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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미영 변호사 Oct 08. 2019

[변호사 언니들] 공유가 커피마시던 그 미술관 가볼래?

뮤지엄 산 Part 1

뮤지엄 산 가보셨어요?


미대오빠가 나와 소개팅을 하던 날 내게 물었다.


미대오빠: 안도 타다오라고 정말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곳인데, 노출 콘크리트가.... 제임스 터렐이.... 자연광을 이용해서...

법대언니: ( 아 미대오빠... 전 다 몰라요.. 안도 뭐요? 제임.. 누구요?? ) 아.......

미대오빠: 아 공유가 커피 선전도 찍은 곳인데!

법대언니: !!!!!

공유님이 커피 드시면서 이렇게나 멋지게 계시던 이곳이 뮤지엄 산이었다.


사실 미대오빠는 집안(나의 시댁)에 우환이 있던 시절 한없이 밑으로 침전하기만 하던 어머님이 너무 안쓰러워 어머님을 모시고 뮤지엄 산을 찾았다가 '치유'를 경험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했다. 어떤 곳일까 그곳은?


이런 이야기와 미대오빠가 데려간 뮤지엄 산은 가히 힐링을 얻을 수 있을만한 곳이었다. 그곳은 나의, 우리 부부의, 그리고 우리 가족의 최애 국내 미술관이 되었고, 현재까지도 그렇다.


미대오빠와의 달달한 연애담을 곁들이면 참 좋겠지만, 법대언니가 첫 딸을 출산하면서 3년째 산후 치매를 겪고 있는 통에 달달한 이야기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머릿속이 번잡해질 때마다 떠오르는 나의 이 '치유의 공간'을  오래 또 자주 기억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를 담아 풀어보려고 한다.


Space(공간), Art(예술), Nature(자연)


뮤지엄 산은 원주 산속의 한솔오크밸리 리조트 안에 위치하고 있다. 한솔제지로 유명한 한솔그룹 사모님의 소장품으로 시작해서 한솔뮤지엄으로 개관을 하였다가, 뮤지엄 산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미대오빠는 이곳을 한솔뮤지엄이라고 부르곤 한다.


산속에 있어서 뮤지엄 산인가?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만, 뮤지엄 SAN은 Space(공간), Art(예술), Nature(자연)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찰떡같이 들어맞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가 건물만이 아니라, 미술관 부지 전체를 설계하였다는 이 곳은 넓은 부지 곳곳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넓은 부지의 공간들, 그리고 노출 콘크리트로 대표되는 안도 타다오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살아있는 본관 건물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잔잔한 물, 그 물에 비친 건물과 배경이 되어주는 산의 절경.


웰컴센터에서 티켓을 샀으면 한번 따라 가보자.

* 꽤나 비싼 가격이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제임스 터렐관까지 포함된 티켓으로 구매해보자.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형 입구를 만나러 가는 길


티켓을 구매하고 입장하면, 짜잔 아트샵이 나타난다. 아 자본주의여... 보통 미술관은 전시공간을 지나고 나면 아트샵을 지나 출구로 나가게 되어 있는데, 이 곳은 뮤지엄 부지가 길게 조성되어 있어 입구와 출구가 동일하다. 출구를 지나기 전에 아트샵이 있는 셈.


아트샵을 나서면, 높은 돌벽 너머로 꽃이 듬성듬성 있는 플라워 가든과 존재감 넘치는 조형물들이 반긴다.


마크 디 수페로의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 이 맞은 편에 조성되어 있는 조각공원도 놓치지 말자.


플라워 가든을 지나 본관으로 향하는 돌길은 길게 이어진다. 돌길 옆으로 높고 곧게 솟은 자작나무들에 가려 미술관 본관 건물은 보이지 않는다. 나무가 무성한 돌길을 걸어가면서 과연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묘한 기대감이 차오른다. 이는 안도 타다오가 즐겨 쓰는 스크린 기법이라고.


미대오빠는 보이지 않는 미지의 본관 건물을 궁금해하며 걷는 이 긴 돌길이 좋다고 했다. 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기대감이 좋다며......




돌길을 걷다 보면 잔잔한 물로 채워진 워터가든이 시작되고 콘크리트 벽을 넘어 빼꼼하니 빨갛고 높은 아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높은 시멘트 담을 돌아가면 드디어 나타나는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형 입구'.


거대하고 강렬한 이 조형물은 유난히 정적이고 단정한 이 공간과 이질적인 듯 잘 어울린다.


사실 내가 이 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충격을 받은 것은 극도로 잔잔한 수면의 워터가든이었다. 넓은 워터가든에 물은 흘러들어오는 곳도, 흘러나가는 곳도 없이 잔잔하게 그냥 그대로 있었다. 바람결에 잔잔한 파도만 일뿐, 인위적인 물줄기를 찾아볼 수 없는 고요함. 그 고요한은 번잡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 그런데 최근에 방문했더니 그날따라 물이 졸졸졸 흘러나오며 순환되고 있더라...... 일시적인 조치인지 관리상 필요에 따른 영구적 조치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의 정적인 모습이 사라져 좀 아쉬웠다.


좁고 긴 복도와 새어드는 빛줄기들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형 입구를 지나, 워터가든을 지나 본관에 들어오면,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이 우릴 맞이한다. 본관의 전시공간은 종이를 주제로 한 상설전시관인 페이퍼 갤러리와 청조 갤러리로 전시관이 나눠지고 백남준관도 끝내주게 조성되어 있다.


페이퍼 갤러리는 종이를 주제로 한 상설전시관들이다. 페이퍼 갤러리는 종이의 역사, 종이공예품 등을 전시한 공간으로 개인적으로 전시의 내용이 그렇게 재미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토록 세련된 디스플레이를 한 상설전시관은 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페이퍼갤러리의 전경. 천정도, 조명도, 전시방식도 세련의 극치.


미술품이 좀 보고 싶다면 이제 이동을 하자.


각각의 전시관으로 향하는 길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안도 타다오 건축의 진수를 온몸으로 느낄 수가 있다. 안도 타다오 건축의 3요소는 빛, 물, 노출콘크리트로 압축된다고 한다. 매끄럽게 마감된 노출콘크리트와 돌로 지어진 높은 벽과 함께 긴 복도가 곳곳에 존재하는데, 벽의 윗부분에, 또는 아랫부분에 자연광이 새어 들어오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 그 모습이 환상적이다.

 


법대언니가 생각하는 뮤지엄 산의 하이라이트는 기획전이 전시되는 청조 갤러리, 스톤 가든과 제임스 터렐관이다. 이 곳들에 대한 소개와 법대언니가 꼽는 포토스팟(너무도 중요한 곳), 그리고 카페테리아(더 중요한 곳)은 다음 편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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