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인생 그림책을 읽고
인생 그림책은 100세의 인생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독일의 신문기자가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인생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묻고, 그 답을 모아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작가는 지금의 나와 비슷한 30대 후반에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어린 시절과 30대 중초반까지 가장 이입이 잘 되는 것 같다. 나는 좀 다르게 살려고 아등바등한 것 같은데 여기서 말하는 나이별로, 이 사람이 말하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분이다. 생애주기에서 벗어나 사람이 자신의 신체를 뛰어넘은 감정과 삶을 산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려운 일이구나, 그 한계에 대해서 기묘하게 느끼게 되는 책이었다.
나는 내 나이의 한계, 그 시기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느낄 일들을 느끼며 살아가는구나. 그래서 같은 연령대의 사람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은 것 같다. 비슷한 일들을 하고 있으니까.
전체의 인생에서 나는, 작가가 말하는 사랑의 테마에 집중했다. 최근 남편과의 대화 때문이었다. 우리가 이십 대에 전부라고 생각하며 했던 사랑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어떤 욕정이나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꼭 상대가 그 사람 이어서라기보다는 그 호르몬이 만든 일들.
그 시절에서 또 십 년 정도 벗어나보니 지금은 아이들을 보며 지금 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게 진짜 사랑이라고 느낀다. 한데 결국 아이들의 보호자 노릇을 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스스로 되뇌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뭘까.
우리가 사랑이 무엇인지 머리로 정의하기도 전에, 우리는 마음속으로 사랑을 선택하고, 그것을 위해 투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의식적으로.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어떤 대상이든, 행위든, 무엇이든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계속 창작하는 것, 그리고 그 창작의 과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 물 흐르듯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만났다가 흩어질 수 있는 그런 관계에서 행복을 느낀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며 내가 행복하게 여기는 창작을 이어나가는 것뿐이다. 그림책에서 나이든 할머니가 매년 소중한 쨈을 만들 듯, 나무딸기 열매를 수확하고 그것을 졸이는 할머니처럼. 꾸준하게 자신의 일을 지켜나가고 싶다.
인생을 담은 그림책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주 소소하고, 작은 행복과. 잔잔한 우리의 감정을.
우리가 인생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소중함을 말하고 있었다. 계속 살면서 배운 것들에 기뻐한다면 …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그런 희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건강한 에너지가 들어찬 책이었다.