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영 변호사 - 데일리포스트 기고문
매거진 '변호사 언니들'에서는 미대오빠랑 결혼한 법대언니로서
재미난(?) 미술 이야기를 올리는 중이지만,
이 법대언니는 사실 행정, 조세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10년차 변호사다.
이번에 데일리포스트에 기고한 세금 이야기.
http://www.thedai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71772
[트리니티 레터] #4. ‘세금폭탄’으로 돌아온 기부…기부에 대한 증여세 부과 - 데일리포스트
[법무법인 트리니티=남미영 변호사] 최근 백범(白凡) 김구 선생 가문이 해외 대학에 기부한 42억원이 상속세 및 증여세 부과처분을 받았다. 부과된 금액만 무려 27억원에 달한다.
김구 선생의 차남인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작고)이 생전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을 지내면서 42억여 원을 미국의 하버드ㆍ브라운ㆍ터프츠 대학, 대만의 타이완 대학 등 해외 명문대학과 미국의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 뉴욕 한인단체, 공군의 하늘사랑 장학재단 등에 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김신 전 총장의 상속인들에게 증여세 18억원과 상속세 9억원을 연대납부하라는 고지서가 송달됐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연말이 되면서 따뜻한 기부 소식들이 많이 들려온다. 하지만 이 같은 기부행위는 법률적으로 ‘증여’로 평가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 따른 증여의 정의는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ㆍ형식ㆍ목적 등과 관계없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형ㆍ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移轉) 하거나 타인의 재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각종 구호단체, 대학 등에 대해 이루어지는 기부는 그 상대에 대한 증여에 해당하는 것이다.
상증세법에 따르면 증여를 받은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를 부담한다.
다만, 수증자의 주소나 거소가 분명하지 않거나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리고 수증자가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증여자가 수증자가 납부할 증여세를 연대해 납부할 의무(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한다.
이는 수증자가 해외에 거주하는 등의 사유로 조세채권의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는 증여자에게도 증여세 납부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조세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한민국 거주자가 김신 전 총장의 사례와 같이 해외 대학이나 단체에 직접 기부를 한다면 수증자가 비거주자라는 이유로 증여세를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단체에 기부한 경우에는 기부를 받은 단체가 수증자로서 증여세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것일까?
상증세법은 종교, 학술, 사회복지사업, 의료사업,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자가 기부금을 받아 운영하는 사업 및 법인세법에 따른 지정 기부금 단체가 운영하는 사업 등을 하는 자를 ‘공익법인등’으로 정의하고 공익법인등에 출연(기부)한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기부자가 공익법인 등에 출연한 재산에 대해 바로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과한다면 해당 단체가 목적사업 자체에 사용할 재원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상증세법은 공익법인 등이 출연받은 재산을 직접 공익목적사업의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를 과세가액에서 제외하되 공익목적사업의 용도 외에 이를 사용하거나 기타 상증세법이 정한 의무를 위반하였을 때에 부과하지 않았던 상속세나 증여세를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기부가 상증세법이 정한 공익법인 등(대부분이 공익 목적의 사업을 시행하는 단체들이다)에 대해 이뤄지고 그 공익법인 등이 기부 재산을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하는 경우에만 기부를 받은 단체에 대한 상속세 또는 증여세 납부의무가 발생하지 않고 수증자의 증여세 납부의무를 전제로 하는 증여자의 연대납세의무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
이처럼 상증세법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기부에 대해서만 상속세 및 증여세의 납부의무를 면해주고 기부 재산의 사용방법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규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부라는 명목하에 우회적인 상속·증여를 하고 그에 따른 세금 부담은 회피하는 탈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같은 상증세법의 엄격한 규율이 순수한 목적의 기부까지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면서도 부당한 조세회피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입법적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데일리포스트(http://www.thedaily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