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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씨네 Feb 22. 2021

[영화관 일기] 이 알 수 없는 불안감은 무엇인지

어쩌면 쉬지 못하는 병에 걸렸을지도

작년 한 해 너무나도 바쁘게 보냈다.


영화관 일도 그렇고 영화관을 유지하기 위한 외적인 일도 그렇고


대게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보아하니 1월부터 2월, 늦으면 3월까지도 비수기가 이어진다.


문화예술분야는 투자되는 금액이 큰 만큼 대부분 기관과 단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수익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여기 역시 마찬가지다.


1월과 2월 그리고 3월은 지원사업 서류의 달이다.


한 해 농사를 짓기 위해 열심히 사업을 준비하고 서류를 작성한다.


하지만 나를 비추어 보면, 이러한 지원사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달까.


수익으로 창출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소모적인 사업인 만큼 차라리 그러한 사업들 보단 돈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났다 판단된다.


서류를 쓰고 준비를 하는 과정이 필요한 지금이고 내가 그 일을 해야 한다.


간간히 준비하고 여기저기 홈페이지를 기웃거리고 있다.


올해 사업들과 연관 지어서 할 만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적정한 사업이 있으면 서류를 준비한다.


이 서류 작업을 통한 지원사업 공모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불확실하다.


작성한 서류에 대한 지원사업이 선정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작년의 승률을 보면 서류 11개 중 2개가 되었다. 내 승률은 10%도 안된다.


물론 기획이야 서류야 기깔나게 쓰면 되긴 하지만 지키지도 못할 말과 들이고 싶지 않은 품에 대해 열심을 다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싶은 선에서, 여유가 가능한 선에서 지속하는 것이 이 일을 사랑하는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오래 지속하는 방법 중에 하나를 "열심을 다하지 않는다."이다.


적절하게 거리를 두고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꾸준함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무언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마케팅적인 요소, 기업의 실적을 위해 나 자신을 갈아 넣고 싶지 않다.


다시 말해 내가 바로 서있어야 이 단체와 이 공간이 지속될 수 있을 거라고 1순위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은 자꾸 나를 엄습한다.


남들이 하기에, 서류를 잘 쓰면 지원금이 나오니 노동력 대비 얻을 수 있는 금액이 많기에........

뭐 여러 가지 요소가 있을 수도 있으나


다시 생각해 보면 '병'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병.


일이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한 병


영화관 일을 시작하고 나서 가지게 된 정신병중에 하나인 것 것다.


나는 나 스스로를 가만히 두질 못한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그간의 일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돈이 나오지 않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자신뿐만 아니라 딸린 직원들도 있지 않은가!


가만히 숨만 쉬어도 이제 뭐 천만 원 가까이 나가는 일만 남았기 때문에 너무나도 불안하고 초조하다.


이 불안을 이기지 못함에 무언가 자꾸 대비하려고 하고 준비하려고 한다.


숨도 쉬지 못하고 작년 말, 아니 올해 1월까지 달려왔는데, 다시 나를 옥죄인다.


준비해야 해. 견뎌야 할 마음가짐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해.


그러니 숨 쉬어 숨!


제발!


날이 좋다. 옥상에 펜스로 그림자 쳐진 이 바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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