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간단한 하이킹과 긴긴 운전
첫 숙소가 지구에서 가장 낮은 골프장이 있는 숙소였다면 두 번째는 나름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에서 묵었다.
조금 전에 다녀왔던 Dune에서 설명해 준 곳 중 하나였다.
데스밸리에 사람이 살게 된 경위와 마을의 위치를 알려주었는데, 그 마을이 지금의 숙소가 되었던 것이었다.
어쩐지 근처에 옛날에 쓰던 소방차도 놓여 있어서 의아했는데 마을이었구나.
아! 깜박할 뻔했는데, 이 숙소에 주유소가 붙어있고 밖보다 비싸지만 그나마 데스벨리 안에서는 저렴한 편이니 꼭 기름을 다 채워야 한다.
으- 기름이 떨어진 더운 데스밸리는 상상하기도 싫다. 하핫
우리는 숙소로 들어가서 짐을 놓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나왔다.
숙소에 붙어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주문을 했다. 자세히 보니 어제 피자를 먹으러 온 곳이다.
숙소에 들어오자 이틀 치 여독이 쏟아진다. 첫날은 긴 운전으로 힘이 빠지고 별을 본다고 늦게 자고 오늘은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그럴 만도.
우리는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General store에 구경을 갔다. 육개장이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4개를 집어 들었는데 계산하고 보니 하나에 4불씩 하고 있었다.
밑에 분명 2불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다른 이름이다. 앗 속았다… 그래도 잘 챙겨서 왔는데 물을 끓일 곳도 전자레인지도 없었다.
그냥 라면을 비싸게 산 사람이 되고 말았네?
알고 보니 옆에 캠핑그라운드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모닥불도 피우고 개인 캠핑카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을 수도 있기에 그런 분들을 위해 놔둔 것 같았다.
결국 숙소로 들어와 빠르게 씻고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라면과 함께 산 샌드위치를 챙겨서 부지런히 출발했다.
마지막 날은 돌아갈 것을 생각해야 해서 더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그냥 가기 아쉬우니 trail 한 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이곳은 다른 곳과 다르게 독특한 지형이었는데(데스밸리에서 독특한 지형이 아닌 곳이 없지만… 모두 독특했지만, 여긴 캐년 치고 독특했다.)
지질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즐거울 것 같은 곳이었다.
일단 대부분 물이 흡수가 안 되는 곳이다 보니, 비가 왔을 때 바른 물살로 침식의 모양을 잘 볼 수 있었다.
다른 캐년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곳에 물이 살짝만 와도 금방 차오르고 빠른 물살로 사람이나 차가 다 휩쓸려 간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처음에는 하류 쪽이라 넓은 길이 나타나고 산사태와 침식으로 자갈들이 깔려 있다. 그 길을 쭉 따라가면 이내 좁은 길이 나온다.
그리고 이 산이 만들어질 때 상황을 알 수 있는 암반들이 나오는데 정말 신기하다.
보통 한 지질이 연결되어있길 마련인데 이곳은 얼마나 많은 지각변동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모양이 보인다.
서로 다른 유형의 지질이 붙어있는 걸 보면 신기하기 그지없다. 이런 건 다른 캐년(그랜드 캐년, 엔텔로프 캐년 등등)에서 보기 힘들다.
저 사진의 왼쪽 돌은 켜켜이 쌓인 퇴적암이 보이지만 오른쪽에는 거친 모양으로 덩어리가 붙어있는 모양이다. 일종의 각력암(Breccia)으로 빠른 물살이나 산산태로 조각난 돌들이 내려오다 다시 퇴적되는데 그때 석회질에 의해 덩어리째 붙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지형이 변하면서 침식이 되고 그 덕에 이런 표면이 보여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특이한 자연환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다니 개인적으로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직접 보기 힘든 지리적, 자연석 산물이라 생각되어 이곳을 놓치지 않고 들른 것이 아주 좋았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갑자기 탁 트이며 산이 보였다. 이것 역시 얼마 큰지 잘 안 느껴졌는데 앞서 있는 사람들과 비교하자,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가도 가도 그대로 있는 산이… 아직도 멀었구나 느껴졌다.
우리는 3-4시간 트레킹을 하기에는 돌아갈 길이 구만리라 모자이크 산을 보고 돌아오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을 네비로 찍어보자 8시간이 나왔다.
‘다행이다. 집에 가서 저녁은 먹을 수 있겠다.‘
Good Bye, Death Valley!
샌드위치만 먹고 트레킹을 걸은 아이들이 곧 배고프다고 하여 데스밸리를 나온 지 3시간 뒤에 한 마을에 도착했다.
데스밸리의 비싼 물가에 비해 이건 싼 가격!
”얘들아 다 시켜!! “
우리는 속세의 맛으로 향신료 가득한 멕시코 식당을 찾았다.
‘음, 이 맛이지.‘
타코와 나초 등등 잔뜩 먹고 다시 출발했다.
‘조금 막히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여느 나라의 명절과 다를 바 없이 차가 막혔다.
미국도 똑같구나.
땡스기빙이 끝나는 시점과 맞물려서 그런지 차들이 점점 더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는 결국 12시간이 걸려 집에 도착했다.
이렇게 짧지만 임팩트 있는 데스밸리 여행이 끝나게 되었다.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나중에 수업 중에라도 기억이 나면 좋겠다.
열심히 설명해 주었지만 다른 건 기억 못 하더라도, 가족과 함께한 시간, 추억, 여행. 이것들이 더 크게 아이들에게 남겨졌길 바란다.
Someday See you later, Death Val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