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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니 Feb 13. 2024

밸류업! 자산이 많은 회사의 함정

가치투자가 한국에서 잘 안되는 이유



얼마전에 퇴직연금계좌를 몇년만에 확인하니, 많이 불어나 있어서 웬일인가 했습니다. 그냥 귀찮아서 연금계좌에는 은행주만 잔뜩 사놨었거든요. 배당에 대한 과세이연이 있기 때문에, 그냥 사뒀습니다. 한국 같은 개방형을 빙자한 폐쇄형 금융구조에서는 은행이 나쁜 선택은 아니기 때문이죠. 여튼 왜 은행주 포트폴리오가 올랐나 했더니, 밸류업이랍니다. 저 PBR 재무구조를 가진 회사들이 날라다닌다죠 요즘에. 10년을 기다려도 떨어지기만 하던 소위 가치주들이 날라다니는 걸 보니 재미는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상장사 PBR 이 가장 낮은편인 나라는 한국과 일본입니다. 가장 높은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이고요. 한국과 일본이 왜 PBR 이 낮을까요. 두 나라의 이유는 다릅니다. 일본은 버블경제이후에 대부분의 기업 지분이 일본 시중은행에게 들어가버려서, 기업들의 상당부분이 은행의 입김을 많이 받습니다. 은행들은 보수적이죠, 그래서 회사를 안전하게 돌리려고 무진 애를 씁니다. 주주가치 제고같은건 별로 신경 안쓰죠. 하지만 최근에 날라다니는 키엔스같은 회사는 은행의 입김이 전혀 없기 때문에, 상당히 혁신적이고 빠른 성장을 보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PBR 이 낮은 이유는 김정은때문이 아니라 오너들 때문입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번째로, 오너 입장에서는 상장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환영하지만, 더 이상 추가자금이 필요없는 상태에서는 기업을 상장폐지 시키고 싶어합니다. 시어머니들을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상장 폐지를 시키지 않는 건 우리나라의 상속세법때문입니다. 회사의 순자산이 1000억인데, 기업의 시가총액이 300억이면, 상속시에 재산가액은 300억에 불과하지만 1000억짜리 회사를 물려줄 수 있거든요. 가업승계 공제까지 하면 1000억을 상속받으면서도 상속세를 거의 안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상속세폐지를 줄기차게 외치죠. 전 국민의 10%도 내지 않는 상속세를 말입니다. 이와 반대로 비상장회사를 상속할 경우에는 시가평가를 하게 됩니다. 1000억짜리를 시가평가하면 못해도 800억은 나오겠죠. 특히 부동산이나 고정자산이 많은 회사일수록 평가액이 올라갈겁니다. 그래서 상장폐지는 시키지 않고, 주가를 낮게 유지시켜서 실제 가치보다 훨씬 싸게 상속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한국에 투자할 때는 회장의 나이가 65~75 사이인 경우 투자 하지 않는 게 현명합니다. 한국 시장 난이도는 정말 헬입니다.


두번째로요, 한국에서는 횡령이나 배임이 매우 쉽고 회색지대가 굉장히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저 PBR 재무구조를 가진 회사들의 대부분은 자산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공장을 비롯한 부동산을요. 심지어 기술기업인 NC 소프트나 네이버도 사옥이 자기겁니다. 이게 선진국 상장기업에게는 굉장히 특이한 건데요. 미국 기업들은 대부분 부동산등의 비영업용 자산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는데 빌딩을 산다? 주주들이 "영업이나 관련투자를 잘 할 것이지 쓸데없이 그런데 자금은 왜 써?" 라고 합니다. 주주가치를 제고하기보다 쓸데없는 자산쇼핑이나 한다는 거죠. 10여년전에 현대자동차가 국가로부터 몇조원을 들여서 땅을 샀습니다. 그 때 나라가 좀 억지를 부려서 강매한 분위기도 있었지만, 여튼 현대자동차가 사줬습니다. 현대차가 호구라고 난리를 쳤었죠. 물론 현대차는 그 땅으로 몇조원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두긴 했습니다. 그 땅 살 돈으로 전기차에 투자했으면, 테슬라는 한국에서 나왔을 수도있겠네요, 아니면 그돈으로 테슬라를 사든지.


