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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미영 변호사 Oct 09. 2019

[변호사 언니들] 공유가 커피마시던 그 미술관 가볼래?

뮤지엄 산 part 2

보석같은 상설전, 지나치지 말자


종이에 관한 상설전이 마련되어 있는 페이퍼 갤러리의 반대편에는 청조 갤러리가 있다. 청조 갤러리에서는 뮤지엄 산의 기획전, 그리고 소장품을 이용한 상설전이 열리곤 한다.


그때그때 바뀌는 기획전은 내 취향에 맞을 때도, 그다지 맞지 않을 때도 있다. 재밌는 전시는 천천~히, 재미없으면 빠르게 지나쳐준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이 곳의 상설전이다. 2층의 청조 갤러리 전시관 중 상설전이 열리는 1층의 전시관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난간처럼 설계되어 있는 곳이 있다.  나는 항상 이곳에서 몇 분간 머물며 내려다보곤 한다(물론 아이가 소리 지르면 재빨리 튀어나가는 것이 엄마의 숙명). 난간에서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벽에 항상 하이라이트 같은 그림이 걸려있다. 이를 보면서 미대오빠, 법대언니는 이런 경박스러운 대화를 나누곤 한다.


" 역시 크고 비싼 그림 "



내가 뮤지엄 산을 방문했을 때는 한국 근현대 추상작품들의 상설전이 열리곤 했는데, 주로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들의, 크고, 아이코닉하고, 가장 훌륭한 피스들이 걸려 있었다. 도대체 한솔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컬렉션은... 어디까지인가요.


미술관에 가면 기획전은 찬찬히, 상설전은 휘리릭 보고 나올 때가 많지만, 뮤지엄 산의 상설전은 꼭 눈여겨 보실 것을 추천한다.


법대언니가 추천하는 포토스팟


법대언니는 좀 촌스러워서 차렷하고 남기는 인증샷을 많이 찍는 편인데, 뮤지엄 산에 오면 빼먹지 않고 차렷하는 스팟이 세 곳 있다.


2층 청조 갤러리 전시관 사이의 난간


맞은 편의 큰 통창으로 빛을 잔뜩 받으면서 80년대 스타일로 사진 찍기에 딱이다.


스톤 가든을 배경으로 한 역광 사진



청조 갤러리에서 동선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벤치에 앉아 큰 창으로 스톤 가든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서 스톤 가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역광 효과로 실루엣 위주의 작품을 남길 수 있다.


기미, 다크서클, 피부트러블과 20여년을 함께 해 온 법대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스팟이다.








백남준 관  


따로 소개를 하진 않았지만, 뮤지엄 산에는 백남준 관이 상설관으로 마련되어 있다. 임팩트 있는 백남준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고, 그 작품이 꽤 자주 바뀐다. 적어도 나는 방문할 때마다 다른 작품을 보았다.


아.. 한솔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컬렉션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요.


여하튼 포토스팟인 이유를 꼽자면, 이 곳은 천정이 뚫려 있어서(아마도 유리로 막혀는 있겠지만) 자연광이 쏟아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말이 필요 없는 백남준의 작품과 함께 내 얼굴도 참 잘 나온다.



한번쯤은 꼭 가봐야 하는 제임스 터렐관


청조 갤러리까지 돌고, 밖으로 나와 스톤 가든을 걷다 보면, 제임스 터렐관의 입구로 내려갈 수 있다.


제임스 터렐관은 제임스 터렐의 4개의 대형 작품이 설치된 전시 공간이고, 나에게는 체험관으로 느껴진 곳이다. 제임스 터렐은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미국의 작가. 그의 4가지 작품, 스카이 스페이스, 호라이즌 룸, 웨지워크, 간츠펠트를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다. 빛과 공간을 이용하여 명상에 빠져드는 순간과 환상을 체험하는 순간을 선사하는 그의 작품들은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도 절대 아깝지 않다.


이곳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뮤지엄 산 홈페이지의 사진으로 대신한다.


몇몇 공간이 아주 어두워서 첫 데이트할 때 미대오빠 손도 잡아보고 그랬다지...


워터가든과 산을 감상하기 좋은 카페테리아


청조 갤러리를 돌고, 백남준 관에서 인증샷까지 찍고, 제임스 터렐관에서 환상의 체험까지 마쳤다면, 당 보충이 필요하다.


카페테리아로 돌아오자.


카페테리아의 통창 너머로는 잔잔한 물이 보이고, 멀리 배경이 되는 산과 물에 비친 나무들이 어우러진다.


카페테리아에서 연결된 테라스에도 파라솔과 테이블이 있는데, 뮤지엄 산이 제공하는 이미지는 이렇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뮤지엄 산이 유명세를 타면서, 고요한 테라스 공간을 즐기기는 쉽지 않다.


사진을 찍기 위해 늘 사람들이 북적이기 때문에, 테라스로 나간다면 이런 광경과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테라스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잔잔한 물에 비친 나무들을 보며 안에서 커피와 케잌을 시키자.



예전에는 카페테리아에서 우동도 팔고, 식사류도 판매했었지만, 이제는 음료와 케잌, 샌드위치 정도만 주문할 수 있다. 방문 인파를 생각해보면, 식사류 판매는 불가능하겠지......


이곳의 음식은 로얄코펜하겐 그릇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이 공간과 어울리는 단정함이 아닐 수 없다.



제2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에서 뮤지엄 산까지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드라이브 삼아 가볍게 다녀올만한 거리이다. 물론 그렇게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방문객은 엄청나게 늘어났고, 최근에는 제3 주차장까지 증설을 마쳤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멋진 공간을 함께 누리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고즈넉함이 안겨주던 기쁨은 많이 사라졌다.


가능하다면 방문객이 몰리는 주말을 피해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잔잔함 속에 공간이, 예술이,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꼭 느껴보시길.



나도 조만간 평일 오전에 미대오빠 손잡고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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