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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카피 Oct 04. 2022

애매한 꿈


  간밤의 꿈에 아버지가 나왔다.


  아버지는, 꿈 속에서도 여전히 구차하고 비겁했다. 영락하고 서글펐다. 나는 현실에서처럼 그런 아버지를 싫어하고 답답해 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아버지도 현실에서처럼 담담히 항의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찔려 온몸이 구멍날 것 같은 그 눈빛을 피해 잠에서 깼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들의 묘사를 소설이나 영화에서 볼 때 마다 그 상투성에 질색했었다. 나도 슬플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후회하거나 용서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과하게 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용서할 수도 사과할 수도 없는 곳에 가셨으니 그건 그것대로 또 비겁하다. 겨우 꿈에 나타나 피할 수 없는 눈빛으로 그저 바라보시는 것도 비겁하다. 


  악몽인가 생각하면 그렇다고 하기엔 애매하고, 아버지가 그리워 꾼 꿈인가 하면 그렇게 선선히 인정하기도 힘들어서, 아마도 오늘 하루는 애매하고 힘들고 슬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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