 기다려.
그래도 기다려.
사랑했던 사람들은 이곳을 모르겠지
그들을 기다리는게 아니야
무언 인지 몰라도 그것을 기다려.
그게 내가 꾸는 꿈이니까.
그게 우리가 아는 전부니까.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