근데 이유가 횡령이나 배임이라는 말을 했는데, 왜 그러냐면 우리나라의 상법이 굉장히 후진적이라, 기업의 오너를 견제할 장치가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볼께요. 어떤 기업의 오너가 지분을 10% 정도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기업이 돈을 한 1000억을 벌어서, 골프장이든 땅을 샀다고 칩시다. 그럼 그 골프장의 처분권은 누가 가질까요? 지분 90%인 나머지 주주일까요? 당연히 지분 10%인 오너가 처분권의 100%를 행사합니다. 그럼 사실 오너가 1000억을 가진 겁니다. 만약에 나중에 이 골프장이 2000억이 되어서 매각 할 경우에, 매각 상대와 매각 가격은 누가 정할까요? 당연히 오너님입니다. 2000억짜리 골프장을 친구에게 1500억에 팔아도 배임이나 횡령은 성립하지 않고요. 브로커까지 끼워서 중개비용으로 100억을 준다 한들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습니다. 이렇게 똑똑한 오너님이 그냥 500억을 깎아줬을리는 없겠죠? 주주들도 명목상 이득은 있겠죠. 하지만 매각대금 현금 또한 처분권은 오너에게 있습니다. 90%의 주주는 아무 힘도 없어요.


 이러한 이유들을 어느정도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저 PBR 주식들을 쳐다보지 않는겁니다. 그리고 상법개정안을 끊임없이 올려도, 투표조차 가지 못하고 국회상임위에서 전부 걸레짝으로 만들어놓는 이유기도 하고요. 상법개정안의 핵심은 외부감사임명권인데, 십수년간 국회에 올라가지도 못했습니다. 매 대선때마다 상법개정하겠다고 해놓곤, 당선되면 걸레짝처럼 버려버립니다. 김종인씨가 두번이나 걸레짝 취급받으며 쫒겨난 이유가 저 상법개정안 때문입니다. 양당에서 모두 한결같았죠.


기업이 비영업용 자산을 가지는 것은 언제나 배임과 횡령의 소지가 있습니다. 저 위에서 얘기한 오너님은 회삿돈으로 부동산투자를 해서 잘되면 내가 먹고, 안되면 주주손실로 넘길 수 있는 것이고요. 이 또한 현행법상 불법도 아니며, 현행 회사법상 견제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업의 과도한 비영업용 자산 매입으로 골로간 나라가 하나 있는데, 바로 일본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럴 뻔 했는데 노태우정권에서 김종인씨가 법인의 비영업용 부동산 매입을 원천 금지시켜서 막은 적이 있습니다. 이걸 다시 이명박 대통령이 풀어버렸죠. 


그래서 정말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PBR 이 낮다는 것은 많은 경우 '해당 기업이 투명하지 않다' 라는 겁니다. 투명하지 않더라도 좋은기업도 있고, 나쁜기업도 있기 마련입니다만, 그건 오너의 친구들도 잘 모르는겁니다. 그래서 저는 저 PBR 주식은 은행외에는 거의 투자 하지 않습니다. 은행은 특정된 오너가 없고, 시어머니가 한둘이 아니거든요. 너무 틈만나면 은행을 후드려패서 그렇지,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머리가 좋으니 뚜드려 패는 시늉만 할 뿐입니다.


뭐가 되었든 이러한 재무구조가 각광받으며, 사람들이 한번 쯤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격이나 수익만을 보지말고, 한국 상법의 문제점도 한번 되짚어서 경제법이나 경제구조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탐구 할 수 있는 능력은 모두에게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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