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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가연 May 26. 2024

선생님의 글쓰기 동력은 무엇인가요?

작년 판타지 워크숍 마지막 날, 더 질문할 것이 없냐고 묻는 선생님께 여쭤본 적이 있다.

  "선생님의 글쓰기동력은 무엇인가요?"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대답하셨다.

  "현실에 대한 불만이에요."

 마음이 찌르르 떨렸다. 선생님이 그린 캐릭터와 어둑한 세계들이 잠시 그 대답과 함께 출렁거렸기 때문이다.나는 사십을 앞두었지만 여전히 뒤뚱거리면서 살고 있다. 현실에 대한 불만이야 선생님뿐 아니라 내게도 많다. 그것이 나를 자주 무너뜨리는 줄만 알았는데.


나의 결핍도 선생님처럼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을까? 때때로 나를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온전히 사랑받지 못했다는 감정이었다. 그걸 외면하려하지만 어쩔 수 없이 확인하게 되는 순간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집에 돌아와 일기장을 폈다. 모든 일들은 당시에는 파도처럼 나를 덮치는 것 같다. 하지만 일기장 앞 페이지처럼 시간이 지나면 결국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힌다. 당시엔 심각하게 느껴졌던 사건들이 이제는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는 일이 되었듯이 말이다. 그렇게 매번 자잘하게 마음 쓰이는 일도 점점 시간의 거리를 두고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부모님에게 충분히 사랑받고,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똑똑한 머리로 명문대를 나오고, 화려한 외모로 대단히 훌륭한 글을 쓰고 싶었다.


내 결핍을 원동력으로 뒤집어 써본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어도... 안에 쌓인 불만은 언제든지 다시 나를 괴롭히며 불을 지핀다. 현실적으로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가질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결핍을 원동력으로 바꾸어보듯이 생각의 방향 만큼은 내가 다시 정해볼 수 있다. 독자의 관점에서, 나를 외롭게하는 상대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본다. 그러다보면 점점 모든 일이 작아지고 조금은 그 일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때도 있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서 그랬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사랑받고 싶어서였다면 얼마든지 누구든 용서하고 이해할 수도 있어진다.


때때로 그렇게 애써 나를 위해 만든 이야기로 나는 나를 구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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