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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씨네 Mar 01. 2022

[대표는 처음인지라] 나를 집착하게 만드는 단어들

그놈의 로컬이 뭔지 그놈의 크리에이터가 뭔지

법인이 벌써 4년차에 접어들었다

아니 어느새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어린 스타트업 대표가 피칭을 해 투자를 받고 사업을 성사시키는 장면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상상의 장면이며, 이렇게 영세한 기업은 하루하루 버티고 직원들 인건비 주기에 급급하다.


오랜만에 붙잡고 있는 사업계획서는 지금의 회사에 대한 정체성과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 근본적인 질문부터 하게 만든다.


이 고민의 끝을 붙잡고 싶은 생각은 없어보인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요즘은 사업을 한다는 생각보단 어떻게 하면 작품을 더 많이 만들고 어떻게 하면 현장을 더 많이 만들어,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더 큰 것 같다.


당장 지금 내 작품도 마무리하고 있지 못하지만, 어쩌다보니 나를 괴롭히는 이 두개의 단어가 눈에 계속 아른거린다.


'로컬' 과 '크리에이터'


지역에 사는 한 사람으로 '로컬'이란 단어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내가 느껴온 공간에 대한 애정


작품을 만들고 영상을 하는 사람으로 '크리에이터'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 내가 만든 세계관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 두 단어가 합쳐진 '로컬 크리에이터'


아주 나를 환장하게 만든다.


지역에서 살고 있고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으로 그 타이틀을 가지고 싶단 집착은 몇년째 지속되어오고 있다.


2020년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이 처음 생긴 이후로 1차와 2차 2회에 걸쳐 도전하였지만 전부다 서류에서 탈락하였다.


"왜 나는 면접도 못 감?"


설득이 부족한 서류였는지, 기획구상한 아이템부터가 별로 였는지, 그 당시에는 반발과 배신감만 가득했지만,


사업이 당선된 아이템들을 보면 그 모든 것이 수긍이 갔다.


무언가 천혜의 자연경관을 보유한 것도 아니고, 특산물을 가공해 판매를 하는 것도 아니니


그냥 하나의 서비스업이고, 뭉둥그려진 사람들과 감정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3일까지 지원사업서류가 접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하루정도면 서류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


내가 가진 역량과 기존 사업들을 정리해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도 면밀히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아쉬움과 미련 때문에 놓질 못하고 있다.


아 진짜.


이러한 욕심이 나를 괴롭힌다.


간만에 한계와 벽을 느끼고 가야할 길은 보이지 않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갈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보면 4년전 법인을 처음 시작할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변한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삶이 정말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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