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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필 Kimcine feel Sep 20. 2017

영화 [ 더 테이블 ]

마음이 가는길과 사람이 가는길

Q. 영화를 혼자 보는편이신가요?


저는 영화를 혼자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물론, 혼자 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지만요. 가끔은 책을 혼자 읽듯이 곱씹어 조용히 보고싶은 영화들이 있어요. 저는 집중력이 좋지 않은편이라, 누가 옆에서 한 마디 하거나, 팔꿈치만 툭 건드려도 와장창창 깨지거든요. 이런 예민함은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직업을 만들어준 또 하나의 특별한 재능이라고 해두죠.


그래서, 책도 그렇지만 영화를 혼자 보고 싶을때가 있어요. 혼자 하는게 영화보는 것 뿐만이 아니죠. 영화도 혼자보구요. 책은 당연히 혼자 읽는 것이고, 카페도 혼자 갑니다. 최근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혼자 먹었는데요. 감자튀김을 햄버거보다 먼저 먹느냐. 아니면 햄버거를 먹으면서 감자튀김을 먹느냐. 그도 아니면 햄버거를 다 먹고 감자튀김을 먹느냐. 이 세 가지의 선택사항을 온전히 혼자 고민해볼 수 있다는 사실에서 꽤 만족함을 얻은 점심을 해결한 적이 있었습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요. 영화를 혼자보고 카페를 혼자 가는게 꽤 해볼만한 일이란 거죠. 특히, 영화를 보고나서 카페를 혼자가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의 여운을 영화관 밖으로까지 끌고 나와서 길게 아주 길게 만족스러울때까지 곱씹고 곱씹어서 우려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영화를 보고 카페를 갑니다. 





카페에 가면,


우연치 않게 옆 테이블에서 오가는 대화에 집중할 때가 있습니다. 들으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저 제 일을 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지는 그 때에 맞물려 옆 테이블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거죠. 그럼, 별 것 아닌 이야기임이 분명한데도 자꾸 귀가 그 쪽으로 향합니다. 그런 제 모습을 눈치 챘는지, 갑자기 소리 낮춰 소곤대듯이 이야기하면 더 궁금한거 있죠. 그리고 그런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더욱 공감하면서 볼 영화인 더 테이블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영화 '더 테이블'은


김종관 감독의 2017년도 8월 개봉작 <더 테이블>입니다. 옴니버스 영화로 총 4개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요. 각각의 이야기는 다르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단 하나입니다. 우리의 마음과 행동이 같을까 라는 질문입니다. 이 영화는 오직 한 카페, 그리고 하나의 테이블에 머물다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뤄집니다. 오전의 첫 손님, 그리고 점심쯤 지난 두 번째 손님, 노을이 지는 쯤 세 번째 손님, 비가 내리는 저녁의 마지막 손님의 이야기들입니다. 



카페를 찾은 첫 번째 손님은 스타배우가 된 여자와 전 남자친구예요. 오랜 공백이 있었던 둘은 그동안의 안부를 묻게 되는데요. 서로가 낯설어진 시간동안 서로의 안부라기 보다는 사생활을 캐묻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좋았던 추억도 엉망이 되버리고, 어색해진 둘은 카페를 나섭니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인연들을 다시 만나면 좋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분명 있죠.아마 그런 경우일 듯 해요.


그리고 두 번째 손님은 2,30대로 대충 보이는 젊은 청춘 남녀입니다. 서로가 눈치만 보느라, 흔히 썸이라고 하는 밀당을 두고 시간만 보내는데요. 급기야 여자는 답답한 나머지 한 마디 하고 어색해진 둘은 카페를 나섭니다.


세 번째 손님은 결혼사기를 모의하며 만난 두 여자인데요. 각자 아픔이 있습니다. 엄마를 어린시절 여의고 나서 결혼식장에서 엄마를 대신해 줄 가짜 엄마를 찾는 여자와, 죽은 딸의 결혼식에 가지 못한 중년여성. 그 둘은 그렇게 덤덤한 대화를 나누고 결혼식날 보기로 하고 카페를 나섭니다. 


영화 제목처럼 카페의 원목 테이블이 돼서 조용히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보게 되는 느낌이예요. 만약 이 장면들을 직접 보고 듣고 있었다면 아마 우리는 우리의 과거속에 어떤 비슷한 경험을 꺼내서 생각하게 될지 모릅니다. 이 영화는 영화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생각과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라고 볼 수 있어요. 영화가 우리 기억을 떠올리는 촉매제라고 할까요? 그런 의미로 해석해보면 더 맞을 것 같아요.


네 번째. 마지막 손님은 헤어진, 아니면 헤어지고 있는 중인 커플이예요. 사실상 만나면 안 될 사람들이죠. 결혼을 앞둔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이기 때문이죠. 현실적인 문제와 그 밖의 문제를 고려한 바 이별을 택했지만 둘의 마음이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다시 만났지만 별 다른 선택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여자는 이렇게 말해요. 


왜 마음 가는길이랑 사람 가는길이 다른지 모르겠어.
그럼 남자도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왜 마음 가는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다를까. 모르겠다.




'더 테이블' 이라는 영화에서 카페를 찾은 8명의 사람들은 상대방을 만나서 무언가를 계속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 전과 후의 차이가 없을정도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만 하다가 돌아가죠. 연예계의 헛소문을 믿는 전남친에 대한 응징도 없고, 썸으로만 끝난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도 없고, 엄마와 딸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를 묻는 일도, 날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느냐고 묻는 그런 중요한 대화들이 몽땅 빠져있습니다. 그러니까 마음속으로 하는 말이랑, 실제로 상대랑 나누는 말은 전혀 다른거죠. 마음가는길이랑 사람가는길이 다른.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굉장히 나뉘곤 해요. 극적인 부분이 없다는 평과 잔잔한 전개와 영상미가 있다. 이렇게들요. 그런데 저는 영화적 평가를 내리기보다는 영화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있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영화에서 나누는 대화는 사실상 사건을 휘두를만큼의 중요한 요소는 없어요. 전혀요. 아마 감독이 의도한 바를 저만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요. 그러나 분명한 건 있어요. 그들이 시시콜콜 나누는 대화속에서도 여전히 서로에 대해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은 눈빛과 행동들. 말과는 전혀 다른 어쩌면 답답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여덟명의 모르는 누군가의 행동을 보면서 '나도 그랬다.' 비추게 되죠.






유머로 본 글이 하나 있어요. 한국사람들이 못 읽는 글씨가 있대요. '당기시오'래요. 상점이나 화장실할 것 없이 어디든 붙어있는 글씨인데요. 그걸 보고고 문을 당기는 사람보다 밀고 들어오는 사람이 더 많대요. 미시오라고 하면 밀고. 당기라고 하면 당기는 언행일치. 무척 쉬운건데 지키기 어려운 건. 저 뿐인가요. 마음 가는 길과 사람 가는 길. 너무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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