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선생님으로 산다는 건. - EP02 -
01. 아이들이 마음으로 의지할 수 있는 한명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
학부모님한테 전화가 왔다.
“선생님 담임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는데.. 우리 OO이가 학교에서 수업 내내 책상 밑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데요.. 혹시 미술학원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나요?? 집에서는 특별히 그런 일이 없어서.. 미술학원에서는 어떤가 싶어 전화 드려요.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죠.....?”
평소 굉장히 활발한 아이의 부모님이었다.
하교시간이 되어 학원에 온 아이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언제나처럼 학원에 오자마자 가장 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소리를 지르며 문을 열었고, “선생님! 저 뭐 하나만 그리고 시작하면 안되요?!” 하면서 각종 포켓몬스터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만족할 정도로 그린 후 원래의 수업을 시작했고,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수업을 착실히 마쳤다.
수업이 끝나기 10분전, 아이에게 새 종이를 가지고 오라하였다.
“OO아, 선생님이 학교 풍경이 궁금해졌어. OO이는 표현을 잘 하니까 OO이가 생각하는 학교 풍경을 선생님한테 그림으로 그려줘 볼래??”
“네!!”
평소 각종 캐릭터와 사람이 넘쳐나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의 그림에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르게 굉장히 차가운 느낌의 교실을 그려보였다.
아이한테 물었다.
“OO이의 자리는 어디야??”
“여기요!”
작게 장난감과 낙서가 그려져 있는 책상을 가리키며 아이는 이야기했다.
“OO이의 가장 친한 친구는 어디 있을까??”
“밖에 나갔어요!”
“그럼 지금 교실에 아무도 없는 거야??”
“저 있어요!”
아이의 그림은 사람 형태가 보이지 않았는데, 아이가 교실에 있다 하였다.
“OO아, 학교에 담임선생님은 어디 계셔??”
“저기 앉아있어요!.”
“그렇구나, OO이 오늘 학교에서 가장 재밌었던 일이 뭐였니??”
“노는 거요!”
“그럼 가장 슬펐던 일은??”
“선생님이 내 말 안 들어준거요!”
“그렇구나, OO아, 선생님이 OO이네 학교 교실 풍경이 너무 궁금했는데, 그려줘서 고마워~”
그렇게 아이와 나의 대화를 마쳤다.
쉽게 끌어내기 어려운 일을 그림이란 매개체로 비교적 쉽게 끌어 낼 수 있었다. 아이는 학교에서 담임선생님과 트러블이 있었고, 그 마음의 상처로 인해 그런 행동을 했던 걸로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동미술심리 수업을 들으며 아이들의 심리를 그림 한 장으로 판단 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지만, 이는 그림을 통해서 보다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번 일에서 나의 역할은 부모님을 대변하는 역할이 아니었다. 아이가 한 행동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를 보다 부드럽게 끌어내는 것이 내 역할이라 판단했다.
수업이 끝난 후 아이의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어머니, 아무래도 OO이와 담임선생님 사이에서 어떤 오해가 생겼던 것 같아요. 물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한테는 선생님이 이야기를 안 들어주셨다고 생각해서 상처를 받았나 봐요. 뭔가 오해할 만한 일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OO이는 이유 없는 행동을 하는 아이가 아니니까. 아이한테 무슨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하단 말을 끝으로 아이 부모님과 연락을 마쳤다.
아이들의 모든 행동엔 이유가 있다.
예민하고 자기표현을 할 줄 아는 아이 일수록 더욱이 이유 있는 행동을 하곤 한다. 물론 아직 아이들은 어떤 행동이 옳은지 잘 모르기 때문에 화가 나고 속상하다는 표현을 이처럼 조금 과장된 행동으로 표현 할 때도 있다. 이런 부분은 어른들이 가르쳐줘야한다.
‘너의 마음이 속상한 건 알지만, 이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야. 너의 속상한 마음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