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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승현 Oct 09. 2020

[돈 관리 교실] 재무설계 5원칙(#2/5)

재무설계 5원칙


제 2원칙. 주기적으로 현금흐름표를 작성하라.


현금흐름표만 작성해 봐도 돈이 보인다.


아내는 변명 일색이다.
불필요한 지출은 없었다.
딱히 자기를 위해 쓴 돈도 거의 없다.
남편은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원망의 눈빛이다.
 

“나는 열심히 일해 남들 못지않게 벌어다 줬어.”
“그런데 왜 남은 게 없지?”
“밖에 나가 돈을 벌어 오는 것도 아니면서, 집에서 벌어다 주는 돈 관리 하나 제대로 못 하고 뭐 한 거지?”



누구도 섣불리 먼저 입을 떼기 어려운 분위기. 이를 타개하고 원인을 찾아 해결안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자주 접하는 현장 상황이다. 재무설계사는 금융 지식뿐만 아니라 중재자 역할도 훌륭히 해내야 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다시 채워지지 않는 한, 흘러가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중력에 의해 세상 모든 물체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거나 떨어진다. 돈도 마찬가지다. 소득에서 지출로 흐른다. 남기려는 노력과 실행이 없는 바람은 허상일 뿐이다.

아내는 남편이 얼마나 벌어 오는지 정확히 모른다. 남편의 급여명세서를 본 적이 없다. 월급날 통장에 찍히는 일곱 자리 숫자만 볼 뿐이다. 남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연 소득이 얼마인지 정확히 모른다. 성실히 출퇴근만 하면 자기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남편의 월급은 아내의 손에 무책임하게 던져진다.

아내는 두렵다. 남편은 알아서 잘하란다. 그런데 아내는 금융을 모른다. 재테크는 더더구나 모른다. 돈 관리는 배워 본 적도 없다. 아껴 쓰는 일은 할 수 있겠다. 이런 아내에게 남편은 잘하길 기대한다. 남편이 밖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아내는 집에서 육아와 가사 노동을 한다.

밖에서 하는 일이 경제활동의 전부가 아니다. 아내도 남편이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 외’ 다른 일들을 전담한다.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함께 경제활동을 한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활동의 결과물인 소득의 관리도 온전히 아내만의 짐이 아니다. 당연히 부부가 함께해야 한다. 부부가 함께 앉아 우리 집 현금흐름표를 만들어 보라. 아래 순서대로 따라 하면 전혀 어렵지 않다.



첫째, 월평균 소득을 산출하라.

가구의 총소득으로 계산한다. 세전 소득으로 계산하면 더 좋다. 원천징수 영수증이 필요하다. 원천징수 영수증은 연말 정산의 결과물로,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www.hometax.go.kr)에서 연도별로 출력할 수 있다.

올해의 예상 소득은 지난해 소득에 소득 인상률과 직급 상승분을 반영해 계산한다. 원천징수 영수증상 총금액에서 4대 보험료와 결정세액을 빼면 그해 당신이 실제로 받을 금액을 알 수 있다.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월평균 소득이 된다.



이렇게 월 소득을 산출하지 않고 월급날 통장에 찍히는 금액만 소득으로 생각하니 온전한 저축계획을 세울 수 없다. 매달 들어오는 대로 다 쓰게 된다. 상여금이 들어오는 달에는 이미 계획적으로 전달에 카드를 긁었다. 이러니 어찌 돈이 남을 수 있겠는가? 계획적으로 할 일은 카드 결제가 아니라 저축이다.




둘째, 월평균 지출을 산출하라.

만약 월간 지출을 도저히 파악할 수 없다면 지금 바로 신용카드 회사에 전화하라. 직전 6개월간 ‘건별 지출 명세서’를 팩스나 이메일로 받아 부록에 첨부한 양식에 지출 항목별로 분류해 보라.

쉬운 일도 유쾌한 일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한 일을 다시 들춰 보기 싫어한다. 그래서 똑같은 실수와 잘못을 반복한다.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아는데 구태여 이렇게까지 까발려야 하는가? 맞다. 그래야만 한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목조목 스스로 따져야 한다.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 그래야 바로잡을 수 있다.


[ 월간 지출 현황 양식 ]

* 출처: 재무설계 프로그램, FiST



셋째, 부정기 지출을 산출하라.

정기 지출과는 별도로 가끔 목돈이 드는 항목이 있다. 자동차세, 자동차 보험료, 재산세, 명절 여비, 부모님 생신 선물비, 해외여행 경비 등이다. 이런 지출은 적지 않은 목돈이 들어가고 금액을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미리 지출시켜야 한다.

은행의 스마트뱅킹 서비스에 매월 같은 날, 같은 금액을 지정한 계좌로 자동이체하는 기능이 있다. 부정기 지출이 연간 총 얼마인지 계산해 12개월로 나눈 금액을 매월 별도의 통장으로 자동이체하라. 실제 부정기 지출을 하게 될 때는 이렇게 모아둔 통장에서 빼서 쓴다. 만약 카드 결제를 했다면 그 금액만큼을 카드 결제 계좌로 이체하면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만 해도 현금흐름이 많이 개선된다.


[ 年 단위 지출 내역 양식 ]


* 출처: 재무설계 프로그램, FiST


현금흐름표만 작성해도 부부는 현실을 정확히 알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정리하는 과정에서 깨닫는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더 행복한 미래를 위해 각자 감수해야 하는 고통이나 불편함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오래된 초코파이 CM송처럼 부부는 필요한 대부분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종한 번 현금흐름표를 작성했다고 멈추면 안 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주기적으로 각성하지 않으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작성한 현금흐름표는 매년 1월 또는 12월에 재점검하라. 꼭 1월이나 12월일 필요는 없다. 다만 1월과 12월은 반성과 새로운 결심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에 추천한다.

현금흐름표에 뭔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라. 지출이 늘어난 항목이 있다면 꼭 필요한지, 그렇다면 다른 지출을 줄일 여지가 있는지 살펴본다. 없다면 저축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저축계획을 수정하면 재무목표 역시 달라져야 한다.

결혼, 출산, 승진 등 소득과 지출이 많이 변경되는 시점에도 현금흐름표를 재점검해야 한다. 부부 중 한쪽의 소득이 중단되는 시점에도 재점검해야 한다.

절대로 그냥 열심히 하지 마라. 지혜롭게 열심히 해야 한다. 그냥 아껴서 저축하지 마라. 계획적으로 아끼고, 전략적으로 저축해야 한다. 숫자만으로 표시된 현금흐름표이지만 당신에게 많은 얘기를 들려준다. 귀담아듣는다면 지금보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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