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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카 (GATTACA, 1997)

Gotta go.

by 제이니

내가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SF 영화중의 하나이다. 이제는 늙어버린 에단호크와 우마써먼의 전성기시절 모습은 지금봐도 세련되었다.


영화의 제목은 DNA 염기서열을 이루는 ATGC 알파벳만을 이용해서 '가야만 한다 (Gotta Go)'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는데, 영화역사상 이렇게 아름다운 제목은 없는 것 같다.



영화는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태어나기 전에 이미 나쁜유전자를 제거하고, 좋은유전자를 발현시켜 태어나면서부터 인생이 정해지는 사회 속에서, 순수하게 조작없이 태어나 청소부일을 하며 목성에 가고싶어하는 주인공이 어떻게 꾸역꾸역 목성에 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영화의 주된 스토리보다 더욱 강렬했던 것은, 주인공과 그 남동생의 누가 멀리가나 바다수영. 주인공은 타고난 약골이지만 남동생은 유전자조작으로 튼튼한 심장과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태어나 잘 나가는 경찰이다. 어릴 때 부터 항상 동생에게 수영에서 졌는데, 목성에 가기 얼마전 둘은 다시 수영을 하게 된다. 한참을 바다로 수영해 나가던 둘 중에 동생이 포기하고 돌아가면서 주인공이 이기게 되는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냐" 라는 동생의 질문에 "나는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라고 대답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인생의 큰 가르침을 얻었던 적이 있다. 30년전에 본 영화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세상이 발전하면서, 사람들도 편견으로부터 점점 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믿었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되면서, 사람들이 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리라 믿어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우리는 실력은 부족하지만 충만한 열정으로 달려가는 젊음을 응원하기보다,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그의 재산이나 학벌이 무엇인지로 사람의 스펙을 정해버리고, 너무도 쉽게 기회를 박탈해버리게 되었다. 빈부의 격차는 몇세대가 지나면서, 이제 곧 귀족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있고, 재벌이 저지르는 비행은 그러려니하는 수준까지 왔다. 우리가 과연 30년전에 나온 디스토피아 SF 물과 비교해서 더 나은 사회에 살고 있는 것 맞나?


혁명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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