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이벤트였던 농구 모임은 감동님과 코치진 외 여러 스태프들까지 꾸린 어엿한 팀이 됐다. 매 일요일마다 잘 하진 못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함께 농구를 했고, 농구가 주는 새로운 삶의 교훈을 깨달아가며 미에너지(MIENergy)를 채워간지 만 9년의 세월이 흘렀다. 머지않아 ‘창단 1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미엔은 어떤 현재를 그려가고 있을까? 미엔 1주년이 갓 지나서 들어와 지금까지 활동하며 팀을 쭉 지켜본 나는 지난 미엔의 과거를 떠올리며 미엔의 현재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10년이라니… 강산도 변하는 시간이다. 그만큼 미엔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 변화는 바로 멤버 구성. 아마추어 동호회로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일 텐데, 각자의 삶에서 겪는 다양한 변곡점들로 인해 팀을 잠시 떠나는 멤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커리어/학업을 위해 해외로 떠나거나 바빠지기도 하고, 출산/육아를 하면서 운동을 위해 시간을 내기 어려워지거나, 특정 시간에 맞춰 운동하기가 어려워지는 등의 이유로 말이다. 그래도 팀 결성 후 3~4년간은 간헐적으로 멤버들 손에 이끌려 놀러 온 지인들이 자연스럽게 멤버가 됐기에 활동 인원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더욱이 그 지인들은 신기하게도 모두 미엔스러워서 금방 쉽게 팀에 녹아들어 미엔의 색깔도 늘 한결같았다. 미엔은 하나같이 자발적으로 일 꾸미기를 좋아하고, 뭐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는, 감동님 말에 의하면 농구 빼고는 다 잘하는 집단이었다.
그런데 한순간에 급속도로 멤버들이 이탈하는 때가 있었다. 가끔은 사람이 없어 3 대 3 게임이 어려운 날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큰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대로라면 미엔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팀 존폐에 대한 위기감이 아주 크게 다가왔다. 지인 찬스는 다 썼고, 이제 공개 리크루팅밖에는 답이 없었다. 결국 인스타로 공개 모집을 했고, 다행히 미엔과 함께하고자 하는 지원자들이 생각보다 많아 인원을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공개 리크루팅을 하게 되면 겪게 될 것으로 예상했듯이 팀의 정체성 변화는 불가피했다. 새로운 멤버들도 인스타를 통해 비친 미엔의 팀 분위기를 경험하고 싶어 하긴 했지만, 그보다도 농구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째 변화로는 농구를 임하는 자세와 소폭 상승한 농구 실력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엔은 농구 중심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모인 팀에 가까웠는데, 농구에 초점이 맞춰진 멤버들이 합류했으니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즐농(즐기는 농구)’만을 할 수는 없었다. 농구에 더 큰 의지(Commitment)를 갖는 멤버들로 팀 구성이 변화된 만큼 ‘보다 더 농구답게 해보자’가 팀의 방향성이 된 것 같다. 때마침 글로벌 멤버(우리와는 달리 어릴 때부터 농구를 해본 경력자들)까지 합류하면서 농구 수준이 올라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인스타 피드에 우리가 즐농 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줘서인지, 이기는 농구를 원하는 지원자(=농구 실력이 뛰어난 지원자)는 많지는 않았으므로 농구에 올인하는 팀까지 되긴 어려웠다. 그래도 개인 트레이닝을 받는 등 개인 기량 향상에 시간을 쏟는 멤버가 늘어나며 팀도 조금씩 발전해갔다. 나 역시 농구화에 빠지며 농구에 몰입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매년 제자리걸음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감동님마저 떠나실까 봐 두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ㅋㅋ) 새로워진 미엔으로 3~4년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대회에도 출전해 승리를 맛보기도 하고, 지더라도 처참히 지는 경기를 줄여 나갔다. 미엔 초창기는 유치원 수준이라면 지금은 초등학교 수준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피할 수 없었던 변화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바로 ‘미에너지’와 ‘농구를 순수하게 즐기는 마음’이다.
미엔은 농구를 할 때에도 멤버들끼리 계속 다독이고, 실책에도 박수 쳐주듯이, 각자의 삶에서도 응원해 주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사이이다. 서로가 주고받는 그 미에너지는 코트를 떠났어도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서영 언니가 미엔 4주년 이벤트에서 남긴 ‘MIEN be with you’ 슬로건처럼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함께하고 있다. 비활동 멤버들이 지금도 커리어나 육아에서 느끼는 즐거움, 어려움을 나누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지금 농구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농구를 하면서 느꼈던 소중한 것들을 곱씹으며, 먼 훗날 다시 뭉쳐서 농구를 하는 날이 올 거라며 '할미엔(할머니+미엔)' 활동을 꿈꾸고 있고, 뒤늦게 농구하며 어려움을 많이 느낀 만큼 2세들은 조기교육을 시키겠다며 '미쥬(미엔 쥬니어) 농구팀 창단'을 꿈꾸고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농구를 즐기겠다는 마음은 아직 그대로다.
더불어 지금 활동하는 멤버들도 전과 같이 해맑게 뛰고, 한 골을 같이 만들어 넣을 때마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특히 의도치 않은 몸 개그를 할 때 꺄르르 웃어넘기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미엔은 미엔이구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가끔 비활동 멤버들이 놀러 오더라도 그때의 분위기대로 현재 멤버들과도 어우러져 플레이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출산 후 최근에 다시 활동을 시작한 멤버까지 생겨 감격스러워하는 중) 이처럼 멤버들 누구나 농구가 그리운 날에는 언제든지 코트를 찾아와 같이 뛰면서 미에너지를 충전하고 갈 수 있는 곳이 현재의 미엔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모두가 미엔만이 갖는 그 에너지를 지켜가고 싶은 마음은 같으니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더 나아가 현재 미엔은 우리와 같은 팀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 시도도 해보고 있다. 초창기 우리처럼 농구를 하고는 싶지만,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농구 초보들을 위해 오픈짐을 해보기도 하고, 농구 경력이 전무했던 우리가 무작정 처음 농구라는 팀 스포츠를 하며 느낀 바를 풀어놓는 뉴스레터도 시작했다. 농구 자체를 즐긴다는 것, 그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는 것, 그것을 지금 와서 알아도 늦지 않다는 것 등을 알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말이다. 요즘은 상대적으로 초보 여자 농구팀도 많이 늘긴 했지만 점점 더 많아지길 바라고 있고, 꼭 농구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운동도 도전해 보기를, 팀 스포츠라면 그걸 함께할 사람을 찾아 바로 시도해 보기를 바라본다!
근 10년간 미엔에 적잖은 변화들도 있었지만, 미엔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웅장해지고, 미엔이 현재까지 이어져 올 수 있도록 함께 한 모든 멤버들이 많이 생각나는 밤이다. 이번 주도 미에너지 충전 시간을 기다리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