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피드에서 브런치로
콜핑 오지탐사대에 다녀오고 나서 무료한 나날이 이어지던 때 였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 날 오지탐사대
2차 선발과정에서 팀을 이끌어준 OO봉 OB님이
연락이 왔다.
" 이번 방학 때 자전거 동해안 종주 한번 가보지 않을래? "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망설이 필요가 전혀 없었기에 1초의 고민도 없이 수락했다.
당시 오지탐사대에서 만난 여자인 친구 OO원이랑 함께 셋이 계획을 세웠고 어느새 설렘으로 가득한 출발 당일이 찾아왔다.
자전거를 타고 강원도에서 경북 경주까지 내려갈 예정이었고 그렇게 우리는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분해하여 실었다.
그때 또 하나 뜻깊었던 건 딱 돈 10만 원만 챙기고 잠은 무조건 텐트에서 자는 것이었다.
도착한 곳은 동해안 젤 끝자락인 강원도 통일전망대가 있었던 터미널이었던 거 같다.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ㅜㅜ)
아무튼, 총 3박 4일간 자전거를 타고 동해안 국토 구간 종주를 달리고 또 달렸다.
돌아갈 날을 정해놓고 가지 않아서인지 엄청 여유롭게 여행을 했었다.
힘들면 쉬었고 가다 드넓은 바다가 보일 때면 서슴없이 자전거를 세워 한참을 바다 저너머를 넋 놓고 풍경을 즐겼다. 해가질 무렵이면 잘 곳을 찾아 정자에 텐트를 치고 주변 수돗가에서 몸을 씻어냈다.
큰 배낭에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들을 챙겨 내키는 대로 어것저것 넣어 부대찌개를 끓여 먹고 수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보냈었던 기억이 난다.
하루하루가 설렘으로 가득했고 내일이 기대되는 여행이었다.
몸은 지치고 제대로 씻지는 못해 찝찝하고 제때 끼니를 먹지 못해 배는 고픈데도 뭐가 그렇게 재밌었을까?
색다른 환경에서 헤쳐 나가는 그런 모험이 재밌었던 거 같다.
또한 그런 힘든 환경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고 힘이 돼 주는 게 뜻깊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배로 깊은 정을 쌓을 수 있었던 거 같다.
함께의 중요성, 변수에 따른 극복성, 성취감, 도전 정신 그리고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낯선 타지의 환경은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는 시야를 만들어 주었다.
사람이 좋았고 여행이 너무도 좋았다.
그때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나는 여태 정말 풍성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시간이 흘러 현재,
우리의 팀 리더인 OB님은 결혼을 해서 애도 낳고 서울에서 지내고 있고
내 친구 원이는 대구에서 학업을 일부 마치고 서울 성균관 대학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종종 안부 연락을 하고 있고 SNS를 통해 그들의 삶을 엿보며 아직도 여러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
존재만으로도 좋은 영향을 풍길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었던 거 같다.
함께해 주어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