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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승현 Jan 31. 2020

아들아, 그렇게 살면 나 만큼도 못 산다



저녁마다 이불을 깔고 아침에 일어나면 개서 장롱에 넣는다. 

30분 내지 한 시간 정도 거리는 당연히 걷는다. 

매일 비슷한 반찬이 담긴 도시락을 챙겨 학교에 간다. 

친구와 연락하려면 공중전화로 집에 전화하던지 직접 찾아가야 한다. 

짜장면은 운동회, 졸업식 때나 먹는 귀한 음식이다. 

자가용을 갖는 것은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쇼핑이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한여름에 에어컨 바람은 은행에나 가야 쐴 수 있다. 

한겨울 한파에 발가락 손가락 동상은 일상다반사다.


당신에게 이렇게 살아라, 하면 어떨까? 행복하겠는가? 어쩌면 답변할 엄두조차 못 낼 일이다.


당신은 푹신한 침대가 있어야 하고 10분 이상 거리는 건강을 위한 목적이 아니면 걷지 않는다. 집에는 온갖 편의를 위한 가전제품이 가득하다. 이제는 선도 걸리적거려서 무선 제품으로 하나씩 교체한다. 주차장에는 자가용이 항상 대기 중이다. 온 식구들은 언제 어디서라도 연락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다.



예전에는 대통령도 누리지 못했던 편리한 생활이지만 당신에게는 딱히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일 뿐이다. 하지만 모든 편리함은 다른 말로 하면 ‘지출’이다. 아버지는 지출하지 않았던 항목을 당신은 매월 지출한다.


* 자료출처 : 재무설계 프로그램 FiST
* 데이터 출처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KOSIS



1971년의 10만 원에 2018년까지 47년간의 연도별 물가 상승률을 적용하면 48년 후 2019년 현재 가치로 약 188만 원 정도가 된다. 당신의 월급은 아버지 때 월급과 비교해 위에서 언급한 지출을 더 해도 될 만큼 충분한가? 어쩌면 당신은 아버지와 같은 수준의 월급을 받으면서 지출은 더 하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하루 세끼 이상을 위한 지출이 별로 없었다. 금리는 최소 10% 이상인 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당신은 비슷한 수준의 월급을 받아 더 많은 지출을 한다. 남는 돈은 겨우 1%대의 금리로 굴려야 한다.



더 많은 지출을 하면서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사니 행복한가?
아버지는 스마트폰이 없어서, 자가용이 없어서 불행했을까?




당신은 늙어서도 지금 누리는 삶의 편리를 이어 가기 위한 지출을 지속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당신이 아버지보다 더 잘살 수 있겠는가? 아버지만큼만 살아도 당신의 인생은 성공이다.


회사원 A 씨는 30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중고 아반떼가 있지만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스마트폰은 항상 한 철 지난 제품을 사서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이용한다. 저축은 월 180만 원을 적금과 펀드에 잘 나눠서 넣고 있다.


같은 직장 동기 B 씨는 같은 월급을 받으며 새하얀 쏘나타를 타고 출근한다. 회사 근처 주차장에 주차비로 월 20만 원을 낸다. 스마트폰은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항상 신모델로 바꾸고 무제한 요금제를 쓴다. 저축은 월 50만 원도 못 한다. 그나마도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고 생각해 별 고민 없이 사옥 1층에 있는 은행에 적금만 넣고 있다.



당신이 만약 A 씨라면 B 씨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버지와 당신이 시간을 초월해 한자리에서 만난다면 아버지는 당신에게, 당신이 B 씨에게 하려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을까? “아버지처럼 살고 싶진 않아요.”라는 말을 쉽게 하지만, 나는 다르게 얘기하고 싶다.


당신의 아버지만큼이라도 살려면,
지금과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글쓴이 : 배승현 

moneytube@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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