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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쌤 란 Feb 20. 2020

만남과 이별의 연속, 보고싶어요.

미술선생님으로 산다는 건. - EP03 -

[미술선생님으로 산다는 건.]

01. 아이들이 마음으로 의지할 수 있는 한명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     







EP03. 만남과 이별의 연속, 보고싶어요. 선생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OO이에요. 잘 계세요?!

   있잖아요. 선생님! 보고 싶어요!

   그리고 저 이번에 전교부회장 선거에 나가요! 공약을 뭘로 하면 좋을까요???”     


   또 다른 아이에게 문자가 온다.

   사진과 함께 온 문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선생님 저 OO이에요. 선생님과 같이 심은 개운죽이 이렇게나 컸어요. 그리고 학원에서 만든 화분엔 새로운 식물을 심었어요.’     


   또 다른 아이는 카톡을 보낸다.


   ‘선생님 보고 싶어요.’

   ‘선생님 나중에 꼭 만나요.’     




   선생님은 매번 아이들과 이별을 한다.


   온 마음을 다해 수업을 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 이별을 맞이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큰 이유는 이사, 그리고 국영수 학원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으로 인한 이별. (아이들의 학년이 올라가면 대다수의 시간을 필수과목인 국영수 위주의 학원에 집중하게 된다.) 대다수의 이유가 타당한 이유이기에 이별의 순간에 슬퍼하기 보다는 빠른 인정을 하며 아이들이 그릴 앞으로의 미래를 응원하곤 한다. (말은 이렇지만 여전히 이별은 익숙하지 않다.)


   아이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미술이란 과목은 조금 특별하다.

   그리고 미술선생님과 아이들과의 소통은 더욱 특별하다.


   미술학원에서의 아이들의 생활은 타 과목 수업에 비해 자유롭다. 자유분방함 속에서 나름대로의 규칙을 지키며 수업이 진행되기에 적당한 자유와 적당한 규칙이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편안하게 한다. 편안한 마음에서 진행되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감정과 정서를 교류한다. 선생님과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이야기까지 소통한다. 그렇다보니 미술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생활에 대해서 듣기도 하고 아이들의 습관이나 취향을 알게된다. 아이들마다 자기표현도 다양하다. 미술은 지극히 주관적인 과목이기에 아이들의 자기표현이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된다. 선생님은 표출되는 아이의 개성 하나하나를 꼼꼼히 파악해 아이들이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매일 공부하고 연구한다. 그래서 선생님은 아이들을 관찰한다. 특별한 한 아이를 관찰하는 것이 아닌, 모든 아이가 특별한 아이임이 분명하기에 모든 아이들의 특성을 꼼꼼히 관찰하고 가능한한 그에 맞게 수업하려 노력한다.(단,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미술 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의 선생님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노력하는 모든 분야의 선생님들이 존경스럽다.)


   그렇게 마음을 다했던 아이와 하루아침에 이별을 하게 되면 마음 한 켠이 허전해지지만, 선생님에겐 책임져야 할 많은 아이들이 있기에 그 허전함을 책임감으로 가득 채워 다음 수업을 준비하곤 한다.


   이별과 만남으로 단련된(아니, 되었으면 좋겠는) 선생님은 어느날 오는 연락에 미소짓는다.

   아이들의 보고싶다는 이야기와 함께온 사진과 편지, 연락.. 심지어는 학원으로 찾아와 선생님 보고싶어서 잠시 들렀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목표는 수다. 그동안 못했던 자신들의 일상 이야기를 쏟아낸다. 

   만족할 정도로 이야기를 하면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돌아간다.


   나는 아이들의 진로를 결정해주는 아주 대단한 선생님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 아이를 맡고 있는 선생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상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한명의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었다는 것에 나는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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